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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지구상에서 꿀벌만큼이나 인간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나방이라는 사실을 어디선가 접한 후, 나방의 세계에 대해 살짝 궁금하던 참에 이 책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비호감의 대상인 나방. 그러나 사실 나비는 나방의 종족에 속한다는 사실, 한밤에 활동하는 나방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 책에서 그 존재의 위대함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나방을 빗대어 보석과도 같다고 하고, 나방들이 들어와 있는 나방덫을 보고 '보석이 흘뿌려진 상자' 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The jewel box (보석상자) 라고 지은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나면 이 제목의 의미가 와 닿지만, 아마도 이 원제 그대로 사용했을 경우 책을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책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았을 것 같다. 출판사 측에서 제목을 짓는데 꽤나 고심했을 듯 싶다.
52번째 생일선물로 아내에게서 받은 이 '나방덫'을 통해, 나방덫에 들어온 나방의 이름을 찾고 분류하고, 다시 놓아주는 과정에 흠뻑 매료되면서, 나방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저자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러한 나방을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든 거대한 생태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력이 좋은 새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나방은 다양한 생존방식을 터득한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한 방법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애벌레의 페로몬 냄새로 새들의 추적이 가능하고, 애벌레에게 잎사귀를 갉아 먹힌 식물은 역시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데, 바로 새를 유인하는 화학물질을 방출해 새로 하여금 애벌레를 제거하게 하는 것이다.
숨는 것을 포기하고 의태의 방법을 택하는 나방도 있는데, 새의 배설물 모습으로 혹은 뒷날개에 한 쌍의 눈을 연상케 하는 무늬를 지닌다.
식물도, 나방도,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 경이롭고, 안스럽기도 하다.개체의 멸종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멸종의 속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나, 나방덫에 걸리는 나방의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생태계에 보이지 않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아직까지 나방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여전히 램프에 모여드는 나방은 무서울 것도 같지만, 나방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바뀔 것 같다. 예전에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접한 후,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비둘기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것처럼..너무도 작고 하찮은 나방의 존재 자체가 지구의 생태계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자연을 갉아먹는 주범은 인류이고, 개체군,종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보게 되는 건 바로 우리 인간이 될 꺼라는 저자의 말에 느끼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