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활용을 알려줌 - 화상수업, 강연에 꼭 필요한
고정욱 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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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유격대의 줌 활용을 알려줌(비전코리아)은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툴인 줌을 설명한다. 비대면 소통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에 어떤 목적으로든 줌 미팅은 일반화되고 있다. 경험을 누적하며 배워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부터 활용까지 틀을 갖춘 체계적인 지식 습득은 자신감을 높일 것이다. 유익한 동화와 강연으로 친근한 고정욱 작가님의 이름을 보고 신뢰가 더 커졌고 현장에서 경험한 과정을 쉽게 풀어 공유해 주심이 감사했다.

 

줌 활용을 알려줌은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처음 줌을 접하고 회의를 개설해야 하는 경우에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으로 시작하기에 더 집중하게 되고 문제 해결법을 익힐 수 있다. 챕터1회의 초대하기에서도 단계별로 번호를 매겨 설명하고, 실제 화면을 보여줌으로 직관적으로 이해를 돕는다. 주의해야 할 점도 상황별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시각적 친절함과 깔끔한 요약정리다.

 

챕터 4화상강의 꿀팁은 한층 현장감 있게 다가왔다. 오프라인 강의는 콘텍스트(context)강의라 문맥과 흐름을 청중과 공유하는 한편 온라인 강의는 텍스트(text)강연이라는(94p) 차별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각각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며, 사람간의 소통과 지식 전달이라는 근본 목적은 변함 없다는 지적 또한 중요하게 와 닿았다. 강의 스킬이나 강의 팁들도 눈여겨 보았고 부록의 단축키 정리표도 유용할 것이다. 검색을 통한 정보 수집에는 한계가 있는데 검증된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익힐 수 있는 줌 활용을 알려줌은 꼭 필요한 무기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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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
구예주 지음, 서유라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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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예주의 『제인 에어(21세기북스/샬럿 브론테 원작)』는 샬럿 브론테가 1847년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발표한 고전 명작을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책은 물론 영화와 연극 등으로도 다양한 옷을 입고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제인 에어의 용기있고 생생한 성장 이야기가 매번 감동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판 당시의 원제목이 Jane Eyre: An Autobiography 엿듯이 자전적 색채는 독자의 몰입감을 높힌다. 어린왕자나 빨간 머리 앤이 콜렉터에게 설레임을 주듯이 제인 에어 또한 내게는 모두다 소장하리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 제루샤 애벗이 읽는 소설 중 하나이며, 가까이는 제인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의 주인공 헬레네의 친구가 되어주는 책 제인 에어는 그렇게 빛 바래지 않는 현재의 동행자이기도 하다.

 

고전 명작을 만나는 최선의 방법은 완역 읽기가 정답이지만 그에 앞서 또는 그 이후에 또 다른 버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구예주는 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프롤로그에 설명하는데 기쁘고 보람되었을 애쓰는 순간들 자체가 그려지기도 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등장인물과 제인의 공간을 일러스트와 요약글로 보여주는데 이런 부분이 무척 매력적이다.

 

작가의 마음을 두드린 장면들은 일곱 장으로 담아냈는데 원작이 총 38700여쪽 이상의 분량임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도한 축약이 원전에 대한 편향된 관점을 제시할 수 있고 사라진 장면들에 대한 아쉬움을 남길 수 있지만 일러스트 에디션은 가능한 분량 내에서 균형있게 흔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붉은 방의 상징성, 기숙학교에서의 고통과 우정, 로체스터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 중 버사 메이슨으로 인한 긴장감이나 위트크로스에서의 고난도 엿보게 된다. 가장 인상깊었던 로체스터의 부름에 제인이 반응하는 부분도 오래전의 감동을 상기시킨다. 행간을 통해 꿈꿨던 장면들이 아름다운 색조와 풍부한 표정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니 이 책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제인 에어 재독을 위해 시간을 들여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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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야기
세스 노터봄 지음, 김영중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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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노터봄의 계속되는 이야기(1991)/문학동네/김영중 옮김는 고전, 역사, 철학,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깊이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로 의미있는 수상들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계속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은 작가의 분신처럼 공통의 특징과 성정을 지닌 채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특징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틈새로 반짝이는 인문학적 성찬이 차려지는 그리 길지 않은 소설 계속되는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귀 기울여 그의 목소리를 찾게 만든다.

 

나는 진실을 대면하고 싶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중에서 어떤 쪽이 그 과거의 방에 있는지 알아야 했다.(29p)” 주인공 헤르만 뮈서르트는 자신의 마지막 고전어 수업에서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를 재현한다. 학교에서의 별명 또한 소크라테스인 그에게는 적절하면서도 그다운 인사다. 그 후 연금이 나올 때까지 여행안내서 작가로 글을 쓰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오비디우스 번역이다. 잠들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깨어나는 반복은 시간과 공간을 왜곡시키고 과거 관계했던 마리아 세인스트라와의 흔적을 좇기도,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리톤과 동일시되는 자신의 이상적 제자 딘디아를 불러내기도 한다.

 

2부에서는 항해중인 선상에서 여섯 명의 여행객들과 실제인 듯 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여행을 함께한다. 1부에서 의미있게 등장했던 마리아, 딘디아, 마리아의 남편과의 진기했던 싸움장면, 그 이전의 마지막 수업까지 회상하며 특별했던 순간들을 재조명한다. 여섯 명의 동행자가 나누는 별, 바다, 별자리, 이름 등에 대한 공동의 경험과 대화는 독자 역시 집중하게 만든다. 나는 나 자신을 보았다. 여행 동료들로만 이뤄진 별자리를 보았다.(128p)“ 이 결함 많은 집단(129p)은 차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끝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에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단계는 이미 지났다.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광희를 느꼈다.(134p)“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해될 것 같으면서 동시에 모호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죽음의 찰나들을 목격하게 된다.

 

내 집은 온통 책으로 가득차 있고, 나는 책들 틈에 끼여 살고 있었다.(14p)” “그리고 실제 혹은 가상 인물들의 같으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묘사된 수만 페이지 책들에 둘러싸인 남자.(71p)“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표지의 그림은 이런 뮈서르트를 그려낸 것 같다. 다양한 고전 문학은 물론 예술 작품들이 등장하고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선명하게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거듭 멈추고 표시하곤 했다.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서 본 우주 여행 영화는 망망대해를 떠가며 무수한 별을 바라보던 2부의 해상장면을 연결시킨다. 시간, 관계나 사랑, 언어, 신화 등을 곱씹고 자유롭게 구체적 현실로 이끌고 와 풀어놓으니 무척 매력적이다.

 

그 중에서도 시간에 대한 문장들은 따로 노트를 만들고 싶어진다. 둘은 나이가 같아 보였으나, 더 이상 나이라는 범주로 그들의 삶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시간을 극복한 자들이었다.(104p)“ 시간을 극복한 자들이라니, 고전 속 전형적 인물들을 기억하게 한다. 책의 시작 부분, ”부인이 죽음이라고 일컫는 것은 사실 정신의 집중이에요.(14p)“ 등대처럼 정확히 불을 밝히고 책을 읽곤 했던 그를 관찰한 이웃들에게 무심히 했던 이 말은 죽음을 정의하는 노터봄의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 “시곗바늘은 시간을 지배한다. 시계 위에는 큰 글자로 법정 시간이라고 쓰여 있고, 뭉쳐 있던 매듭이 풀린 듯한 광장 안에 법조문 같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시간을 보러 오는 이가 누구든, 시간을 보러 오는 곳이 어디든, 시간을 늘리고 싶거나, 거부하고 싶거나, 흘러가게 놔두고 싶거나, 막고 싶거나, 방향을 바꾸려 한다면, 나의 법이 절대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 거대한 시겟바늘은 공허하고 덧없고 실재하지 않는 현재를 가리킨다. 늘 그렇다. 내 거대한 시곗바늘은 부패해가는 분배정책과 오늘날 학자들의 음란성을 거부한다. 내가 가리키는 현재는 유일하고 실제적이며 계속되는 현재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롭게 육십 초를 이어간다. (44p)

 

-시계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불가사의한 것임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시간은 얽매인 데 없는 측량 불가의 현상이며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거부한다. 우리 인간이 궁여지책으로 순서의 외양을 입혀주었을 뿐이다. 시간은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을 수 없도록 해주는 체계다. (45p)

 

-이름은 그것이 나타낼 생명체가 있어야 생겨난다. 별자리 형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페르세우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103p)

 

-또 중요한 건 한 인간이 삶의 마지막 시간들을 논증이 아닌 사고활동에 보낼 수 있다는 것, 선택, 가정, 모순, 반박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그 한정된 공간 속에서 긴장된 정신과 정신을 잇는 일에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다시 확실성 자체를 부정하는 불확실한 영역 안에 고정시키는 인간의 놀라운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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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오세림.엄인정 옮김 / 생각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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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니체의 교양(생각뿔/엄인정, 김형아 엮고 옮김)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시리즈의 장을 연 첫 책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해 너무나 유명한 작품을 남겼으나 정작 펼치기 망설여질 수 있는, 그래서 여전히 필독서 목록에만 이름이 올라있다면 니체의 교양을 먼저 펴보는 것도 좋겠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학대신 철학과 고전을 공부한 후 강의와 저술 활동을 했으나 자신의 가정은 이룬적이 없던 니체는 눈부신 저작들과 달리 질병으로 어려웠던 생의 후반이 안타까움을 남긴다. 이제 니체 시간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니체의 교양은 그의 작품 속 문장을 열 다섯 개의 주제로 분류, 발췌해 담고 있다. 파트별로 십여 개의 문장을 만날 수 있는데 번호로 매겨진 소제목과 발췌문의 핵심문장은 독일어 원문을 함께 표기했다. 각 파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제 설명을 실어 니체의 삶과 작품을 조망하도록 돕는다. 오래전 읽으며 미소짓기도 감탄하기도 했던 문장들은 그 때로 돌아가 그 순간의 공기까지 상기시킨다. 직접 읽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오해는 사라지고 그의 긍정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초인을 가르칠 것이다. 인간이란 넘어서야 할 무언가다. 너희는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34p)", 생생히 기억나는 문장들 나는 모든 글 중에서 오직 자신의 피로 쓴 것만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당신은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149p)", "늘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데에 익숙해진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품격 있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256p)" 그는 꿰뚫어 본 후, 예민하게 감지한 후 쉬운 문장으로 전하고 권한다.

 

열심히 읽던 청년기때는 작가의 모든 말을 모아야한다는 강박에 꾹꾹 눌러 베껴쓰기는 물론 작품 속 문장 발췌집 등도 아껴 간직했었다. 그러다 누군가에 의해 임의로 추려졌다는 이유로 잠시 피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근래 들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커졌다. 완역본을 기본으로 모음집을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새로운 시선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수고도 하지 않고 말이다. 정렬의 방식은 틀 안에서 혼자 재구성해볼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겁다. 충분한 여백과 시원한 활자 크기, 다양한 이미지들도 니체로 향하는 내내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니체의 작품들도 다시 읽어봐야 겠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꽤 적절할 시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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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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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형의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이봄)는 고전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상깊은 인물들을 향한 헌사에 가깝다. 책 속 인물임에도 실존 인물과 구별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 몰입하는 사람으로서 소중하게 다가왔고, 매일 한 편씩 만날 수 있었던 며칠은 책을 손에 받기까지 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었다. 다소 긴 제목을 되풀이 읽어보다 빙하라는 키워드를 곱씹게 된다. ‘흘러내리는 얼음인 빙하, 얼음이 많아지면 자체의 무게로 흘러내린다는데 그녀들의 순도 높은 얼음 심장은 오히려 뜨거움을 일으키는게 아닐까. 그런게 있는지 모르지만 마치 얼음 부싯돌처럼.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는 작가가 독서 여정에서 만났던 특별한 여성 캐릭터 29명을 불러낸다. 불멸하는 주인공들은 한은형 작가로 인해 이름 앞에 새로운 수식어를 얻는다. 읽었던 작품 속 캐릭터가 나오면 어떻게 그려낼지 두근거리고, 만나지 못한 그녀들이라면 오호, 통재라 이 책을 아직도 안 읽고 있었다니 한탄하며 책장을 넘겼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필독도서 목록이 꾸려지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 참고문헌에는 연도순으로 정렬한 주제도서를 출판사까지 실어 친절함에 또 한번 감동하게 만든다.

 

첫 번째 주인공은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다. 그녀에게는 다음 편까지 두 꼭지를 할애한다. 올해의 숙제로 담겨있는 작품인데 태어나서, 글을 알아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도 다행이라고(16p)"라는 말에 또다시 마음이 급해진다. ‘너무 많이 느끼는’, ‘죽음을 사랑하기로 한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랬기에 안나인 유일무이한 전형에 한 발 다가서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반드시 연결되는 책이 있고, 잊을세라 적었다가 바로 펼치게 만들곤 하는데 이런 연결이 한은형의 인물채집에 틀을 부여하고 독자를 단단히 이끈다. 유사하거나 대비되는 캐릭터가 떠오르는 순간,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내가 생각하는 다음 캐릭터와 비교하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연구에서 삶에대한 태도, 시간을 살아내는 다양한 힌트로 깊어진다. 개별 인물이 자신의 장을 넘어 다음 편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생각만 해도 갑갑해서 읽지 않으려 했던 속죄도 읽어야 겠고, 이토록 근사한 메타포라니 싶은 검은 모자가 된 사비나’, ‘세련됨의 화두를 던지는 순수의 시대의 엘렌, 온통 넘실대는 히스 밭 한가운데로 밀어넣는 폭풍의 언덕속 인물들, 이 소설은, 그리고 페르미나 다사라는 인물은,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은 어떤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일 수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아면 그 누군가를 만나서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97p)" 하고 말해주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경이로웠던 만남 백년의 고독의 다음 작품으로 정하며 마음은 분주해진다. 내가 사랑해서 도서관 친구들에게 반복하는, 4차시 한 세트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깊이읽기(슬로리딩)를 고집하며 너희는 앨리스를 알아야 한다 강요하는 그녀를 저자도 꼽았기에 기쁘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백치의 나스따시야로 세상 모두에게 잔혹한 나스따시야로 칭하고 있다. 작년에 다시 만난 백치’, ‘죄와 벌보다 나은게 아닐까 고민했던 백치의 나스따시야가 다뤄졌다는 것 만으로도, 과연 그녀를 어떻게 말할지 두근거렸다. ‘성격 파괴형 조던 베이커(134p)', 상처받은 여자이며 조던 베이커와 달리 자존감이 망가졌던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미쉬낀 공작으로 하여금 아글라야가 아닌 나스따시야를 선택하게 했던 파과적 절망. 나스따시야는 마지막까지 안타까왔다.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를 읽으며 오랜만에 읽는 기쁨, 설레임을 한껏 느꼈다. 팔에 기분좋게 감기는 실크처럼 마음에 찰지게 감기는 문장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전해져 시원하기도 했다. 적절한 인용과 통찰력있는 해석, 솔직한 의견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하기도 했다. 책표지에 있는 문구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을 내내 생각했다. 아마도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 시간을 초월해 영원한 생명을 획득한 그토록 많은 책 속 인물들과 친구가 되어 끝없는 대화를 나누는 일, 그것을 다시 전달하는 일, 새롭게 살아내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선물처럼 받은 작품 목록을 가지고 이제 직접 그녀들을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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