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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ㅣ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국내 장르 소설(경계 문학) 전문 브랜드 노블레스 클럽의 12번째 작품입니다.
노블레스 클럽에서 그동안 나왔던 11편의 책 중에는 좋은 평가를 받은 책도 있고 비교적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책도 있습니다. 다행인지 제가 봤던 서너 권의 책은 대부분 만족스러웠습니다.(평가가 낮은 책은 안 골랐던 점도 있겠지만) 평소에는 먼저 읽은 분들의 리뷰라든가 소개 글을 보고 고르는 편인데 이 책은 나오자마자 볼 기회가 생겼네요. 읽기 전엔 기대도(불교 접목이란 점)하고 불안하기도(젊은 작가의 데뷔작)하고 좀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다 읽고 글을 쓰고있는 지금,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분명히 실패작은 아니고 나름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근데 많이 아쉽네요. 노블레스 클럽 기존 작품 중에 가장 좋은 평가와 함께 재미도 있는 책이라면 <라크리모사>와 <얼음나무 숲>을 꼽을 수 있는데요. 개인적인 평가로 이 책은 거기엔 못미칩니다. 불교적인 색채를 전면에 내세운 실험적이고 과감한 설정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홍보글이나 소개글을 봤을때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불교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몇몇 이름과 전문적인 설명말고는 오히려 술술 읽힌다고 할 정도로 그 조절이 잘 됐습니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구요.
현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어느 세계, 인간이 아닌 '교'와 그녀의 화신 '여의'가 살고있는 정각당, 어느날 우연찮게 갓난아기를 발견하고 아기에게 '칼키'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3인칭으로 전개됩니다.) 놀랍게도 하룻밤만에 성인이 되버린 칼키,(이때부터 칼키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 교에게 진언과 인법 등을 배우면서 살아가던 어느 날용을 타고 나타난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습격을 당하게 되고...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세계관이 독특하고 흥미롭긴 하지만 조금 읽다보면 처음의 낯설음과 다르게 적응이 쉬워집니다. 겉모습만 다르게 느껴질뿐 기존에 나와있는 판타지의 세계관, 종족구성이라든가 세부적인 설정이 특별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안 들었습니다.(불교 관련이나 진언, 인법에 대한 내용은 어려우면서도 읽는 재미도 있고 흥미로웠습니다)
재미가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지만 괜찮고 잘 쓰여진 소설이냐고 물어보면 거기엔 의문점이 듭니다. 일단 이야기의 방향성이 너무 급격하게 바뀌고 무엇보다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캐릭터성(?)에 일관성이 떨어집니다. 분명히 동일인물인데 어쩔땐 이랬다가 어쩔땐 저랬다가, 그 인물이 그 인물이 아닌거처럼 내용 전개의 필요에 의해 끼워 맞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종족에 대해서도 약간의 설명으로 이해하기엔 그 설명이 조금 부족했구요. 비교적 여유롭고 몰입도가 있는 초반부의 설정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더군요. 특히나 결말의 다급함이란...
작가의 데뷔작이자 실험작 성격이 강한 소설이어서 그런지 잘 읽히는거에 비해 완성도는 아직 미흡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가져도 될만한 소설입니다. 국내 장르 소설의 팬들을 위해 국내 작가들이 더 재밌고 더 나은 작품들을 많이 많이 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