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 시대 미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의 삶의 의미를 ‘한정‘해온 많은 ‘경계‘들을 인식하고 그 경계선 상에 위치하며 더 나아가 경계를 위반하거나 혹은 넘어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특징은 그러한 미술들에서만 특별히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때 경계 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세기말의 문화를 대변했던 포스트 모던 현상들 이후 전지구적으로 확장되거나 혼종되는 문화들 속에서 늘 문화적 경계성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
게다가 오늘날 인간 존재는 직접적으로 개인의 신체에 개입하는 정도이든 간접적으로 먹거리의 생산방식에 영향을 받는 정도이든, 일생에 걸쳐 생명기술 · 유전공학·생명공학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인간 존재는 한편으로는 티고난 생물학적 궤도 안에서 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지와 기술에 의해 그궤도를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점들이 왜 많은 미술들이 ‘사이(In-between-ness)‘ 혹은 ‘경기(liminality)‘를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 미술가들의 전략은 그러한 ‘문화적 경계성‘과 ‘생물학적 경계성‘을 중첩시키고 논쟁을 이끌어냄으로써 그것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미술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포스트휴먼의 시대에 돌입한 지금, 첨단의 과학기술을 가져와 이용하되 기술의 이면을 드러내고 필요하다면 비판을 서슴지 않는 미술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포스트휴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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