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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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로 '무뚝뚝경' 혹은 '퉁명 공' 이라는 뜻의 < 동 카즈무후 > 

제목도 생소하고 작가명도 생소하고, 더군다나 브라질 문학은 아마도(?) 처음 접해보는 거라 어떤 분위기일지 내심 궁금한 작품이다. 

작가가 브라질의 대문호이자 심리소설의 대가라고 하는데, 브라질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이 작품을 알고 있고, 현재까지도 영화,드라마,연극 등으로 끊임없이 선보인다고 하니, 국내에 브라질 작품이 얼마나 적게 소개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겠다. 


오셀로 증후군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중년에 이른 주인공 벤치뉴의 회고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태어날 때부터 사제의 길을 걸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벤치뉴는 어린 시절 서로 좋아했던 '카피투' 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주변인물의 조언과 도움을 얻어 길고 긴 길을 거친 후 드디어 카피투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그 조언과 도움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는 신학교 때 알게 된 벤치뉴의 가장 친한 친구 '에스코바르' 이다. 


그러나, 벤치뉴가 어릴 때는 그저 카피투를 좋아하는 마음이 큰가보다 싶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애인을 향한 그리움을 접하면서 또 그 정도로 사랑하나 보다 싶었다. 그러나, 훗날 아내가 된 카피투를 너무도 신성시하는 마음과 동시에 끊임없는 질투와 의심을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는 이 벤치뉴라는 남자가 참으로 너무도 유약해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게도 느껴진다.

이런 도를 넘어서는 애착은 급기야는 사랑하는 아내와 죄없는 자신의 아들을 한 방에 불행의 늪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동시에 벤치뉴 자신도 세상과 단절된 채 쓸쓸한 중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독자로써는 이 파국이 정말로 벤치뉴의 오해로 인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자신의 외도로 아들조차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믿는 남편에게 강한 항변도 하지 않고 그의 처신에 맡기는 수동적인 카피투의 반응은 작품의 2/3를 차지하면서 보여줬던 당차고 적극적인 카피투라는 인물을 놓고 봤을 때 정말 의아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질투에 눈이 멀어 선을 넘는 의심까지 하는 남편 벤치뉴에게 단번에 마음이 돌아선 걸까..아니면 정말로 남편의 의심이 맞았던 걸까...

그 어떤 쪽이라도 참으로 마음 한 켠이 착잡해진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고, 책의 결말에 닿기 전까지는 벤치뉴의 인생과 카피투에 대한 사랑과 심리묘사가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지고,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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