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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1 ㅣ 강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사이엔가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의 한 명이 되어버린 작가 강 풀.
그의 작품을 볼 때면 늘 느끼는거지만 이 작가 진짜로 그림 못 그립니다.
게다가 데뷔 초기와 비교해도 거의 변함이..
그렇지만 이 작가의 작품(어떤 작품이든)을 보고 정말 재미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독자는 드물겁니다.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힘은 만화의
재미와 그림 실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끼게 합니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정을 잃지 않는 만화가...
이 만화는 일명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같은 시리즈인 <아파트> <이웃사람> <어게인>과는 같은 세계관(<이웃사람>만
조금 동떨어졌음)을 공유하며 등장인물 중 몇몇은 겹치기 출연을 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모든 시리즈가 각각 독립작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순서 상관없이
봐도 이해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장르마저 약간씩 다르구요.
최대한 줄거리 줄이고 소개를 하자면 시간의 특정한 부분을 다루는 능력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타임 스토퍼, 10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 와인더, 10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안, 미래의 어느 한 장면을
꿈을 꾸며 볼 수 있는 예지몽, 그리고 자신의 눈을 보면 저승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저승사자... 이 능력자들과 또 다른 능력자(들?) 간의 숨막히는 대결이
펼쳐지는 미스터리 SF입니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이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특유의 따스한 시선이죠.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등.. 도대체가 너무 따스해서 5월의 봄날 햇볕 아래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
이 만화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과는 장르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지만 역시나
그런 시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큰 장점임과 동시에 작은 단점도 될 수 있는 것이..
악역다운 악역이 안 나와요.. 때려죽이고 싶을만한 악당이 없다는 게 이런
히어로물에서는 단점 아닌 단점이 되기도 하네요.
틀림없이 히어로물이 맞지만 왠지 어색한 게 이 만화의 영웅들은 영웅이
아닙니다.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조차 아에 없어요. 그저..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들을 감싸고 보호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뿐인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죠.
이들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다움의 냄새가 왠지 찡합니다.
시간을 다루는 작품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설정 중의 하나가 과학의 논리와
모순되는 부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느냐 하는 점일텐데요.
이 부분에서는 거의 어색함을 느낄 수 없을만큼 잘 설명하고 잘 넘어갑니다.
그리고, 히어로물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인 능력자들 간의 밸런스 조절.(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이걸 실패해서 망한 작품이 되는지..)
이 부분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더군요.
탄탄한 스토리로 중무장하고, 그 스토리에 그 어떤 작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애정어린 인간미를 잘 조합하고, 잘 조합된 이야기를 다시 재배치시켜 그야말로
읽고 보는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마치 <해리 포터>의 그것(사소한 대사, 상황까지 모조리 복선으로 사용하고
잘 맞아 떨어지는..)을 연상시키는 꼼꼼하고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 전개.
미야베 미유키나 우라사와 나오키와 비견될만한 연출력. 그리고 작가 특유의
시선까지.. 현실적인 리얼리즘, 숨 막힐 듯 팽팽한 긴장감, 후끈 달아오르는
화끈한 재미, 한겨울의 햇살 같은 포근한 이야기.. 이 작품에 다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