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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외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4년 11월
평점 :
사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느 한쪽만을 주 타깃으로 삼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일부러라도 잘 안 보는 편이다. 일단 내 취향상 크게 재미를 못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이런 류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가 쉬어져서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짜증나는 스타일의 등장 인물을 두고 나 스스로가
"그래~ 세상 모든 여자들은 다 이럴거야~ 맞아, 맞아..." 물론 현실과 착각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분별력이 나에겐 있다. 그렇지만 어쩔수 없이 생기는 선입견이나 단순히 외모나 말투만 가지고 쉽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잘 안보게 된다.
그래서인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나 <섹스 앤 더 시티>도 마찬가지 이유로 안 봤다.(같은 맥락으로 지극히 마초적인 작품도 잘 안 본다) 그래도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시리즈는 도움도 많이 받았고 남여 양쪽의 심리를 조금은 알게 해준 책이기에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도 비슷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읽게 됐다.
이 책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스토리 컨설턴트 그렉 버렌트와 책임 작가 리즈 투칠로가 함께 쓴 책이다. 연인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여자들과의 편지상담을 통해 새로운 연인과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도록 도와주며 연애라는 게임에 무관심한 남자들의 진짜 모습을 여자들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상담의 거의 전부는, 실제 사례는 아닌 듯 보이지만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총 51명의 여자들이 편지로 물어보고 나름의 고민 해결 방안을 그렉이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마지막 부분엔 그 답변에 신빙성을 더할 수 있는 남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 결과도 수록되어 있다. 본문의 내용 자체는 지극히 쉽다.
그렉에게- 제 남자친구는 저에게 이러이러해요~ 도대체 왜 그런거죠?
또 그렉에게- 우리는 오래 사귄 사이에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이상해요~
그럼, 그렉이 답변해준다.
OO 에게- 당신의 남자친구는 당신에게 별로 반하지 않았어요~
OOO 에게- 이제 당신의 남자친구는 더이상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 해요~
몇몇 사례에선 깊은 공감을 하기도 했고 전혀 이해하지 못 했던 여자만의 심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수의 사례에서 공감은 커녕 어쩌구니가 없을 정도의 답변이나 마치 모르는 사람과의 상담이 아니라 그렉과 고민 여성이 원래 잘 아는 사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안 들었던건 그렉의 답변 자체가 너무 이분법적 답변이라는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뭘까? 아무리 그렉이 연애 경험이 많고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해도 어차피 그렉 자신은 고민여성들의 상대남들을 전혀 모르지 않은가? 상대남에게도 고민여성의 고민 못지않게 큰 고민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단순히 하는 일이 잘 안 풀려서나 정말 너무 바쁘고 시간이 안 나서 얼마정도 연락을 못 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말이다.(나도 그들의 이유를 모르는건 마찬가지다) 이런 점은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거의 모든 답변을 그 남자는 당신을 안 좋아해요~ 절대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어요~ 차이기 전에 당신이 먼저 차요~ 이런 식의 어쩌면 무책임하다 싶을 정도의 답변을 해 준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남여간의 일은 절대 정답이 없다는거다. 알면서도 모르겠고, 경험이 풍부해도 다시 초보가 되는게 연애고 감정이고 사랑이다. 자기 주위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연애 관련 상담을 해준 경험이 대부분 있을거다. 물론 반대로 자신이 상담을 받아본 경험도... "내가 봐서 진짜 저 사람은 아니다~" "너 저 사람 계속 만나면 이용만 당하고 네 인생 망친다~ "절친한 친구에게 진심어린 이런 말을 해줬다 치자~ 그런데 옆에선 보기엔 정말 문제가 많지만 당사자들은 헤어질 생각이 없는거다. 이런 커플들, 친구들이 뜯어 말린다고 친구들 말에 고개 끄덕이며 단칼에 쉽게 헤어지던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애만 10년 넘게 하고 겉으론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런 커플들이 어느 순간 헤어지고 그것도 모자라 서로 잡아먹을 듯한 원수가 되고... 우리 주위의 현실에서 너무 많이 보는 모습 아닌가??
자~ 그러면 내가 이 책을 절대 보면 안되는 책이라 말하는거 같이 느끼는 분도 있을거다. 절대 아니다~ 단지 이 책을 읽는 목적과 그 방향을 달리 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연애 상담이나 사랑을 시작하려하는 여성을 도와주는 책이라기보다 (그런 내용으론 화남,금여가 더 맞다) 여성들이여! 인생목표를 좀 더 넓게,크게 가져라~ 라는게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픈 것인거 같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 좋다~ 진실한 사랑? 진짜 좋다~ 다만!! 거기에 당신의 모든걸 바치지 마라~ 실제 우리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이별하자는 연인이 자기를 배신했다면서 집착을 넘어 증오하고 분노하고 스토커 짓도 모자라 흉악한 범죄까지 저지르는...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별 후에 식음을 전폐하는 것도 모자라 자기 자신도 잃어버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이 책의 나오는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것은 좋다. 남자들은 왜 이럴까? 생각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냥 쉽게 생각하고 보자~ 절대 연애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당신을 좋아하면서도 당신에게 내색을 못할 수도 있다. (이유야 그 남자만 알겠지만... 아니~ 그도 모를 수도 있다) 또 결코 당신에게 싫증을 느끼지 않았으면서 다른 요인으로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다. 그렉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는건 좋지만 맹신하진 말자~ 진실한 사랑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위한 배려와 다시 일어설 힘은 남겨두는 여성이 되자~
이 책을 읽은 후에 "역시~ 세상 모든 남자들은 다 이런다니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절대 아닙니다!! 나쁜 놈도 많지만 착하고 좋은 놈은 더 더욱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