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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ㅣ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도 생소하지만 작가 이름은 더 생소하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합니다.
이 책이 이 작가의 데뷔작이거든요.(글 솜씨만 봐선 믿어지지 않지만)
소개자료를 봤을땐 "데뷔작인데 너무 무겁고 어려운 주제와 시대배경을
고른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마치 직접 그 시대를 살아온거 마냥(작가는 79년생)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거기다 독자들이 상상으로만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영상을 눈으로 읽는듯한
느낌까지 들도록 그 시대 배경의 고증이 아주 탁월합니다.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
프롤로그 이후 배경은 1950년대 스탈린의 공산주의 체제하의 소련 모스크바,
국가 안보부 엘리트 요원인 '레오 데미도프'는 어느 소년이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다른 수사때문에
흐지부지 마무리 지어버립니다. 그리고 레오가 체포한 수의사는 공식적으론
유죄로 결정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남습니다. 결국 레오는
이데올로기의 혼란이 오게되고 국가의 정체성까지 의심을 하게 됩니다...
결코 범죄, 특히 연쇄 살인과 같은 엽기적인 범죄는 일어날리가 없는 나라,
그러나 이 책은 실제 1978년부터 1990년 사이에 아이들과 여성들을 살해한
악명높은 안드레이 치카틸로라는 연쇄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답니다.
기본적으로 연쇄 살인마가 나오고 그를 잡는 자가 나오니 일반적인 범죄물과
비슷하겠거니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물론 스릴러의 기본에는 충실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한 가지 내용인데 속을 들여다 보면 두 가지 내용인 듯 하는 점, 스릴러의 바탕에 사회주의의 병폐와 모순을 덮은게 아니라 반대로 작품 전체에 그 사회상을 깔아놓고 그 위에다 스릴러의 모습을 살며시 끼얹은거 같습니다.
솔직히 스릴러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그다지 임팩트가 강한 내용은 아닙니다.
수사라기엔 너무나 엉성하고 허술한(배경상 어쩔수 없는 부분) 모습들과
어쩌면 다소 지루하다 싶을 정도의 사회주의 체제의 소름끼치는 환경의 묘사,
생소한 사회 배경, 더욱 생소한 지명과 인물들의 이름들(약간의 인내가 필요...) 그러나 어느 사이 몰입하게 되면서 밑바탕과 그 내용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
가장 의심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이렇게 무섭고 잔인하고 슬픈 공산주의 사회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지옥같은 꿈이나 다름없겠죠.(비록 지금 시대에도 존재하긴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고 가족이나 친구도 필요없고 오직 국가뿐, 타인과의 관계라는건 존재하지않고 오직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세뇌나 다름없는 아이들의 교육, 생존을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결혼...
우리가 숨 쉬는 것만큼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유(육체와 정신 양쪽 다)라는게
얼마만큼의 희생과 피눈물때문에 누리는지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게 만드네요.
당황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사회의 모습이 현재에 왜 낯설지가 않은지는...
이 젊은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은 2008년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상을 수상했고 2008년 맨 부커상 후보작까지 선정됐습니다. 거기다,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