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 펜 대신 칼을 잡은 남자의 요리 이야기
권은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전작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를 너무 읽고 싶던 참에, 신간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나이 50에 정년이 보장된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꺼라 생각한다. 그것도 외국으로 요리공부를 하러 떠난다니..

외국유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나라의 말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알아야 가능하기에 두배 이상의 준비가 필요할텐데....

그래서 저자의 도전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행복해하지 않는 남편을 유학길로 이끌어준 아내분의 배려 또한 대단하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 미리 체력단련도 하고, 하체강화훈련도 엄청나게 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저자지만, 학교수업기간이 끝난 후 인턴생활을 하는 기간동안 실제로 맞닥뜨리게 되는 고강도의 주방의 세계에서, 저자의 다리 근육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체력도 금새 바닥이 나게 된다.

100% 이해하기도 힘든 이탈리아어로 매일 욕먹고, 화상, 자상은 기본이고, 한국요리에 대한 향수병까지..

 

영화만 보더라도 맛있는 요리가 손님 테이블에 우아하게 셋팅되는 그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주방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체력이라는 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특히, 쉐프(수석요리사)라는 위치는 단순히 요리만 하는게 아니라, 모든 식자재를 직접 구입해야 하고, 레시피도 연구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새 메뉴도 짜야 하고, 많고 많은 조리기구를 수리할 줄 알아야 하고, 그 바쁜 와중에도 후배들과 홀에서 고객도 관리해야 하고..정말로 이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다. 그래서 남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외에 살 때 그곳에서 만났던 한식은 아무래도 대부분이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이거나, 공급받을 수 있는 식자재의 제한으로 한식의 흉내만 내는 곳이 대부분이었던 것처럼, 우리들이 먹는 이탈리아 요리도 정통 이탈리아 요리와는 조금 다를꺼라고는 생각했지만, 파스타의 면이나 종류가 이토록 다양할 줄이야. 별 이상하게 생긴 파스타가 다 있다. 저자가 올려준 다양한 요리사진은 그 맛이 너무도 궁금하다. 

 

어느 장소든, 어느 지역이든 대부분 1유로로 즐길 수 있는 커피 이야기와 역시 매우 저렴한 와인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상상 외로 소금간을 해대서, 가뜩이나 소금간을 거의 안하고 살아왔던 저자한테는 이 부분이 매우 힘들었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이런 이탈리아 요리가 와인과 만났을 때, 제대로 된 맛이 느껴졌다고 한다. 

유럽이 그렇지만 특히 이탈리아의 요리는 와인과 항상 함께 하는가보다. 

 

이처럼 저자의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 의 정규과정과 인턴생활, 시칠리아로의 여행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이탈리아의 모습과 더불어, 젤라또, 올리브 오일, 토마토, 치즈 등 이탈리아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식자재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다.

 

비록, 유학을 끝내고 난 후,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내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지만, 그 유학기간 동안 피땀 흘려 배운 요리수업은 결코 헛되지 않을꺼라 생각한다. 일단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에 빠질 수 있었고, 지금은 또 저자가 경험했던 요리와 유학 이야기등을 토대로, 생각치도 않았던 작가로 변신을 했으니 저자는 또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탈리아 요리와 음식 문화에 대한 책을 계획 중이시라 하니 독자로써도 즐겁기만 하다.




 

 

[ 인물과 사상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