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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 나는 상속권을 박탈해 그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기를 바랐다. "
이 첫 문장으로 인해 주인공 보의 아들이 굉장히 못되먹었을꺼라 생각했다.
아니 그 전에...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새와 관련된 환경소설인가 싶었다.책을 받아보고 표지를 자세히 보니 한 노인과 개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첫 문장에 이어 한 페이지만 읽었을 때는, 노인과 반려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꺼라 생각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따스하고 감동적일꺼라 기대하며 읽어내려가는데, 초반부터 상당히 느낌이 좋다. 왠지 내 맘에 쏙 들 것 같은 이 소설.
치매를 앓는 아내를 요양원으로 떠나 보내고, 반려견 식스텐과 매일 방문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89세의 노인 보와, 그로부터 식스텐을 떼어 놓으려는 아들 한스의 삐그덕거리는 관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팔순이 넘으신 엄마를 곁에서 자주 보고, 또 나 자신도 나이 들어가는 입장에서 읽은 이 책은 내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오고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외로운 자신에게서 식스텐을 빼앗으려 하고, 자신이 가장 편하게 잠들 수 있는 소파를 치우고 환자용 침대를 들이는 아들에 대한 원망, 온몸이 발가벗겨진 채 요양보호사의 손에 의해 목욕을 하는 처지, 아내의 체취가 사라질까 두려워 스카프를 유리병 안에 보관하고, 그것조차 자주 꺼내지 않는 보를 보면서 언젠가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의 삶이 참으로 먹먹하고, 아들에 대한 원망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들 입장에서는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 나기 때문에, 아버지의 연세에 반려견을 책임지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매일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생각할 때 환자 침대에서 지내시는게 아버지를 보살피는데 훨씬 힘이 덜 든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정말 자주 아버지를 방문한다.
이런 아들의 행동을 보면서, 보의 입장에서 욕해대고 원망하는 한스의 이미지는 조금씩 바뀌게 되고, 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따스하지만 20,30대가 느끼는 감동과 중년의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느끼는 감동의 색깔은 확연히 다를 꺼라 생각된다. 훨씬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가족간의 사랑, 지나고 나서 더 소중한 우정, 화해의 과정과 작별의 슬픔 등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감정을 자주 표현하고, 화해하고 용서하자.
정말 오랜만에 소설 느낌 나는 소설, 밋밋하고 느린 느낌의 소설일 수도 있지만 짠하고 먹먹하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 복합적인 감정이 마구 교차되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