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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에 안녕을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우타노 쇼고.. 이 작가 만의 특징이랄까? 이 작가 만의 글 냄새랄까? 이런 게
파악 되는 독자 분 있나요? 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올해 나온 이
작가의 책 다섯 권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모르겠어요. 어려워서? 복잡해서?
이렇게 물어 보는 분은 이 작가의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어본 독자가
틀림없겠죠. 우타노 쇼고는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작가지만 결코
어렵지가 않고 쓸데없이 진지하기만 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왜 굳이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한거냐.. 국내에 나온 이 작가의 책 여섯 권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다 다릅니다. 분명히 본격 미스터리 특유의 향(짙고 옅고의
차이는 있지만) 만큼은 다들 풍기는데 전체적인 감상과 색깔은 상당히 다르네요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이 작가를 접한 적이 없는 독자분들에겐 되도록 이 책을
권하고 싶네요. 일단 단편 모음집입니다. 11편이나 수록되어 있구요. 거기다 각
단편들의 길이가 비교적 짧아요. 얼마나 짧냐? 단 세 페이지짜리도 있구요.
가장 긴 단편도 50페이지를 넘지 않아요. 산뜻합니다. 그러나 주제와 소재, 설정,
등장인물 등, 각 단편의 내용과 장르는 길이보다 더 다양해요. 게다가 본격의
냄새가 진한 단편도 있지만 본격과 상관없는 단편도 많아요. 또 게다가 그동안의
우타노 쇼고의 (트릭에 중점을 둔)전작들과는 다르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는 게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겠네요.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느낌이라 새롭기도 하구요...
첫 수록작인 <언니>는 부모님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언니를 둔 한 소녀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이모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 놓는 이야기입니다.
고백과 반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네요. 그외에도 고시엔에 자신의 인생을 건
야구 소년과 그의 어머니, 파칭코에 미친 엄마들을 욕하는 한 엄마, 스토커 아닌
스토커에 시달리는 평범한 직장 여성, 어린 딸에게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강요하는 엄마, 매년 놀러가는 외갓집에서 비밀의 방문을 열어버린 소년,
죽은 형님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그저 혼자 지내고
싶은 한 노숙자의 이야기까지... 정말 그 맛이 다르고 그 향이 다른 11편의
단편들이 상당히 흥미롭고 알찬 내용으로 자꾸 유혹을 하네요.
이 단편집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잡지에 실렸던 단편들만 모아서 책으로
엮은 거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읽다 보면 각 단편들 사이에 세월의 낯섦?
시간의 흐름? 같은 게 느껴지더군요. 거의 10여 년의 세월이 지날 동안 작가의
미묘한 색깔 변화라든가 문체의 변화, 의외의 촌스러움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는 단편집입니다. 이런저런 변화의 실험을 해봤다고도 할수 있겠죠.
잡지 수록작이라 그런지 아주 가볍게 느껴지는 단편도 있구요. 현재 나와있는
장편의 습작 같은 느낌을 주는 단편, 너무 단순한 거 아냐? 하는 단편,
어라? 이렇게 끝나? 하는 단편도 있습니다. 책 전체적인 특징이라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수록작의 결말이 상당히 당혹스러워요. 거의 모든 수록작이
직업도 다르고 사는 세계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고 사연도 다 다른 갖가지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마무리만큼은 결코 따뜻하지도 포근하지도
않아요. 마치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시소게임>의 작가 ’아토다 다카시’ 나
쇼트-쇼트 스토리의 작가 ’호시 신이치’ 의 단편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씁쓸한 뒷맛이 썩 개운치는 않지만 묘한 여운이 결코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팡팡 터지는 반전이라기보단 우리 일상생활 언제
어느 때나 만나고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아이러니컬한 상황에서의 마지못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