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리고 좀비 - 제1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백상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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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르 문학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신진 작가들에게 그 문을 개방하는데 

상당히 우호적인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작년 (2009년)말부터 올해 (2010년)초까지

 'ZA 문학 공모전' 을 개최했었다.  ZA 문학이란 '좀비 세계를 주제로 한 자유 소설' 

일명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 를 일컫는 것으로 이 책에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총 다섯 편(당선작 1편, 가작 3편, 심사위원 특별 추천작 1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섯 편 모두 기존에 보아왔던 좀비물의 설정과 흡사하면서도 

아주 색다른, 너무나도 '한국적인 좀비 세계' 를 구현했고 모두 상당한 수준의 

글 솜씨를 보여준다.  


척박하고 열악한 국내 장르 문학 시장에서도 하위 장르로 분류되는 공포 문학. 

그중에서도 좀비물. 세계적으로 좀비물(영화, 드라마, 소설 등)은 이미 그 가능성을 

넘어 전면에 나서도 손색없는 히트 장르로 인식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몇몇 소수 매니아들만 찾는다는 선입견이 남아있다. 


<섬>
백상준
대상 수상작으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묘하게 뒤틀린 한 남자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마치 세상을 비꼬는 듯한 남자의 불만 가득한 시선과 

약간은 촌스러운 문장, 대사가 블랙 코미디적 개그 코드를 듬뿍 담고 있으면서 

지금 현재의 한국 사회 모습을 여과없이 잘 표현했고 특히, 자조섞인 신세한탄과 

너무 리얼한 현실적인 고민(똥은 어디서 누고 어떻게 처리하지? 그 많은 걸그룹들도 

좀비가 됐을까? 비상식품 인기 1위인 라면의 유통기한이 1년도 안돼? 등등...)들이, 

고립되어 홀로 남은 한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페이지가 쉽게 잘 넘어가면서 

껄쩍지근한 뒷맛도 꽤나 괜찮다. 


<어둠의 맛> 펭귄 
가장 짧은 작품(장편으로 집필 중)이면서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인 듯 싶다. 용산 철거민인 한 남자의 시각으로 도시속 노숙자와 빈민의 

문제부터 농촌의 고령화 문제, 외국인 노동자, 정치적인 세태까지, 사회 전반적 

고질병을 고루 다루면서 일반적인 좀비의 모습과는 가장 동떨어지는 한국형 

좀비를 만들어 냈고 은유와 비유도 좋았지만 좀비물 특유의 재미는 다소 아쉽다. 


<잿빛 도시를 걷다> 황희
한 여자의 자식인 동시에 한 여자 아이의 어머니인 한 여자의 절박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으로 스케일은 작지만 함축적인 시점으로 집중된 장면들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야 어찌됐건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고 내가 지켜주어야만 하는 이들을 

향한 맹목적인 행동... 매끄럽지 못한 진행은 조금...  


<도도 사피엔스> 안치우
 
가장 냉정한 시선으로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원인부터 따지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좀비화의 원인을 탄저균과 

흡사하면서도 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되는걸로 설정하고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방향에서 접근한다. 실제 병리학, 해부학 등의 전문적 지식을 기본 설정과 

잘 융화시켰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약간 뜨뜻미지근한 진행과 딱딱함은 아쉽다. 


<세상 끝 어느 고군분투의 기록> 박해로
마지막에 수록된 가장 긴 작품으로 장소 선택이 참 마음에 들었다. 교도소라... 

생각해보면 호텔이나 대형 마트보다도 구조적으로는 더 안전하고, 또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공간이라 고립되어 홀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남은 이는 그 교도소의 교도관... 

진행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일어나면서부터 

뭔가 너무 무거워지고 너무 진지해지고 너무 딱딱해져 버린 게 아쉽다. 말 그대로의 

생존 게임이 더 낫지 않았을까?



전체적으로 만족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좀비물이란 설정은 유리할 수도, 

또 불리할 수도 있는 설정이라 자칫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정말 어설픈 

패러디물이 되기 마련인데 그 미묘한 선 긋기를 참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다. 한국적인 현실을 잘 반영해서 공감이 가는 작품이 많았고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많았다. 

다만 모든 작품이 개인의 시점으로만 쓰여진건 다소 아쉬운 점이다. 

한두 작품 정도 정말 톡톡 튀는 설정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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