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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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 덕분에 익숙해진 문구다.
매너와 사회적 에티켓등은 계급을 나누는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었고 사람의 몸에 배어있는 몸가짐과 말투로 그 사람의 수준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소비의 역사>라는 책으로 익숙한 설혜심교수의 (이번에도 두껍지만 매력적인) 신작 [매너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시작된 서양 매너 교육의 기원과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그리스 시절에는 예절이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서양의 모든 것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매너와 예절 역시 아리스토 텔레스로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학자다. 그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아가톤(좋음)을 추구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책이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라는 것에는 나는 좀 유보적인 입장이다. 제자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강의를 필기한것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 니코마코스가 편집한 책이다. 성경이나 논어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가톤이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이 아가톤은 본성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습관에 따라 탁월해지기도 열등해지기도 한다고 봤다. 비슷하게 도덕적 미덕 역시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봤는데 미덕을 행하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은 도덕적 성품을 습득했다는 증표로 본 것이다. 좋은 습관을 통해 미덕을 실천할 수 있고 그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인간의 행복을 활동 개념으로 파악하고 실생활에서의 지식을 중요시했다는 것이 신선했다. 그래서인지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아끼는 친구이자 제자였던 테오프라스트의 <성격의 유형들>에 나오는 꼴사나운 사람들의 특징은 현대에 봐도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다. 눈치없는 사람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에는 적극 동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매너의 중요한 원칙을 만들었고 이 원칙들 아래로 매너는 더 정교화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원칙은 중용과 자제력과 우정(친애, philia)다.
중용이란 덕목은 동서양에서 거의 비슷하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느낌이다. 부족하면 무심하거나 낭비거나 두려움이고 넘치면 오지랖과 인색함과 무절제가되는 것이 중용인데 가장 중요한 만큼 가장 실천하기 힘든 항목같다.
두번째는 자제력이다.
자제력은 충동에 대한 경계를 말한다고 한다.
그리스 이후 근대 이전까지 매너교육은 남성위주인데 이 자제력은 계속 강조되고 되풀이되는 느낌이다.
영국의 젠틀맨에게 요구되었다는 침착함이 이 자제력의 연장선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ㅡ 폴라이트니스(politeness,세련됨)는 침착하고 고요하며 조용한 행동에 있다. p259
ㅡ 사회의 금기가 자기 통제의 형태로 본능 속에 이미 구축된 과정이 문명화 p57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은 평등한 시민들 사이의 친애를 바탕으로한 예의바름인데 무척 현대적인 개념이라고 느껴졌다.
예절이 계급구별의 수단이 된건 키케로부터라고 한다.
키케로가 제시한 데코룸decorum은 고대 사회에서는 매너의 이상적인 형태였다고 한다.
키케로는 내면과 외양이 일치라는 19세기 이전까지 매너의 절대적인 전제를 만들었고 생리현상과 신체기관의 은폐를 처음으로 말한 사람이라고 한다.
신기한건 생식기와 배설의 은폐는 중세의 예법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가 르네상스 시대부터 중요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생식식와 배설의 은폐의 이유를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생각한 최초이자 거의 유일한 사람이 키케로라고 한다.
키케로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이것은 귀족사회의 우아한 예법으로 전수되었다.

예법이 계급의 구별이 되면서 앉는 자세와 절하는 법, 심지어 발음까지 유행이 생겼다.
(예법이 시대와 공간 사회상에 따라 변화한다고 말한 사람은 에라스뮈스라고한다)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으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이 귀족의 사교계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매너와 평판은 더욱 중요해진다.
<매너 있는 사람>과 <품격있는 아카데미>같은 책들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ㅡ 평판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사실 촘촘한 감시망이 작동하는 곳이었다. ... 어떤 학자는 "예의바른 사회"가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묘사한 바 있는 "권력이 자동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영구적인 가시성과 의식상태를 말하는 파놉티콘과 닮았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촘촘한 감시망은 달리 보자면 잘 짜인 네트워크일 수 있었다. 그리고 매너는 그 네트워크를 통해 소소한 영향력을 퍼트린다. <매너있는 사람>은 <품격있는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매너가 가진 사회적 확산성에 주목한다. p300

매너의 확산성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글거린다는 말때문에 감성이 사라지고 선비라는 말이 나오자 절제하는 사람이 사라진 현 세태역시 비난과 경멸이라는 태도가 힙한 매너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매너의 확산이 아쉽다.

18세기 후반부터 여성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르네상스 시기에 사라진 에티켓이란 단어가 부활했다.
19세기부터 예법은 에티켓으로 대치된다. 예법과 에티켓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거로 도덕적 요소를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ㅡ 기존 예법서가 중용을 내세우며 식탐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면, 에티켓북에서는 '다음 코스가 나오는 것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p350

거창한 도덕담론이 없어지면서 에티켓은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세세한 행동 지침처럼 보이지만 예법이나 에티켓 모두 TPO준칙 ,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성격에 맞춰야 한다는 대전제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에티켓은 TPO만큼이나 계급성을 드러내고 지켜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계급성은 신분이 없어진 시대에서는 결혼 유무로 표현된 것 같다. 빨간머리 앤등을 읽으면 조숙한 여자아이들이 그 나이에 금지된 길이의 치마를 입거나 머리를 묶는 장면을 호들갑스럽게 표현되는 것들이 떠올랐다.

20세기 들어오면서 계급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매너의 영역은 바뀐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한 직장내에서의 에티켓, 68혁명의 여파로 일어난 성해방은 킨제이보고서라는 인간의 성적행동을 분석한 보고서 섹스에티켓등이 생겼다.
매너의 초점이 계급에서 개인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합의에 의한 형식적 매너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적이고도 세심한 아주 다양한 매너들이 중요해진 것이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매너에서 에티켓으로 배려로 점점 섬세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ㅡ 장구한 매너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늘 날 에티켓 규칙들은 훨씬 단순해졌다. 하지만 그 원론적인 규범들은 여전히 중요하며, 수많은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의바름과 품격으로 사람을 구별짓는 가치와 효용은 여전하며 그것은 계급의 울타리를 벗어나 온전히 개인이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영역이 되었다. p589


매너의 역사에서도 영국과 프랑스의 경쟁이 발생했다는 점이 재밌었고 프랑스식 매너의 반발로 젠틀맨이 만들어졌다는 걸 새로 알았다.
의외로 춤을 배우면서 우아한 몸가짐을 익히라는 강조가 많았던게 신선했고 20세기 계급이 무너진 이후 만들어진 에티켓들은 모두 빨리 익혔으면 싶었다.

개인적으론 겉표지를 벗긴 상태가 더 예쁘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들고다니면서 읽기엔 무거웠지만 좀 얇았다면 뭔가 '있어빌리티함'을 뽐내기 위해 들고 다녔을 것 같다.
요즘 허세독서, 과시용 독서라는 말이 나오는데, 가식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허세라는 것이 무조건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로크는 비난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어필하고자 일부러 했던 행동이 진짜 나의 습관이 되는 경험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너역시 그런 종류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매너는 배려와 동감의 결과물이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동감하는 행동들을 억지로라도 하다보면 절로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좋지만 배려가 지능이란 말이 더 좋다.
매너와 배려는 사회지능이라고 믿는다.
나도 내 주변인들도 사회지능이 높은 사람들이길 소망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매너와 예절, 배려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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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택배
김현지 지음 / 고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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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나이터울이 많은 남동생을 가진 여자는 엄마로부터 한줌의 사랑을 얻지 못했고 도망치듯 10대 후반에 만난 남자에게로 갔다.
다정하리라 기대하던 남자는 그러나 음주와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에서 나와 사업을 시작하며 가난을 여자와 함께 짊어진다.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 셋과 아들 하나를 얻은 여자는 지옥같은 가난을 아이들을 보면서 버틴다.
어느 순간 남자의 사업은 성공의 길에 올라섰고 이제 여자는 가난을 모르는 척 하며 살아간다.
그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 중 소소한 삶을 사는 건 세째 딸이다.
엄마의 택배라는 책은 세째 딸의 이야기다.
세째 딸은 어느 곳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며 공무원 남편과 살아가면서 자식들 중 유일하게 택배를 받는 딸(엄마의 택배)이면서 동시에 헌신적이던 첫사랑과 서글픈 짝사랑을 하는 교사도 되었다.(인연) 할 말은 하는 김여사로 불리기도 하고 (이차장) 딸아이의 실한 종아리를 보며 안도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운동화) 계란말이 반찬이 얼마나 정성이 들어간 반찬인지를 알며 돈이 가장 쉬운 해결책인 것을 깨닫는 혜정이도 되었다.(계란말이)
대다수의 작가들은 데뷔작이나 초기작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은다고 들었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책 [엄마의 택배]도 그런 것 같다. 맨 위의 "나의 글, 나의 소명"이라는 작가의 후기를 읽기 전부터 많은 부분 작가의 삶과 닮았을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인지 좋다는 느낌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리뷰가 쉽게 써지지 않았다.
대부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는 어는 순간의 나도 보였고 친구의 모습도 보였다.
부모 자식간이지만 모멸감을 주고 받으며 묘한 쾌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일들을 겪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심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면이 많았던 조그만 아이였던 나는 여전히 조그만 어른이지만, 이제는 너스레를 떨고 배짱을 부릴 수도 있고 이기적으로 굴 수도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지나간 많은 상처들을 사실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10대와 20대의 30대의 내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이름이 지정되지 않은 주인공에게 내 이름을 붙여 보아도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책은 쉽게 읽혔지만 생각은 많아지고 리뷰는 늦어졌다.
제발 선생님이 짝을 지정해주기를, 이 아이가 나를 배신할 리가 없다는 확신으로 사람을 선택하던 시기를....들춰내는 이 책은 신기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건강하지 못 한 자아가 , 더 이상 자신을 숨긴 채로는 온전히 살아낼 용기가 없다"고 말하며 그래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안을 '기어이' 들여다보고 후벼파고 나서야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작가의 고백이 부러웠다.
ㅡ 자책과 자기 기만, 상처 등으로 점철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 삶의 순간들에 맞닥뜨리게 되는 날선 감정들을 포착하고 묘사하면서 저도 함께 설레고 슬프고 아리고 성장하게 됐습니다. 글쓰기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글]ㅡ
작가를 성장하게 했던 이 글쓰기는 내 안도 후벼서 기어이 흔적을 만든 것 같다. 소심하고 조용하며 타인의 실수에 먼저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성격을 가졌던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엄마의택배 #김현지 #고유
#글쓰기가_준_선물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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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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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감을 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매우 많아진 요즘이다. 많이 늘어났지만 언제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과학 지식을 전달해주는 이정모 관장님의 강의와 신작은 기다리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번에 읽게 된 찬란한 멸종은 가제본 서평단에 뽑혀서 읽게 되었다. 가제본이라고 해서 어떤 형태로 올까 싶었는데 판매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새였다.

책을 열자마자 지질연대표가 나온다.
매년 적어도 3차례 이상 수업하는 부분인데도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표를 보면 질서정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김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의 유명한 구절인 "찬란한 슬픔의 봄'이 떠오르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멸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ㅡ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p21

그래서 멸종은 일반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자연사 적으로 오파비니아라는 생명체의 멸종을 아쉬워한 저자의 마음이 이해되긴 했다.
멸종에 대해 이런 태도를 이야기하는 건 책에서는 2150년의 인공지능이다.
이 책은 각 파트 ,각 챕터마다 화자가 다르다. 때로는 범고래가 때로는 네안데르탈인이 때로는 다윈이 ,공룡이 ,백상아리가 그리고 지구가 각자의 위치에서 멸종으로 향해가는 인류에게 한 마디씩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뒤로 갈수록 과거의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맨 뒤에 지구에 떨어져 나온 달과 지구의 바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배치되어 있다.
지구의 역사를 제대로 차분하게 알고 싶다면 역순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책에 나온 순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평소의 관심 분야였던 미토콘드리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챕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38억년 전에 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불리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의 등장 이후 루카에서 세균과 고세균이 생겨났다. 대부분이 혐기성 세균들이던 그 시기에 배고팠던 혐기성 세균하나가 호기성 고세균 몇 개를 꿀꺽 삼켰는데 소화되지 않았다. (p313) 이후 호기성 세균과 혐기성 세균의 공생이 시작되면서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고세균은 미토콘드리아로 불린다. 호기성 세균과 혐기성 세균의 공생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세포내 소기관이 일을 하는 진핵생물이 등장한다. 약 20억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진핵생물의 공통 조상'을 우리는 페카 FECA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미토콘드리아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ㅡ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도 주고 섹스도 가져다 주었지만 영생을 주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명계에 존재하지 않던 죽음을 처음 발명했다. p321



사실 최초의 죽음은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세포의 자멸 (apoptosis) 였다. 개체 안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방식으로 세포의 자멸은 진행된다.
이 죽음이 생김으로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형질들이 제거되었다.
즉 미토콘드리아가 발견한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에 의해 만들어진 죽음은 유전자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연속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무려 20억년의 기간 동안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사멸을 이끌어 개체의 건강을 유지하고 개체의 죽음을 이끌어 개체군의 건강을 지켜준다. 이 작은 세포 소기관이 해내는 일은 언제나 대단하다는 감탄이 든다.



현대 인류에게 SLC16A11 유전자는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은 것이다. 이 유전자는 당뇨와 남성형 탈모유전 그리고 비만을 불러일으킨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인을 제외하면 전 세계 인류에겐 1~4% 정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당뇨와 비만이라는 유산만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것은 아니다. 면역반응도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았고 FOXP2 라는 언어 유전자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받았다.

우리보다 덩치가 더 크고 언어도 사용하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를 저자는 작은 사회만 구성한 결과 생기는 사회성의 부족과 짧은 기대수명 탓에 유년기가 짧은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ㅡ네안데르탈인은 항상 작은 사회만 구성했다. 현대인에게 남아있는 자폐 유전자 역시 우리 네안데르탈인이 남겨준 것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사회성도 상당히 떨어진다.....특히 유년기가 짧다는 것은 우리 네안데르탈인에게 치명적이다. 유년기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안전하게 머물면서 복잡한 사회 규칙을 배우고 생존 전략을 깨닫고 놀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시기다.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놀아야 한다. p152~154 요약 발췌

이정모관장님은 강연 때마다 아이들을 놀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정말 자주 하시는데 이 구절을 읽으며 강의하시던 모습도 떠올랐다.
창의력의 부족은 바늘귀가 있는 바늘을 발명하지 못 하게 했다. 바늘귀가 있는 바늘이 없던 네안데르탈인들은 빙하기에 취약했다. 팔다리를 가릴 옷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만 남은 것이다.

많이 놀아야 제대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관장님의 하소연에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이 교육관을 바꿨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더불어 펭귄과 바다표범,고래와 산호초들이 지상위의 생명체들을 위해 바다의 산성화를 막으면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거하는지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지상위의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다표범이나 고래가 바다에서 응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상어가 네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며 생태계의 핵심종이란 설명은 신기하기도 하고 기회주의자적 행동이 생존을 도왔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역시 과학과 자연에 인간적 윤리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한번 더 생각했다.

사실 몸집이 작은 공룡이 더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음에도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트라이아스기의 최고 포식자였다는 포스토수쿠스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공룡이다.
포스토스쿠스는 고생대 페름기에 등장해 중생데 트라이아스기까지 존재한 동물그룹인 아르코사우루스(지배하는 파충류)였다.
이 공룡이 살던 시대는 빈번한 화산활동으로 산소 농도는 낮고 기후 변동이 잦고 온도는 높았다. 이런 환경에서 환경에 적응하여 해부구조까지 변화시키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포스토스쿠스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구조는 신선하며 재밌었다. 자신과 디노사우루스(공룡)을 분리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모두 같은 공룡으로 퉁쳐서 이야기하던 습관이 조금은 미안해진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거대한 공룡들은 새로 변화해서 현재 우리 곁에도 남아있다.

ㅡ 슬프다. 고요 속에서 나는 우리 종족의 지배력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공룡은 놀라운 적응력과 끊임없는 추진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 한때 우리의 포효가 가득했던 풍경이 이제는 공룡들의 짹짹거리는 소리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우울하지만 공룡들의 변화에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고백한다. 나는 공룡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질투가 질투에 머물렀다는게 우리가 몰락하는 원인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 되어야 했다. p231

사실상 화성의 테라포밍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화성은 지구와 내부 구조가 달라서 지구처럼 내부 자기장을 만들지 못한다. 화성 자기장이 없으면 태양풍들을 막을 수 없기 떄문이란다. ]

늙음은 인간 만의 특징이다. 야생동물들은 늙기 전에 자연사한다. 자연사라는 것은 잡아먹혀 죽는다는 걸 뜻한다. 사람만이 늙기 때문에 사람은 자연사가 아닌 병사를 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며 자연의 역사,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라고 말한다.
이 책과 같은 자연 역사서를 읽고 자연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할 지를 따져보기 위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업하다보면 왜 우리가 이걸 배우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멋지게 해줄 말을 알려줘서 감사하기도 했다.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을 따로 정리해서 두고 싶을 만큼 환상적인 책이었다.
표지에 " 소설보다 재미있고 다큐보다 감동적이다'라고 쓰여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ㅡ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p184)
ㅡ 모든 생물은 생태계의 틈새 하나를 맡아 자기 삶을 산다. (p95)

부디 인류세의 강은 건너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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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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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다. 그런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품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분야다.
그래서인지 언제가 부터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반도체의 기본적인 구조가 실리기 시작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주요 수출품이라지만 응용과학을 교과서에 실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했다.

" 반도체 혁명" 이란 제목의 책은 그런 이유로 호기심을 끌었다. 물리를 몹시 사랑하는 정완상 교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라는 응용물질이 탄생하기 까지의 과정과 반도체 물리학의 토대가 되는 분야들을 이 책에서 함께 설명하고 있다.
대화체의 내용으로 비교적 읽기 편하게 책은 구성되었고 뒤에는 아인슈타인 등 쟁쟁한 학자들의 실제 논문이 실려 있다.


대화체를 사용하긴 했지만 수식이 자주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뒤에서는 과학수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자들도 안내해준다.


굉장히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여러 군데에서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렵다.
수식을 최대한 절제하고 집필한 물리 분야 입문서도 만만치 않은데 응용분야를 다루는 만큼 수많은 수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수식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알아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을 만큼만 > 읽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반도체가 중심인 책이니 반도체의 발전 위주로 정리해보자면 제일 먼저 고체에 대한 설명이 있다.

먼저 재료적 특징에 따라 금속과 비금속 그리고 세라믹으로 구분한다.

다시 고체는 전기적 특성에 의해 도체(전기를 통하는 물질)과 부도체로 구분되었다.
1729년 영국의 스티븐 그레이라는 사람이 도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적인 전기 저항성이 있는 물질을 반도체라고 부르는데 도체, 부도체와 달리 반도체는 온도가 상승하면 전기 저항이 낮아지는 특징을 보인다ㅡ 콜라과학쌤 설명 )
반도체의 주요 소재는 실리콘과 저마늄이다.
실리콘은 베르셀리우스가 발견했다.
베르셀리우스는 스웨덴의 과학자로 현재 사용하는 원소기호를 제안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라부아지에와 게이 뤼삭처럼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리는 쟁쟁한 과학자들도 화합물에서 실리콘을 분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었다. 1824년에서야 베르셀리우스애 의해 인류는 순수한 실리콘을 얻을 수 있었다.
반도체의 또다른 주요 재료인 저마늄(게르마늄)은 독일의 빙클러가 발견했다고 한다.

이 후 양자역학을 고체 물리에 적용한 블로흐,크로니크,페니, 윌슨의 연구 덕분에 도체와 반도체 그리고 부도체의 원리를 알아내게 되었다.
고등학교 물리학 1에서도 위 그림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배우게 되는데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는 전도대의 전자들을 자유전자라고도 부른다.
(순수하게 실리콘(또는 저마늄)으로만 이루어진 순수 반도체에 의도적으로 다른 원소를 첨가하는 것을 도핑 (doping)이라고 부른다. 도핑과정을 거쳐서 불순물 반도체가 될 경우 반도체보다 도체에 가까워지게 된다.
실리콘과 저마늄은 14족 원소인데 13족을 도핑하면 전자가 하나 부족한 양공이 발생하여서 +전하 운반체인 n형 반도체가 된다. 반대로 15족 원소를 도핑하면 -전하 운반체인 p형 반도체가 된다 - 콜라과학쌤 설명)


다이오드diode는 두 개의 단자를 가진 전자부품이다. 한 쪽에 낮은 저항을 다른 한쪽에는 높은 저항을 둬서 전류가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정류효과"를 가진 부품이다. 열에 의해서 전극에서 방출된 열전자를 이용한 열전자 다이오드는 1800년대 말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반도체 다이오드가 등장하는데 1874년이었다. 브라운관을 발명한 독일의 브라운이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해서 만들어냈다.
또한 미국의 러셀올이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실리는 p-n 접합 의 정류현상을 발견하고 최초의 반도체 다이오드가 만들어졌다.

정류현상은 바람직하지만 진공관을 사용하면 몸집이 커져야만 했다.
이 때에 전자제품들을 소형화시키는 기술이 소개된다.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는 바뀜을 뜻하는 trans와 저항을 뜻하던 resistor가 합쳐진 단어로 전자회로에서 증폭이나 스위칭을 담당한다.
이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낸, 바딘,쇼클리 , 브랜튼을 "트랜지스터의 삼총사"로 불린다.
그 이후 잭 킬비와 로버트 노이스는 집적회로까지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른다.


에디슨이 열전자 방출현상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고 반도체의 역사에 우리나라의 강대원 박사님이 계셔서 반갑기도 했다.
강대원 박사님 덕분에 우리 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대단한 플레밍이 맥스웰의 전자기학 강의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는 설명에는 플레밍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이 통계역학의 창시자 중의 한명이라는 설명에는 천재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도 남겼듯이 물리학과 2, 3학년 정도의 학생에게 맞춰진 책이다. 간만에 매우 반듯하게 정자세로 과학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각종 방정식들은 추억보정의 효과로 처음엔 반가웠지만 아주 열심히 읽지는 않았음을 고백한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논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허접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다. 그 논문을 쓰는데도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논문을 많이 쓰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내 학문적 역량의 부족문제가 더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빛나는 결과물을 가진 논문을 만들어낸 모든 과학분야의 영웅들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ㅡ

#반도체혁명 #정완상 #성림원북스 #노벨상수상자들의_오리지널논문으로배우는과학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
#대학교물리 #반도체 #반도체소재의발명부터 #트랜지스터발명까지
#반도체물리학 #컬처블룸서평단 #책읽는과학쌤
#네이버블로그_콜라에취한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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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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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출판사와 신뢰하는 저자가 만난 책이 나왔다.
당연히 그 책을 읽어야만 했다.
송기원 교수의 생명공부다.
이 책은 저자의 생명(2014년 출간)의 개정 증보판이다. 10년의 시간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고 생명과학은 점점 빠르게 정보 과학으로 변화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다.
나 역시 저자처럼 생명과학이 이제 그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가끔은 나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명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삶의 자리에서 생명을 살린다는 실용적이며 간절한 소망들이 발전 속도를 가속화 시킬 것이며 무엇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연구는 진행될 것이다.
17개의 질문을 통해 현재 생명과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저자가 문과 출신 학생들을 위한 과학 교양수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만든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망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ㅡ 지구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움직이는 논리가 같고, 인간이 지구의 생물 중 중 단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p10

생명과학에 대한 17가지 질문들로 이루어진 책의 첫 번째 질문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다.
마치 아름다운 수필처럼 쓰인 1장에서 저자는 생명체와 무생물체의 차이점을 확실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고백을 한다.
더불어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인용하며 인간의 유한성, 불완전성이 인간이 생명체라는 증거라는 점도 이야기한다.
흔히 여러 다른 책들은 일반적으로 생장과 생식, 자극과 반응, 물질대사를 생명체의 기본 특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대부분의 지점들에선 동의하지만 모호한 경계가 많다는 생각은 했다.
불완전성, 유한성 그리고 비가역성을 인간이라고 한다고 훗날 기계도 대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비가역성을 생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실제로 타임지는 2045년이 되면 로봇과 결합하여 노화를 극복해낸 신인류 호모에볼루티스가 등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생명의 정의는 더욱 모호해 질 것 같다.
2장에선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를 화두로 꺼내며 내가 가장 존경하는 다윈을 이야기한다.
먼 옛날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생명체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을 경험적으로 믿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파스퇴르에 의해 생명은 생명체에서 나온다는 생물속생설 (바이오 제네시스 biogenesis) 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다윈의 통찰 덕분에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하며 화학적 반응으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ㅡ 다윈으로부터 시작되어 오파린과 홀데인에게 계승된 생명체가 원시 지구에서 수프 상태로 다량 존재하던 유기물로부터 유래했다는 설명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1950년대 초 시타고 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이던 스탠리 밀러에 의해 증명되었다.
p44
다윈의 진화론은 분자유전학을 만나 더 빛을 발했다. 하나의 생명에서 시작했다는 다윈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ㅡ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효모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생물이 많은 유전 정보를 공유하며 인간과 침핸지는 유전정보가 98퍼센트 동일함이 밝혀졌다. 단순히 유전 정보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논리로 생명을 유지한다. p51
[ 다윈의 위대한 점은 인간이 특별한 생명체가 아니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한 논리인 진화에 의해 지구에 출현한 여러 생물 중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인식 전환의 틀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 -p50
다윈의 팬이라서 2장에서 언급된 다윈의 이야기들은 더없이 뿌듯했다.
생명체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3장에서는 <생체는 고분자 화합물(유기화합물)의 집합체>라고 명명하며 이름들이 익숙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과 핵산(DNA & RNA을 설명한다.
이 책에는 꽤 많은 시가 소개되는데, 3장 마지막의 김지하 시인의 <새봄 8> 이란 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인의 노년이 내 기준에서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이 시를 쓴 시인 김지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생명의 기능단위는 무엇인가란 제목의 4장은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매우 교과서적인데 대학원 수료로 배움을 마친 나와 다르게 계속 학문의 길을 걷는 저자가 나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세포 내부의 DNA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노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똑같은 장면을 관찰할 때 별 느낌이 없었다.
학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5장의 제목은 생명의 정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제목이다.
DNA의 발견과 우리 몸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하는지를 설명한다. 아무래도 이 5장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후생유전학에 대한 설명이었다.
인간에 대해 본성과 양육환경 중 어떤 것이 중요하느냐고 할 때 아무래도 유전자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환경에 반응하는 경험에 의해 나타나는 형질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후생유전학은 환경의 영향으로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며 다음 세대로까지 넘어가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다.
DNA는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일종의 패키지인데 그 패키지를 살짝 조절하거나 DNA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고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은 세포 내 패킹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121) 이 후생유전학에 의해 시스템 생물학이란 분야가 새롭게 생겼다고 한다. 시스템 생물학이란 생명체를 단순한 유전자 발현의 합이 아닌 유전자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유지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설명하는 분야다.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과 경험 그리고 내 삶의 방식이 내 DNA 패킹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조금은 버겁게 다가왔다.
6장은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DNA 시퀀싱 기술과 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 증폭시킬 수 있는 중합 효소연쇄반응인 PCR 등에 대해 서술한다.

6장과 인간에 의한 생명의 변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7장 그리고 생명체의 교정과 편집에 경계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8장은 내용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일단 생명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 전체를 '유전체 genom'라고 부른다.
앞서 말한 시퀀싱과 PCR 기술에 유전자가 이 기술이 더해져서 맞춤아기 탄생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자를 수 있는 물질이다. 1970년대부터 사용해왔지만 정교함이 부족했다. 그러나 2013년 꿈의 기술인 크리스퍼 ( CRISPER-Cas9 )가 인간의 손에 들어왔다.
*콜라과학쌤 설명 _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한효소들이 있다. 이들이 DNA를 자를 때 이용하는 물질인데 세균의 효소이며 과학자들은 수백 개의 제한 효소를 찾아냈다. 어떤 제한효소는 DNA의 특정 부위만을 자르는 성질을 가진다.
크리스퍼의 경우 DNA를 찾아내는 RNA와 제한효소 중의 하나인 Cas9을 결합하여 만든 것이다. 이전에 비해 단순한 구조이며 한 번에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손볼 수 있어서 연구 시간을 단축시켰다. 그러나 아직 오작동에 의한 보호장치가 없어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편이다. 유전자 가위인 제한효소와 반대로 유전자를 붙이는 물질은 DNA 리가아제 ligase라고 부른다.
크리스퍼 기술 이후 2018년 인류 최초의 맞춤아기가 중국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p170)
이제 과거에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유전병들도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인간 수정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윤리적인 반대와 실질적 필요성 사이에 있다.
사실 가계에 확실한 유전병이 존재한다면 인공수정으로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들어서 미리 검사한 후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쓰지 않을 뿐이지 어느 정도 맞춤 아기들은 존재해왔다.
유전체 검사도 손쉬워져서 신생아의 피 한방울로도 유전체 정보를 읽어서 질병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영화 가타가의 장면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비용과 인력, 시간이 필요한 거대과학이 이제는 생명과학으로 옮겨오고 있다.
유전체 정보로 보험회사는 고객을 등급으로 나누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전자 검사 결과로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한다.
더불어 유전공학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스템의 생명체를 만들고자 하는 합성생물학이 만들어졌다.
만들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명제 아래,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보는 학문이다.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 다양한 의약품 생산과 질병치료, 에너지 생산과 환경 오염 물질 제거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6~8장까지의 내용은 인간에 의한 생명 재생산을 이야기하는 11장의 복제와 내용이 연결된다.
복제한 나는 진정한 나인가 하는 존재론적 질문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저자는 블레이드 러너와 2001년의 영화 비밀 (에바 호프먼 원작)을 추천하는데 나는 최근 봉준호 감독이 선택했다는 미키7을 추천하고 싶다.


9장은 생명이 생명을 만드는 과정 즉 세포분열과 생식을 설명하고 10장은 생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정란의 발생과 분화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줄기세포 개념이 등장한다.
초기 수정란은 단 하나의 세포인데 전능성을 가진다. 즉 수정란이 인체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1개였던 수정란은 체세포분열을 하며 세포의 수가 2,4,8,16 하는 식으로 늘려가고 이 상태의 세포들이 배아줄기세포인 것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세포이지만 난자 채취는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황우석사태 시절 고등학생에게까지 난자를 기증받으려고 하는 행태와 그 모습에 가만히 있던 여성계에 분노했노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분화된 배아는 12장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알다시피 우리는 산소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산소라 인체 내의 세포로 들어가 세포호흡을 해서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노화물질인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노화시계인 텔로미어는 많이들 알고 있는 단어인데 책에는 GDF11이라는 단백질이 등장한다. 이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노화가 진행된다고 알려져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13장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세균은 전제 지구 생물 무게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인간이 세균을 박멸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환상이다. 또한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지구에서 편하게 살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다르니 감기걸리면 약국에서 항생제가 아닌 항바이러스제를 달라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에 대한 설명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수수께끼 물질인것 같다.
14장은 자극과 반응을 이야기하면서 수능에서 준킬러 문제로 종종 나오는 인체의 신경전달 시스템이 소개된다.
재밌는 건 신경전달을 이야기하면 보톡스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사랑은 뇌에서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 조절되는 생화학 반응으로 설명된다고 저자는 말한다.(p309) 호르몬은 16장에서 자세하게 설명된다.
면역을 이야기하는 15장이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의 아와 비아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점이 신선했다.
진화과정에서 나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면역계가 되었다. 이 면역체계의 경우 매우 고마운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장기이식 수술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앞의 11장에도 언급되었던 내용인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장기이식용 맞춤형 아이도 탄생하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가 떠오른다. 영화나 문학이 보여주는 기술을 실제 과학이 따라가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놀랍고 오싹해지기도 한다.
17장에서는 생명과학의 윤리를 이야기한다.
정말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자칫 과학발전의 규제로 작용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회사에 의뢰하여 내 유전체를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방법, 약을 선택하는 건 물론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내 유전체 정보가 유출되거나 어딘가 나와 동일한 생명체를 복제할 수도 있는 세상에 산다는 건 너무나 무서울 것 같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노화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복제된 나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인간의 불완전성에 좀 더 관대해지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는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생각은 한다.
은하철도 999와 같은 미래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일침은 누구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ㅡ 30여 년간 생명이 유지되는 논리를 공부해 오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 단 한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의 다른 많은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 순환에 나름의 공헌을 하는 데 비래 인간은 지구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에 철저히 기생하면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눈앞의 여러 가지 욕망에 발목이 잡힌 인간은 생물계에서 기생체나 포식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고 지구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핵심인 평화로운 순환구조를 망가뜨리고 있다. 실제로 생식 가능 연령의 2배 이상을 살며 끊임없이 자원을 소모하는 생물종은 인간 밖에 없다. p363


이 책은 친절하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백과사전처럼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대학 교양 수준에서 배울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다.
유발 하라리가 책 제목으로도 사용하며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데우스로 가고 있다.
합성 생물학과 같은 생명과학의 기술발전으로 모든 생로병사를 인간이 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구글 베이비는 낯설지 않으며 어느 시점에서는 진 리치(gene rich)가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논리를 알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런 시대적 흐름에 이 책의 등장은 참 귀하게 느껴진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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