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인식 회피, 거짓말, 이기심, 무관심, 정치기술, 자기기만 등 각각의 양상을 설명하는 일은 그리 까다로운 부분이 아니다. 이미 여러 세기 전부터 목격해온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탈진실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중요한 문제는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지는 물론 애초에 현실 자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이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 잘못된 정보를 믿거나 오해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그 개인이 대가를 치르면 된다. 예컨대, 누군가 심장병을 고칠 수 있는 신약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더라도 결과는 본인 병이 낫지 않는 데에서 끝난다.
하지만 사회의 리더가 혹은 사회의 다수가 기본적인 사실들마저부정해버린다면 세계가 뒤흔들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는 지나치게 높은 검증 기준을 들이대는 반면 자기 의견에 부합하는 사실은 진실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과는 일부 사실들이 버려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사실을 수집하고 활용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믿음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변질된다.
어떤 사실들은 개인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참이며 그처럼 참인 사실들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정치인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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