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런 책은 또 처음이네요... 이렇게 인상깊은 소설을...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니... 먼저... 고백합니다. 이 책 읽다가 나도 모르게 두 번이나 벽에 던져버렸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찢어버릴뻔도 했구요... 다행히 끝까지 읽었고 책도 멀쩡합니다. 내용이 실화였다는걸 미리 알고 봤기에 망정이지... 모르고 봤다면 작가 '잭 케첨' 에게 모든 욕을 다 할뻔 했습니다. 그래도... 차라리 100% 소설적 허구였다면...  

[1958년 여름, 뉴저지의 작은 강가 마을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과 그보다 더 평화로운 소년, 소녀들의 모습으로 이 끔찍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나는 이것만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것을 보기 전에 차라리 죽어버렸어야만 하는 것.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입 밖에 내어 말할 수 없는 것,

나는 그것을 보았고, 볼 수밖에 없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잔인함의 강도와 수위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봤음에도... 읽고 난 후의 충격이... 솔직히 리뷰 쓰기 싫네요. 감상을 쓰려면 필연적으로 머리속으로 내용을 떠올려야만 하고 각각의 인물에게 어느 정도는 감정이입을 할 필요성이 있는데... 어휴... 

잔인하고 실화라고 해서 딱히 공포물은 아닙니다. 다만...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공포에 더불어 분노와 증오와 크나큰 죄책감까지... 

"내가 이 소녀에게 무슨 짓을 한게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악이 승리하는데 필요한 유일한 한 가지는 

     선한 자들의 방관이다." - 에드먼드 버크- 

 

실제 현실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겁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여자 분이, 혹은 어린이가, 혹은 장애인이 폭행을 당합니다. 추행을 당합니다. 이유요? 모르죠, 우리는 제3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죠. 이유는 별 상관없습니다. 주위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냥... 구경합니다. 그럼... 이 수 많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습니까? 구경했다고? 법적으론 전혀 죄가 없죠.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까지 그냥 '구경꾼으로' '방관자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테죠. 솔직히 저런 일에 끼어든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되려 피해입는 경우가 많지요. 이 책은 그런 '무관심'이 '방관'이 그리고 '무지'가 합쳐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철저하게 방관자의 시선으로 방관자의 관점으로 쓰여졌습니다. 작가는 이 시점이 의도적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쓰기 전 실제 사건 기록을 보고 너무나 끔찍하고 잔혹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포기하고 좀더 소극적인, 한 소년을 화자로 세운 1인칭 시점으로 그 소년의 눈과 귀를 통해서만 이 사건을 접하게끔 독자들을 배려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의도는 또 있는 것 같습니다. 

1인칭 시점이란 곧 화자의 목소리와 눈과 귀가 작가의 말이자 눈이고 귀라는 
말입니다. 더불어 독자들도 자기 자신이 화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의 화자인 소년은 죄가 없습니다만 읽다보면 결코 그런 생각이 안 듭니다. 위에 썼던 죄책감이란 말은 그런 뜻입니다. 마치 책을 읽는 내가, 아무죄가 없는 내 자신이 뭔가 찜찜합니다. 괴롭습니다. 분노하고 명백한 살의를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성선과 성악, 둘 다 믿지 않습니다만 한 쪽으로 기우는걸 느낍니다. 이 책의 인물들은 너무나 순수합니다. 너무나 순수하게 그런 짓들을 합니다. 궁금해서 합니다. 하고 싶어서 합니다. 죄책감? 없습니다. 모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10대들이 같은 10대들을
진짜 아무 이유 없는 이유로(이유를 나중에 억지로 만드니까 이유 없음입니다) 괴롭히는데 그 짓거리들이 차마 아이들의 짓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어린이와 어른, 여자와 남자, 사회적인 강자와 약자, 이 모든 관계에 있어서 저항하고 반항하는 것 보다 무력감에 빠져 스스로 죄의식과 굴욕감을 느끼며
복종하고 체념하는게 쉽고 간단합니다. 소녀가 당하고 느꼈을 고통과 아픔과
상처, 수치심과 좌절감과 끝없는 절망은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녀는 결코 단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약자를 감싸고 보호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실제 사건에 대해 알아봤는데 결코 소설보다 덜하지 않더군요. 독자에게 여러가지를 느끼게 하고 깨닫게 한 소설을 쓴 작가에게 박수를... 그리고 역자 후기를 보고 나니 번역의 완성도(따질 수준도 안 됩니다)를 떠나 이 책을 인상깊게 읽은 독자 입장에서 후기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출판사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국내에 이 책을 내준게 고마운 점이고 무척 인상깊게 읽었음에도 추천하거나 권하기는 망설여지는게 미안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