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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양 힐다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8
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3월
평점 :
좋아하는 동물인 양이 등장하면서 자아찾기를 떠난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민트색 하늘을 배경으로 꽤나 높으리라 짐작되는 건물의 꼭대기에 몸집이 커서 더 위태로워 보이는 한 마리 양이 시선을 붙잡는다. 노랑 바탕의 면지에는 여러마리 양들이 늑대에게 쫓기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특별한 헌사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해준 세상의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 드리는 헌사가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속표지의 힐다는 다행히 앞표지와는 달리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다.
옛이야기처럼 다정한 입말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힐다가 얼마나 큰지 늘어선 사람들의 크기와 대비되어 한 눈에 알 수 있다. 힐다를 돌보는 양치기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둡고 결국 힐다를 팔 계획을 세우지만 이를 알게된 힐다는 겨우 도망을 친다. 선명한 노랑, 초록, 파랑으로 달라지는 배경 색조가 무척 예쁘다. 양치기들이 양털을 가공하는 과정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재미를 더한다.
서운함을 곱씹으며 달아난 힐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른다.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커스단에서도 힐다는 환영받지 못한다. 황혼을 지나 어둠이 내리는 시간, 두려움을 물리치고 어린 양을 구해낸 힐다는 드디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낸다.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지나 결국은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해주고 서로 아껴주는 관계를 맺는다.
독자들은 “나는 저렇게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또 하나 본 적 있어!”라는 어린 양의 마지막 말에 미소짓게 될 것이다. 나에게 그런 존재는 누구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주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뒷 면지에서는 앞 면지와 뒤바뀐 상황이 유머러스하게 담겨있다. 힐다의 표정변화가 무척 생생해서 쉽게 감정이입된다. 딱 한 번 환하게 웃는 힐다! 한 편의 성장영화를 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