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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관계 ㅣ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와우! 이 작가의 책(특히 이 시리즈)에 위트와 유머, 조크가 빠지지 않는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더하네요. 제목과 표지에 조금은 낚인 기분입니다.
물론 데니스 루헤인은 개그 작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어둠을 더 좋아하는 작가죠.
문체가 고급스럽지만 순간순간 적나라하게 퍼붓는건 거의 독설 수준이기도 하고
깔땐 확 까고 다독여 줄때는 어깨며 가슴이며 손이며 다 사용해서 위로해 줍니다.
데니스 루헤인은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같은 스탠드 얼론(독립소설)이
아주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진가는 켄지&제나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표작이자 루헤인만이 쓸 수
있을거 같은 현대 사회(미국내) 전반적인 부조리와 모순을 철저히 까발리거든요.
자~ 이제 <신성한 관계>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표지가 좀... 특이하고 독특하죠?
마치... 연애물이나 미스터리 멜로물같은 멜랑꼴리한 일러스트와 제목의 조화...
[ 시리즈 전편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에서 겪은 아픔과 정신적인 충격을
쉽게 떨쳐내지 못해 몇 개월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켄지와 앤지... 어느 날,
두 사람을 미행하다 못해 납치하면서까지 의뢰를 맡기려는 노신사가 나타난다.
노신사의 의뢰는 바로 자신의 하나뿐인 외동딸의 생사 여부를 알아내라는 것...
그런데 그들보다 먼저 이 의뢰를 맡았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켄지의 싸부!! ]
이 시리즈의 큰 재미 중 하나가 켄지와 앤지 두 사람의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는
러브 스토리지만 못지 않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두 사람의 과거가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번 편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켄지의 초보 탐정 시절과 그를 탐정으로 키워주고 가르쳐준 인물들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켄지는 무척 불우한 환경속에서 자랐지만 참 잘 자란 케이스네요...
역시 시리즈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봐야 이런 소소하지만 매력적인 부분을 놓치
지 않는다니까요... (예전에 봤던 4편, 5편이 잘 기억 안 납니다... 휴~ 다행...)
어쨌든... 켄지와 앤지는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싸부가 실패했다는
이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더불어... 덩달아(?) 실종됐다는 싸부까지 찾아야만...
이 시리즈의 시작이자 루헤인의 데뷔작인 <전쟁 전 한 잔>이나 얼마 전 출간된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와 비교해 보자면... 이번 편은 좀 더 가볍습니다...
가볍다는 의미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좀 곤란하구요... 분위기상~ 그렇습니다.
이 시리즈 특유의 매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명... 말빨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대사빨과 더불어 두 사람의 호흡은 이제 말이 필요없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두 사람을 보면 정말 희한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 이렇게
쿵짝이 잘 맞는 콤비도 참 드물지만 이 두사람은 그 관계 설정 자체가 묘합니다.
소꼽 친구면서 전 연인이면서 현재는 친구지만 지금도 서로 열렬히 사랑합니다.
게다가 켄지의 전 부인은 다름아닌 앤지의 친동생이었습니다. 이 묘한 설정으로
두 사람은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롭고 눈에 안 보이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뭐... 덕분에 시리즈가 이어질 수록 독자로서 즐겁기만 합니다만... 중독일까요?
중독일 수도 있겠군요. 이미 읽었고, 다른 읽을 책도 쌓였지만 최대한 빨리 4편과
5편을 다시 봐야 된다는 욕구가 뇌리를 타고 뒷통수를 지나 등까지 내려왔습니다.
전작인 1편, 2편과도 그 분위기가 다르고 후속작인 4편, 5편과도 조금 다릅니다.
시리즈 다른 편보다는 그 깊이가 조금 얕은 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한 깊이를
탐정물에서의 재미로 메꿔줍니다. 정말 이 작가는 균형미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며 국내 번역본으로는 현재까지
나온 전체 시리즈 중에 마지막으로 출간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조금 아쉽죠...)
대신... 데니스 루헤인의 이름을 자주 들으면서 관심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그의
소설은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하는 독자들에겐 이보다 좋은 소식이 없습니다.
그냥... 고민 필요없씀다... 한 잔을 들이키십쇼... 그리고 어둠과 손 꽉 잡구요...
어둠과 친해졌음 관계는 늘 신성하게... 이제 아이랑 놀아줘야죠... 마지막으로
비를 쫄딱 맞으면 됩니다... 기도는 절대 빼먹지 마시구요... 그럼... 신작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