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언제나 종교에 관련된 것이었고 건축가는 일종의 성직자와 같았다. 

또한 이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건축가는 돌, 벽돌,
대리석, 철, 강철, 티타늄, 폴리탄산에스테르를 교묘하게 조합하여, 우리가 일상의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고 건축물을 우리의 정신을 함양시켜주는 매혹적이고 감각적인 구조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사 혹은 샤먼과도같은 존재였다.

10쪽

문명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civilization은 시민 혹은 도시 거주자를 뜻하는 라틴어 키비스 civis에서 유래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도시 개발, 즉 건축의 출발지는 예리코이다. 여기에서 기원전 8000년경에 지어진 가옥-흙벽돌로 지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아름다운 집이었을 것이다-과, 기원적 7000년경에 세워진 사당이 발견되었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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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 - 신체변형 미술과 바이오아트 포스트휴먼 총서 5
전혜숙 지음 / 아카넷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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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시대 미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의 삶의 의미를 ‘한정‘해온 많은 ‘경계‘들을 인식하고 그 경계선 상에 위치하며 더 나아가 경계를 위반하거나 혹은 넘어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특징은 그러한 미술들에서만 특별히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때 경계 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세기말의 문화를 대변했던 포스트 모던 현상들 이후 전지구적으로 확장되거나 혼종되는 문화들 속에서 늘 문화적 경계성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 

게다가 오늘날 인간 존재는 직접적으로 개인의 신체에 개입하는 정도이든 간접적으로 먹거리의 생산방식에 영향을 받는 정도이든, 일생에 걸쳐 생명기술 · 유전공학·생명공학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인간 존재는 한편으로는 티고난 생물학적 궤도 안에서 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지와 기술에 의해 그궤도를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점들이 왜 많은 미술들이 ‘사이(In-between-ness)‘ 혹은 ‘경기(liminality)‘를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 미술가들의 전략은 그러한 ‘문화적 경계성‘과 ‘생물학적 경계성‘을 중첩시키고 논쟁을 이끌어냄으로써 그것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미술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포스트휴먼의 시대에 돌입한 지금, 첨단의 과학기술을 가져와 이용하되 기술의 이면을 드러내고 필요하다면 비판을 서슴지 않는 미술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포스트휴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해줄 것이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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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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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영어사전은 탈진실 현상이 ‘무엇‘인지에 초점을맞추고 있다. 탈진실이란 감정이 사실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생각을 가리킨다. 하지만 탈진실 현상이 도대체 왜 일어나는지 역시 주목해야 한다. 

명백한 사실이나 쉽게 확인할 수있는 사실에 아무 이유도 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불편한 진실‘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진실에 도전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는 의식적인 차원에서도 일어나지만 (때로는 우리가 확신시키고 싶은 대상이 자기자신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어느 쪽이든 요점은, 진실 자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확고히 하고자 할 때 탈진실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탈진실은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우월주의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우월주의를 장착한 사람들은 충분한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제로 주입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28~29쪽.

오늘날에는 탈진실이 위협하는 대상이 ‘과학적 사실(기후변화, 백신, 진화론 등)‘에서 ‘모든 사실‘로 확장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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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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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식 회피, 거짓말, 이기심, 무관심, 정치기술, 자기기만 등 각각의 양상을 설명하는 일은 그리 까다로운 부분이 아니다. 이미 여러 세기 전부터 목격해온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탈진실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중요한 문제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지는 물론 애초에 현실 자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이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 잘못된 정보를 믿거나 오해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그 개인이 대가를 치르면 된다. 예컨대, 누군가 심장병을 고칠 수 있는 신약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더라도 결과는 본인 병이 낫지 않는 데에서 끝난다. 

하지만 사회의 리더가 혹은 사회의 다수가 기본적인 사실들마저부정해버린다면 세계가 뒤흔들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는 지나치게 높은 검증 기준을 들이대는 반면 자기 의견에 부합하는 사실은 진실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과는 일부 사실들이 버려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사실을 수집하고 활용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믿음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변질된다.

어떤 사실들은 개인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참이며 그처럼 참인 사실들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정치인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흔들리게 된다.

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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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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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본인 의도와 관계없이 실수로 진실이 아닌 말을 내뱉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화자는 고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거짓인 말을 발화했을 뿐이다.

다음으로는 진위 여부를 모르는 정보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진실인 것처럼 말하는 ‘의도적 인식 회피가 존재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검증할 방법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거짓인 말을 발화한다면 화자는 자신의 무지에 대해 부분적으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게으른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거짓인 진술을 하는 ‘거짓말‘이 존재한다.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기만한다는 점에서 앞의 단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연히 모든 거짓말에는 청자가 전제되어 있다. 자신의 말을 아무도 듣고 있지 않다면(혹은 듣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면) 거짓을 말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아닌 말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는 의도가 개입하는 순간, 단지 다른 해석을 내놓은 사람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한 사람이 된다. 탈진실 역시 이러한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물론 세 단계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며 한 단계가 자연스럽게 다른 단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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