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택배
김현지 지음 / 고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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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나이터울이 많은 남동생을 가진 여자는 엄마로부터 한줌의 사랑을 얻지 못했고 도망치듯 10대 후반에 만난 남자에게로 갔다.
다정하리라 기대하던 남자는 그러나 음주와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에서 나와 사업을 시작하며 가난을 여자와 함께 짊어진다.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 셋과 아들 하나를 얻은 여자는 지옥같은 가난을 아이들을 보면서 버틴다.
어느 순간 남자의 사업은 성공의 길에 올라섰고 이제 여자는 가난을 모르는 척 하며 살아간다.
그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 중 소소한 삶을 사는 건 세째 딸이다.
엄마의 택배라는 책은 세째 딸의 이야기다.
세째 딸은 어느 곳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며 공무원 남편과 살아가면서 자식들 중 유일하게 택배를 받는 딸(엄마의 택배)이면서 동시에 헌신적이던 첫사랑과 서글픈 짝사랑을 하는 교사도 되었다.(인연) 할 말은 하는 김여사로 불리기도 하고 (이차장) 딸아이의 실한 종아리를 보며 안도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운동화) 계란말이 반찬이 얼마나 정성이 들어간 반찬인지를 알며 돈이 가장 쉬운 해결책인 것을 깨닫는 혜정이도 되었다.(계란말이)
대다수의 작가들은 데뷔작이나 초기작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은다고 들었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책 [엄마의 택배]도 그런 것 같다. 맨 위의 "나의 글, 나의 소명"이라는 작가의 후기를 읽기 전부터 많은 부분 작가의 삶과 닮았을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인지 좋다는 느낌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리뷰가 쉽게 써지지 않았다.
대부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는 어는 순간의 나도 보였고 친구의 모습도 보였다.
부모 자식간이지만 모멸감을 주고 받으며 묘한 쾌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일들을 겪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심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면이 많았던 조그만 아이였던 나는 여전히 조그만 어른이지만, 이제는 너스레를 떨고 배짱을 부릴 수도 있고 이기적으로 굴 수도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지나간 많은 상처들을 사실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10대와 20대의 30대의 내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이름이 지정되지 않은 주인공에게 내 이름을 붙여 보아도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책은 쉽게 읽혔지만 생각은 많아지고 리뷰는 늦어졌다.
제발 선생님이 짝을 지정해주기를, 이 아이가 나를 배신할 리가 없다는 확신으로 사람을 선택하던 시기를....들춰내는 이 책은 신기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건강하지 못 한 자아가 , 더 이상 자신을 숨긴 채로는 온전히 살아낼 용기가 없다"고 말하며 그래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안을 '기어이' 들여다보고 후벼파고 나서야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작가의 고백이 부러웠다.
ㅡ 자책과 자기 기만, 상처 등으로 점철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 삶의 순간들에 맞닥뜨리게 되는 날선 감정들을 포착하고 묘사하면서 저도 함께 설레고 슬프고 아리고 성장하게 됐습니다. 글쓰기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글]ㅡ
작가를 성장하게 했던 이 글쓰기는 내 안도 후벼서 기어이 흔적을 만든 것 같다. 소심하고 조용하며 타인의 실수에 먼저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성격을 가졌던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엄마의택배 #김현지 #고유
#글쓰기가_준_선물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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