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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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백광]을 읽고선 너무나도 큰 실망을 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은 안봐야지 결심을 하고 [열린 어둠]이 한국에 출간을 하고도 눈길 한 번 안주었다. 그런데 많은 추리소설 매니아들이 [백광]보다 [열린 어둠]이 훨씬 낫다고 하고, [열린 어둠]만큼은 읽어보는게 좋다고 많이들 그랬다. 난 그래도 믿지 않았다. [백광]으로 인한 편견이 너무 심하게 내 뇌 한쪽에 강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한테는 재미가 없을거라고 판단을 했다. 그러다가 이 책 저 책을 막 읽다보니 추천도서 리스트에 적힌 왠만한 책을 다 읽어서 어떤 책을 읽어야되나 고민이 되었다. 무언가를 읽긴 읽어야 하는데 무엇을 읽어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갑자기 이 책 [열린 어둠]이 떠올라서 ‘그래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고민이 나의 편견을 이겨내고 결국엔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을 대여를 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게이코가 신주쿠에 있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호텔에서 살해되었다니…. 게이코라면 바로 방금 전까지 이 카펫 위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죽였다. 이 손으로, 이 침실에서 내가 죽였다.

---「두 개의 얼굴」중에서


화들짝 놀란 아저씨도 강 선배와 똑같이 내 작은 몸을 덮치듯이 납작 엎드려 들여다본 것입니다. 그때 아저씨를 놀려주려고 숨을 멈추고 죽은 척했던 내 입이며 심장에 필사적으로 들이대던 귀의 감촉이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유괴범이 내 심장에 귀를 대는 것 같았습니다.

선량한 인간의 귀….

---「과거에서 온 목소리」중에서


남청색과 노란색의 줄무늬 넥타이가 소녀의 가늘고 작은 목을 파고들었다. 소녀를 짓누르고 있는 자의 얼굴은 전등 불빛을 역광으로 받아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 그늘진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울어서 그런지 눈만 번들거렸다. 소녀는 그늘진 얼굴이 왜 울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지 알지 못했다. 입에서는 신음하는 듯한 거친 숨이 소녀의 뺨에 훅훅 끼쳤다. 그 입은 조금 전에 “무섭지 않아. 편해지는 거야. 걱정할 거 없어”라고 소녀의 귀에 다정하게 속삭인 참이었다.

---「화석의 열쇠」중에서


문득 이 여자는 오해라는 걸 다 알면서도 유리를 죽인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값비싼 요리에 담뱃재를 떨듯이, 고가의 귀걸이를 구둣발로 짓밟듯이, 유리를 죽인 것은 이 여자의 마지막 최고의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기묘한 의뢰」중에서


“멍구야.”

나는 다시 한번 여덟 살의 목소리로 불러보았다. 그리고 그게 내가 멍구에게 던진 마지막 목소리였다. 멍구의 입도 더 이상 아무 대답이 없었다. 어차피 멍구 역시 단 한 번도 내게 본심을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가 내게 들려준 목소리 중에 유일하게 본심이었던 것은 이십여 년 전에 내 칼에 놀라 내지른 비명뿐이었다.

---「밤이여, 쥐들을 위해」중에서


작업용 앞치마 주머니에서 남천촉 열매를 꺼내 시즈코는 그 빨간빛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를 머금은 채 은 꽃의 오목한 곳에 두 알 세 알 떨구고 한 알씩 끌의 칼날 끝으로 짓이겼다. 진홍빛 껍질이 터지면서 하얀 즙이 흘러나왔다. 비릿한 냄새가 코에 엉겨든다. 구역질로 목이 울컥했지만 시즈코는 아직도 웃고 있었다. 고역스러운 이 냄새만이 현관 앞에서 맡은 그 여자의 향수 냄새를 지워줄 것 같았다.

---「이중생활」중에서


실제로 카메라의 눈 같은 게 느껴져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문을 등지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나였다.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부르짖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도 단순한 수식처럼 명료하게 이해되었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마음이 들었다. 출연 직전에 거울로 내 얼굴을 확인하듯이

---「대역」중에서


교코는 두 팔로 내 목에 매달리듯이 품에 안겼다. 스카프 위로 잡은 권총 끝이 교코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더욱더 몸을 바짝 대면서 교코는 내 귓가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속삭였다.

“쏴.”

교코는 내 어깨에, 나는 그 머리칼에, 서로의 얼굴을 묻고 있었다. 교코의 머리칼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어젯밤과 똑같이 내가 먼 옛날에 맡은 흙냄새가 났다.

---「베이 시티에서 죽다」중에서


“아까 내가 아카자와 선생을 죽인 범인이 그 비밀을 들키는 바람에 다카기를 죽였다고 말했었지? 즉 범인은 아카자와 선생을 죽였기 때문에 다카기도 죽였다고 했던 것인데, 그게 완전히 반대였어. 스즈타는 아카자와 선생님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카기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거야.”

---「열린 어둠」중에서




‘렌조 미키히코’의 [열린 어둠]은 이렇게 아홉 가지의 단편이 실린 책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백광]으로 인한 편견으로 정말 기대감 하나도 가지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 기대감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단편 아홉 편 모두가 정말 다 재밌었다. 얼마나 재밌었냐면 [백광]에 대한 편견이 뿌리째 뽑혔을 정도다. 왜 추리소설 매니아들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스토리와 반전이 아홉 작품 다 만족스러웠다.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었지만 다들 너무 괜찮아서 제일 괜찮았던 단편을 하나 뽑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그나마 별로였던 단편은 제목으로도 쓰인 [열린 어둠]이였다. 보통 책의 제목으로 쓰일 정도의 단편은 대부분 단편집 안에서 제일 재미있는 단편일텐데 다른 단편 모두 다 재미있어서 [열린 어둠] 단편은 마지막에 실려있기도 하고 앞의 단편들이 모두 재미있다 보니 자연스레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라고 했던가. [열린 어둠] 단편이 나쁜 작품은 아닌데 이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하였다. 죽인 이유도 그렇고 크게 반전이랄 것도 없고... 너무나도 무난은 했지만 이 이야기 자체가 전혀 와닿지 않았다. 진짜로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그럴수도 있나 싶기도 한가 싶기도 하다.


괜히 띠지에 ‘모두가 애타게 기다려 온 그 책’이라고 적혀있는 게 아니였다. 이 글 그대로 애타게 기다릴 만할 정도의 재미를 나에게 선사했다. 표지는 처음에 봤을 땐 신비롭기만 했는데 내용을 보고 나면 그림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어서 다시 곱십어 볼 수 있었다. 새삼스레 ‘렌조 미키히코’의 단 하나의 작품만을 읽고선 크나큰 편견을 가진 나에게 반성을 하게 만든 작품이였다. 하나의 작품을 읽고 재미없더라도 작가라는게 모든 책을 재밌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렌조 미키히코’의 [열린 어둠] 이 책은 기회가 되면 소장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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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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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추리소설을 막 읽다보니 이젠 목록에 적어놓은 책은 거의 다 읽어서 읽을게 사라졌었다. 그래서 ‘디시인사이드 추리소설갤러리’ 공지에 있는 ‘추리소설 입문작 추천’ 중에서 안읽은 것이 있나 하고 천천히 화면을 내려갔다. 그러다가 바결을 한 것이 이 [외딴섬 퍼즐]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정확히 어떤 장르인지도 모르지만 ‘입문작 추천’이니 믿고 봐도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바로 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지 검색을 하고 있길래 대여를 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진화하는 퍼즐을 푸는 자가 다이아몬드의 상속자가 되리라’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홍일점 아리마 마리아의 제안으로 에가미 부장과 아리스는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숨겨둔 보물을 찾기 위해 외딴섬 가시키지마로 향한다. 열쇠는 섬 곳곳에 놓인 모아이 상 25개의 방향. 섬에는 그들 말고도 마리아의 친척을 비롯한 10명의 사람이 머무는데, 폭풍우가 몹시 치던 밤 두 사람이 총에 맞아 살해된다. 계속되는 연쇄 살인 속에서 추리소설연구회 회원들은 보물찾기와 살인범찾기를 병행하며 사건의 진상에 점차 다가서는데…….




상당히 잘 짜여진 책이다. 입문작이라고 해서 정말 별 생각없이 가볍게 읽었었는데 매니아가 읽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여태 고립되거나 일본의 옛 설화와 관련된 살인이 일어나는 책이면 ‘김전일’이 생각이 났었는데 이 책은 그런거 없이 그냥 딱 ‘김전일’ 느낌이 났다. 엄청나게 비싼 보물이 숨겨진 섬에 그것을 찾기 위해 섬에 찾은 친구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연락수단은 범인에 의해 모두 단절이 되어서 다음 배가 올 때 까지 꼼짝없이 고립이 된 상황. 그리고 또 이어지는 죽음! 딱 이렇게만 봐도 그냥 ‘김전일’이다. 내가 워낙 ‘김전일’로 인해서 추리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돼서 그런지 이 책도 상당히 재미나게 읽었다. 잘짜여진 트릭과 동기, 그리고 깔끔한 결말까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전통적인 추리물이기도 하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입문작 추천으로 괜찮았다. 거기다가 마지막 해설로 가기 전에 독자에게 내미는 도전장도 있어서 스스로 추리할 시간도 갖게 만들었다. 보통의 추리소설이랑 다르게 어딘가에 숨겨진 증거나 힌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만 꼼꼼히 읽고 의심을 하고 그랬으면 충분히 맞힐수 있을 정도로 책 안에 모든 힌트가 다 담겨있다. 그런데도 열심히 내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았지만 부끄럽게도 틀려버리고 말았다.


[외딴섬 퍼즐]은 추리소설 입문작이라고 불리우는 이유가 있는 책이였다. 놀러를 가서 고립이 되고 그곳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하나 둘 증거를 수집하며 그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면 재미, 추리면 추리 딱 우리가 생각하는 추리소설의 정석같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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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카틀리포카
사토 기와무 지음, 최현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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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22년 [흑뢰성]에 밀려서 2위를 수상한 [테스카틀리포카]. [흑뢰성]을 재밌게 읽어서 2위를 수상한 [테스카틀리포카]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원래 그 전부터 제목과 표지에서 오는 어둡고 칙칙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에 읽어봐야지 하고 작년 초부터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야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에도 압도를 당하지만 무엇보다 책의 두께에 압도를 당했다. 와 무슨 600페이지나 되다니... 두꺼운 책은 일단 거부감부터 강하게 드는데 그래도 보기로 결심을 했으니 나의 거부감을 억누르고 책을 펼쳤다.




[테스카틀리포카]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경쟁자에 의해 모든 동료와 가족을 잃은 아스텔라 신화를 굳게 믿고 따르는 발미로가 인도네시아에 은신을 하다가 만난 천재 심장외과의지만 일본에서 큰 사고를 일으켜 장기밀매를 하는 일본인 스에나가를 만나면서 서로의 목표를 위해 일본에서 새로운 장기매매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




어...... 음...... 내가 생각한 미스터리 소설과는 전혀 달랐다. 진짜 [폭탄]을 읽으면서도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생각을 좀 했었는데 [테스카틀리포카]는 그냥 내가 아는 사건이 일어나고 증거를 모아 범인을 밝혀내는 혹은 그와 유사한 방식의 추리 소설이 전혀 아니였다. 그냥 스릴러였다. 근데 이게 추리소설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는 것도 의문이고 이 책이 추리소설이면 다른 문학들 대부분이 추리소설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이 아닌 것도 솔직히 별로였는데 책이 그냥 내 취향이 너무 아니여서 진짜 꾸역꾸역 읽었다. 일단 펼치면 왠만해서 끝까지 읽는 편인데 와... 정말... 졸면서 겨우 다 읽었다.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기도 했지만 특히 아스텔라 신화 언급이 나오면 책을 덮고 싶었다. 아스텔라 신화가 중요한 내용이지만.... 재미가 너무 없으니 뭐 어쩌리 난 이 신화를 알기위해 책을 펼친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그 특유의 재미를 위해 읽은거니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느껴진 것도 작가가 자료 조사를 너무나도 제대로 해서 이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상세하고 자주 나온 것도 나에겐 문제였다. 이 신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걸 이런 식으로 책에 응용을 하다니 하고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말 빌드업을 탄탄하게 쌓는다. 보통 주연들을 제외한 조연들에 대해선 상세히 다루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상세히 다른다. 조연들의 과거도 나오고 어떻게 발미로의 조직에 합류하게 됐는지, 그리고 조연들의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쌓은 탑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시원치 않았다. 쌓은 정도를 봤을 땐 이야기 진행이 좀 더 진행이 되면서 사건을 더 심각하게 만들면서 갈등을 빗고 그랬어야 했는데 갑자기 급하게 사건이 터지고 결말이 나버렸다. 너무 허무했다. 작가가 빌드업을 쌓은 걸로만 봤을 땐 책을 한 권으로 낼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듬어서 2권으로 냈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필요없는 부분을 좀 쳐내고 결말을 좀 더 늘렸으면 훨씬 낳았을 것 같다. 가뜩이나 재미없게 읽고 있는 중에 가장 재밌어야 할 사건 부분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나버리니 더 재미없게 느껴진 것도 있다. 참... 원래라면 구매를 할 생각이 있던 책이였는데 다른 책들부터 산다고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정답이였다. 분명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내 취향의 책은 전혀 아니였기에 구입 안하길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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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최신 원전 완역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미영 옮김, 김선형 / 코너스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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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고전 명작이자 최고의 책

[데미안]이 이번 독서모임 선정된 책이라 진짜 오랜만에 재독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작가나 책이 무엇이냐 물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헤르만 헤세’와 [데미안]을 꼽는다.

그 정도로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정말 인생책이다.

그런 책이 독서모임으로 선정이 되었으니

어떻게든 참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소장한 [데미안]은 민음사에서 출판한 것인데

이 책은 본가에 있어서 한동안 본가를 갈 일이 없어서

도서관에서 대여를 했는데 이번엔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데미안]을 접해보기로 하고 고른 것이

미르북컴퍼니에서 출판한 [데미안:1919년 초판본 오리지널 표지디자인]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데미안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민음사 버전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를 할 순 없지만

다시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만날 생각에

즐겁고 설레는 맘으로 글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데미안]은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상급생 친구를 만나면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싱클레어’는 어린 시절 ‘프란츠 크로머’라는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가 약점을 잡혀서 이용을 당하게 된다.

원래 자신이 속한 가정의 선한 세계와

‘프란츠 크로머’에게 이용당하는 악한 세계에서

방황을 하며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않은 힘든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데미안’을 만나게 되고 ‘데미안’이 ‘프란츠 크로머’와의 악연을 끊게 도와준다.

그 후 ‘데미안’과 큰 접전이 없다가

교회의 견진성사 시간을 같이 듣게 되면서 서로의 인연이 깊어지게 된다.

이 때 이후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있어 멘토같은 존재가 된다.

그렇게 ‘싱클레어’는 성장하면서 방황을 할 때 마다

‘데미안’을 만나면서 구원을 받게 되고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지 점차 깨닫게 된다.


정말 몇 년만에 다시 읽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좋은 책이다.

다시 읽어도 이렇게 좋다니 다시 읽기를 정말 잘 했다.

읽으면서 내가 왜 [데미안]이라는 책을 이토록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생각한 결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보물같은 문장들이 많기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데미안]은 마치 소설판 자기계발서라고 봐도 될 정도로

훌륭하고 멋진 책이다.

그러다보니 역시나 책에 수많은 플래그잇이 붙게 되었다.

이걸 다 옮길 생각에 걱정도 좀 되었지만

이런 보물같은 글들을 표시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좋은 책인데 너무 많은 가르침을 얻어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되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될지 혼란스럽다.


이번에 읽으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은

‘나는 온전히 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였다.

세상에 맞춰사는 인생이 아닌

내 안의 나가 원하고 바라는 그런 인생을 지금 살아가고 있는지 참 의문이 들었다.

‘싱클레어’에겐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배움을 주는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을 만나면서

결국 답을 찾았다.

나는 과연 어떤가?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고민을 하고 배움도 얻었지만

명확한 답은 아직도 없다.

단지 내가 현재 바라는 삶만 존재한다.

그건 바로 부자가 되기이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서의 부자이다.

내가 원하는 차와 바다가 보이는 집 등등.

마지막에 ‘에바 부인’이 ‘싱클레어’에게 말했듯이

진정으로 바라던 꿈을 이루어지게 되어있고

이루고 나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꿈이 다시 나타난다고.

그렇기에 난 이 꿈이 현실에서도 이루어질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건 [데미안]을 읽기 전인 [조셉머피의 부의 초월자]를 읽고

확신을 하게 되었는데 [데미안]을 읽고

더욱 이 믿음이 확고해졌다.

어떻게 보면 ‘끌어당김’의 소설판 같은 느낌도 든다.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 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서문 중

저마다 사람은 그저 자기 자신일 뿐만 아니라, 단 한번뿐이며 아주 특별한,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세상의 많은 현상이 오로지 한 번 그곳에서 서로 교차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하나의 점인 것이다. 저마다 살면서 어떻게든 세상에서 뜻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숭고한 것이다. 누구 안에서든 정신은 형체가 되고, 누구 안에서든 신의 피조물인 인간은 괴로워하고 있으며, 누구 안에서든 하나의 구세주가 십지가에 메달려 있다

서문 중

‘사람들’은 자기한테 편리한대로 자기를 정당화하려고 하지. 사람들은 카인의 자손들이 무서웠던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 표적을 원래대로 우월한 훈장처럼 설명하지 않고 반대로 설명한 거야. 이 표적을 지난 사람들은 무섭다고 말한 거지. 또 실제로 그렇기도 했겠지만. 용기와 개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니까. 두려움 없는 강한 족속이 자신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매우 견디기 힘들었겠지. 사람들은 그래서 강한 족속들을 위험에 빠뜨릴 음모를 꾸민 거야. 자신들이 두려움에 떨었던 것에 대한 반감으로 주홍 글씨 같은 낙인과 소문을 만들어서 퍼뜨린 거지. 내 말, 이해하겠어?

카인 중

사람은 누구 앞에서든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그런데도 누군가가 두렵다는 건 나를 다스리는 힘을 타인에게 맡겨 버렸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네가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치자. 그런데 그 일을 다른 사람이 알아챘다면 그 사람이 너를 지배하는 힘을 갖게 되는거지

카인 중

그 소원이 정말 내 자신 안에 충만하게 스며들어 있고, 나의 모든 존재가 그것 하나로 가득 차 있을 때에만 상상하던 것을 실행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강하게 바랄 수도 있는 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너의 내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실행해 보기 무섭게 잘될 거야. 너의 의지를 훈련이 잘된 망아지처럼 다룰 수 있는 거지

예수 옆에 메달린 도둑 중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 있어.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베아트리체 중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중

나는 그 당시 예상치 못한 피난처를 ‘우연히’ 발견했다. 하지만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혹은 자기 자신의 소원과 필연이 그곳으로 자신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중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진 마시오. 가령 자연이 당신을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애쓰지 말란 말이오. 당신은 번번이 자기를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소. 그런 생각을 버리시오.

야곱의 싸움 중

나는 시를 짓기 위해서나, 설교를 하기 위해서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도 그것 자체를 위해 존재하지는 않았다. 이 모든 부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일 뿐이었다. 각자를 위한 진정한 천직이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단 한 가지뿐이다. 그가 설령 시인이나 미치광이나 예언자나 심지어 범죄자로 일생을 마친다 해도 좋다. 그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은 결국 그리 중대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임의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 운명을 자신의 내부에서 송두리째, 그리고 온전하게 끝까지 지켜 내는 일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일부일 뿐이며, 도피하려는 노력이고, 대중의 이상 속에 숨으려는 재도피의 순응이고,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야곱의 싸움 중

지금 연대로 보이는 것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인간들은 서로가 두렵기 때문에 서로에게서 도망치고 있어, 신사는 신사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학자는 학자끼리 말이야! 그런데 왜 그들은 두려워하는 것일까? 사람은 흔히들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그들은 결코 자기 자신에게 귀의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야. 내부의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품은 공동체라니!

에바 부인 중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꿈을 발견해야 하는 거예요. 발견하고 나면 길은 한층 쉬워지지요. 하지만 영우언히 계속되는 꿈이란 없어요. 또다시 새로운 꿈이 나타나지요. 어떤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돼요.”

에바 부인 중

표적을 지닌 우리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상스럽다든가, 미쳤다든가, 위험스럽다고 여겨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개달은 자 혹은 깨닫고 있는 자들이었고 우리의 노력은 갈수록 완전해지는 깨달음을 위해 경주하는 데 있지만, 반면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행복 탐구는 그들의 의견, 이상과 의무, 생활과 행복의 기준을 군중의 그것에 점점 더 밀착시키려고 애쓰는 데 있었다. 물론 그곳에도 노력과 힘과 위대성은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보기에는 우리들 표적을 지닌 자들은 새로운 것, 고립된 것, 미래의 것을 지향하는 자연의 의지를 제시하고 있는 데 반해, 그들은 다만 고집의 의지 속에 안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바 부인 중

그녀는 별에 반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는 바닷가에 서서 손을 뻗치고 별에 예배했고 별의 꿈을 꾸고 자기의 생각을 별에 보냈다. 그렇지만 사람이 별을 끌어안을 수는 없음을 그도 알고 있어거나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충족될 희망도 없이 별을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체념과 자기 개선과 정화를 시키기 위한 충실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완전한 생명의 시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모두 별을 찾아갔다. 그는 어느 날 밤 다시 바닷가의 높은 벼랑 위에 서서 별을 쳐다보고 별을 향한 사랑을 불태웠다. 그리하여 동경이 절정에 달한 순간 그는 별을 향해서 허공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도약의 순간에 다시 한 번 번개처럼 생각했다. 정말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다! 그는 바닷가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그가 뛰어올랐던 그 순간에 단단하고 확실하게 그 일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정신력이 있었다면 그는 하늘로 날아 올라가서 별과 하나가 될 수 있었을 터였다

애바 부인 중

분명 예전에 읽었을 때도 감상문을 남겼는데

그 당시에는 공책에다가 적어서

확인을 못하지만 나중에 시간 날 때

그 때의 감상과 지금의 감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다시 재독을 해야겠다.

그땐 또 어떤 보물들을 다시 발견하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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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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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이 이 책을 읽고 MZ세대의 생활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분명 MZ세대에 포함되는 연령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말을 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안에 어떠한 내용이 있길래

이 책을 읽은 뒤에 MZ세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까 너무 궁금했다.

단순 이 호기심 하나 때문에 읽어보기로 결정을 한 책이다.

그리고 작가가 페미니스트라 그러한 내용이 많을까봐 편견을 좀 갖고 읽었다고 하는데

예상외로 페미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하긴 했는데

페미를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이게 사실인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이 두 가지의 호기심이 융합을 하여서

결국 도서관에 대여를 해서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의 세계에 들어갔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저자가 살면서 느낀

요즘 세대의 중독 현상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고

저자 나름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서 이리저리 합리화를 하는 책이다.




이렇게 갓생부터 #좋아요까지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이라면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주제들로 묶여있어서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으면 될 듯 하다.




저자가 머리말에 쓴 글이 이 책은 자기합리화라고 하였는데 딱 그랬다.

나에겐 완전 별로였다.

올해 읽은 책(이 책이 첫 책) 중에서 현재 최악의 책 1위이다.

진짜 간만에 이렇게 좋지 않은 책에 희생이 되어진

나무에게 미안한 감정마저 들었고 그야말로 쓰레기 그 자체였다.

이렇게까지 악평을 하는 이유는 진짜 딱 자기합리화였다.

목록에 있는 것들에 관련된 자신의 경험담도 있고

거기에 관련된 책들 참고까진 좋은데 그게 끝이다.

안좋은 것을 알면 해결법이라는게 있어야 되는데 없다.

아니 적어도 개선점이라도 있어야 하지않나 생각이 드는데 없다.

보통은 안좋은 문화나 습관이라고 하면

어떻게 이걸 안할지나 건전한 방향으로 바꿀지를 생각해야 되는데

그냥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결국 합리화를 하고 끝내버린다.

아마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독자들은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 다른 사람도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위로를 받는 용도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그나마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지인이 왜 MZ세대를 알게 되었다고 했는지도 읽어보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가 처음보는 용어들도 많았고

뭐 저리 인생을 복잡하게 사나 싶기도 했다.

남 신경쓰라 SNS, 광고, TV 신경쓰라 왠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그냥 트렌드에 자신을 끼워맞추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자신이라는 원석을 자신만의 모양으로 갈고 닦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라는 모양에 맞게 억지로 깎는 삶을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래서 요즘 사람들이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자신만의 것이 없으니

정신과에 많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SNS도 안하고 TV도 안보고 유튜브나 틱톡 이런 것도 안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머 어찌됐든 나도 MZ세대에 포함이 되지만 MZ세대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페미에 대해서는 지인 말과 달리

꽤나 언급이 되고 불편한 부분이 좀 있었는데

책 내용이 너무 구려서 오히려 페미에 대해선 크게 불쾌감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1부 갓생 마지막에

“걍 한국에서 페미 소리 들으면,

특히 남초에서 그런 소리 들으면 갓생 살고 있다는 거임ㅋㅋㅋㅋㅋ칭찬 땡큐!!”

라고 써놨는데 그냥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가 싶다.

페미 소리를 들으면 갓생이 아니라 일베라고 불리는 거랑 똑같은데

참 저걸 웃기라고 쓴건지 아니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지 참 답도 없다.

그러면서도 데이트앱에선 남자를 만날려고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도대체 이 저자 줏대가 왜이렇게 없는 건가 싶다.

책 내용을 보면 페미도 그냥 있어보이고 그러니깐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만약 남들도 나와 똑같다는 위로를 받고 싶으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읽을 만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야말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까운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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