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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22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살가게
-장 튈레 / 성귀수 옮김
도대체 어디서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일까? 읽어야될 책 목록에 떡하니 있길래 도서관에 빌려서 읽긴 했는데 이 책의 존재를 어디서 알았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책 제목으로 이건 뭔가 봐야되겠다는 생각이 아주 크게 들어서 다른 책들을 젖혀두고 먼저 빌리게 되었다. [자살가게]라니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기기에 충분하고 책의 표지는 먼가 약올리는 듯한 표정의 아이가 서있는데 바닥에 있는 종이가방의 내용물이 심상치가 않다. 면도날, 밧줄, 약, 나이프, 제목과 매우 부합하는 내용물들이다. 요즘 내가 추리소설에 푹 빠져있어서 제목과 표지를 보고 사람을 어떻게 죽일지 모의하는 그런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마치 [밀실살인게임]처럼.
이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였다. 한 가족이 자살가게를 운영을 하는데 자살가게가 무엇이냐면 사람들이 자살을 할 수 있게 그런 도구를 파는 가게이다. 어떤 것을 파는지 말하자면 독을 묻힌 사과, 면도날, 할복을 위한 옷과 칼, 밧줄, 독약 등등이다. 이런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에게 본의아니게 세 번째 남자아이 하나가 태어나게 되는 데 그 아이로 인해 자살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는 부정 그 자체인 가족들이 너무나도 긍정적인 셋째 알랑으로 인해서 차츰차츰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내용이다.
가족의 구성원은 독약을 잘 만드는 엄마 뤼크레스, 목 매달 밧줄을 직접 만드는 아빠 미시마, 두통이 심해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는 장남 뱅상, 자기자신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둘째이자 장녀 마를린, 그리고 이 가족과는 전혀 반대되는 긍정왕 알랑이다. 자살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정말 다양한 자살도구들이 나오고 자살을 하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나오는 데 이것만 보면 먼가 디스토피아적인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내용일 것 같지만 알랑으로 인해서인지 작가의 의도인지 전혀 그렇지 않고 그냥 웃기고 재미있었다. 재밌는 일화들 중에서 장녀 마를린의 생일날 가족들이 선물을 하는 데 장남은 자살하기 편한 폭탄을 넣은 헬멧을 선물을 주고 부모님은 독 주사기를 주며 맞은 사람 신체에는 무관하지만 대신에 독사처럼 된다고 하면 딸의 팔에 주입을 한다. 웃긴건 마를린은 드디어 자신의 역할이 생겼다며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 가족답다. 이런 선물들을 주고 받는 와중에 알랑은 예쁜 스카프를 선물해주면서 누나는 그 누구보다 이 스카프가 잘 어울리고 누난 예쁘다고 말하며 선물을 하는데 그것을 본 부모는 얜 또 쓸때없는 것에 돈을 썼다며 나무란다. 참 이 가족스러운 생일 이벤트이다.
이런 비관주의로 가득찬 가족이다 보니 뉴스도 그런 것들 위주로만 보는데 처음엔 자신들과 전혀 다른 알랑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하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감화되면서 결국에는 자살가게가 크레이프 가게로 변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이 사실이 못마땅한 아버지 미시마는 자신의 가게가 크레이프를 팔고 사람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노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 마지막에 알랑이 국회의원들의 샴페인에 독이 아닌 웃음약을 넣는 큰 사고를 치고 미시마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알랑을 죽일려고 칼을 들고 쫓아가다가 알랑이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도 난관을 잡았는데 뱅상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붕대를 풀어서 알랑에게 던져주고 다 같이 힘을 합쳐 알랑을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결국 아버지도 알랑에게 감화되어 뭐 될대로 되라지 하면서 웃고 다른 가족들도 저 마다의 이유로 웃는데 그 모습을 본 알랑은 이제 자신의 본부를 다 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손을 놓으며 책의 내용이 끝이 나게 된다.
???????????????????????????????????????????????????????? 도대체 왜? 알랑은 그토록 가족들을 비관주의에 벗어나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해놓고 다들 이제 벗어나니깐 자신의 생을 마감을 한 거지?? 마지막 결말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모두 나와 똑같았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알고보면 피는 못속인다고 비관주의적인 사람이 아니였을까 생각을 한다. 그러기에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왜냐면 가족들은 자살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을 자살하게 만들지만 본인들은 하루하루 자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살을 할 생각은 하지않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모순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가족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깨우쳐주고 자신이 생을 마감을 함으로서 엄청난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 알랑의 삶의 목표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가족이 이렇게 자살하는 것도 충격적인데 자신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 사람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한다? 그러면 그 충격적은 말로 못할 정도로 엄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은 알랑이 손을 놓는 것에서 끝이 났지만 아마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결국 자살을 하지않았을까 한다. 열린 결말이라 결말은 독자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난 아마 이러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제목만 보고 우선적으로 빌린 책인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결말도 충격적이고 내용은 분위기와 다르게 유쾌해서 읽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알랑의 마지막 행동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뭐든지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알랑이 너무 맘에 들었다. 곁에 지인으로 두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알랑같이 매사에 긍정적인 부분만 보고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알랑의 행동을 보면서 내 행동에 좀 반성을 했다. 요즘 이런 긍정? 관련된 책을 읽지 않다보니 좀 부정적이게 되었는데 가끔씩은 긍정적인 책을 읽어서 내 자신에게 긍정의 씨앗을 심어주고 물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책을 읽어서 너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가칙 잇는 것이죠! 서툴거나 부족하면 서툴고 부족ㅎㄴ 그대로 삶은 스스로 담당하는 몫이 있는 법입니다. 삶에 그 이상 지나친 것을 바라선 안 되는 거예요. 다들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삶을 말살하려 드는 겁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 모든 것을 좋은 면에서 받아들이는 편이 나아요. (중략) 참 예쁜 이림으네요, 노에미라...... 노에미를 사랑해주세요. 이제 곧 아시겠지만, 그녀는 참 자상한 여자랍니다. 그녀의 가면을 댁으로 가져가세요. 그녀에게 웃어주세요, 그러면 그녀 또한 웃어줄 겁니다. 잘 돌봐주세요, 그녀에겐 애정이 필요하거든요. 잘 씻겨주고, 향수도 뿌려주고, 옷도 예쁘게 입혀주세요. 금세 기분 좋아할 거예요. 그렇게 그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해보세요. 손님의 친구가 되고, 의논상대가 되어줄 것이며, 둘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거예요. 둘이서 함께 웃으며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p.154)
-알랑이 자살하려고 온 손님에게 거울을 단 가면을 건내며 하는 말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난 나자신을 얼마나 아껴주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넨도만큼의 투자를 나에겐 하지 않는 것 같다. 내 나름대로 나를 아끼고 사랑은 해주지만 넨도를 사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은 참고, 다른 자잘한 사고 싶은 것도 최대한 참고 있으니깐. 넨도만큼의 애정을 나에겐 쏟지 않는 것 같아 살짝 반성을 하게 만든 내용이였다. 웃긴 것은 이것을 본다고 해서 지금의 아끼는 생활은 바뀌지 않겠지만 대신에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더욱 자주 웃고, 내 자신을 위해 그래도 뭔가를 더욱 해주어야 겠다. 내 인생의 최고의 동반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