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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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뢰감을 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매우 많아진 요즘이다. 많이 늘어났지만 언제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과학 지식을 전달해주는 이정모 관장님의 강의와 신작은 기다리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번에 읽게 된 찬란한 멸종은 가제본 서평단에 뽑혀서 읽게 되었다. 가제본이라고 해서 어떤 형태로 올까 싶었는데 판매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새였다.

책을 열자마자 지질연대표가 나온다.
매년 적어도 3차례 이상 수업하는 부분인데도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표를 보면 질서정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김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의 유명한 구절인 "찬란한 슬픔의 봄'이 떠오르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멸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ㅡ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p21

그래서 멸종은 일반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자연사 적으로 오파비니아라는 생명체의 멸종을 아쉬워한 저자의 마음이 이해되긴 했다.
멸종에 대해 이런 태도를 이야기하는 건 책에서는 2150년의 인공지능이다.
이 책은 각 파트 ,각 챕터마다 화자가 다르다. 때로는 범고래가 때로는 네안데르탈인이 때로는 다윈이 ,공룡이 ,백상아리가 그리고 지구가 각자의 위치에서 멸종으로 향해가는 인류에게 한 마디씩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뒤로 갈수록 과거의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맨 뒤에 지구에 떨어져 나온 달과 지구의 바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배치되어 있다.
지구의 역사를 제대로 차분하게 알고 싶다면 역순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책에 나온 순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평소의 관심 분야였던 미토콘드리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챕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38억년 전에 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불리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의 등장 이후 루카에서 세균과 고세균이 생겨났다. 대부분이 혐기성 세균들이던 그 시기에 배고팠던 혐기성 세균하나가 호기성 고세균 몇 개를 꿀꺽 삼켰는데 소화되지 않았다. (p313) 이후 호기성 세균과 혐기성 세균의 공생이 시작되면서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고세균은 미토콘드리아로 불린다. 호기성 세균과 혐기성 세균의 공생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세포내 소기관이 일을 하는 진핵생물이 등장한다. 약 20억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진핵생물의 공통 조상'을 우리는 페카 FECA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미토콘드리아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ㅡ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도 주고 섹스도 가져다 주었지만 영생을 주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명계에 존재하지 않던 죽음을 처음 발명했다. p321



사실 최초의 죽음은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세포의 자멸 (apoptosis) 였다. 개체 안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방식으로 세포의 자멸은 진행된다.
이 죽음이 생김으로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형질들이 제거되었다.
즉 미토콘드리아가 발견한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에 의해 만들어진 죽음은 유전자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연속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무려 20억년의 기간 동안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사멸을 이끌어 개체의 건강을 유지하고 개체의 죽음을 이끌어 개체군의 건강을 지켜준다. 이 작은 세포 소기관이 해내는 일은 언제나 대단하다는 감탄이 든다.



현대 인류에게 SLC16A11 유전자는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은 것이다. 이 유전자는 당뇨와 남성형 탈모유전 그리고 비만을 불러일으킨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인을 제외하면 전 세계 인류에겐 1~4% 정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당뇨와 비만이라는 유산만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것은 아니다. 면역반응도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았고 FOXP2 라는 언어 유전자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받았다.

우리보다 덩치가 더 크고 언어도 사용하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를 저자는 작은 사회만 구성한 결과 생기는 사회성의 부족과 짧은 기대수명 탓에 유년기가 짧은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ㅡ네안데르탈인은 항상 작은 사회만 구성했다. 현대인에게 남아있는 자폐 유전자 역시 우리 네안데르탈인이 남겨준 것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사회성도 상당히 떨어진다.....특히 유년기가 짧다는 것은 우리 네안데르탈인에게 치명적이다. 유년기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안전하게 머물면서 복잡한 사회 규칙을 배우고 생존 전략을 깨닫고 놀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시기다.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놀아야 한다. p152~154 요약 발췌

이정모관장님은 강연 때마다 아이들을 놀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정말 자주 하시는데 이 구절을 읽으며 강의하시던 모습도 떠올랐다.
창의력의 부족은 바늘귀가 있는 바늘을 발명하지 못 하게 했다. 바늘귀가 있는 바늘이 없던 네안데르탈인들은 빙하기에 취약했다. 팔다리를 가릴 옷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만 남은 것이다.

많이 놀아야 제대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관장님의 하소연에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이 교육관을 바꿨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더불어 펭귄과 바다표범,고래와 산호초들이 지상위의 생명체들을 위해 바다의 산성화를 막으면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거하는지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지상위의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다표범이나 고래가 바다에서 응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상어가 네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며 생태계의 핵심종이란 설명은 신기하기도 하고 기회주의자적 행동이 생존을 도왔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역시 과학과 자연에 인간적 윤리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한번 더 생각했다.

사실 몸집이 작은 공룡이 더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음에도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트라이아스기의 최고 포식자였다는 포스토수쿠스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공룡이다.
포스토스쿠스는 고생대 페름기에 등장해 중생데 트라이아스기까지 존재한 동물그룹인 아르코사우루스(지배하는 파충류)였다.
이 공룡이 살던 시대는 빈번한 화산활동으로 산소 농도는 낮고 기후 변동이 잦고 온도는 높았다. 이런 환경에서 환경에 적응하여 해부구조까지 변화시키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포스토스쿠스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구조는 신선하며 재밌었다. 자신과 디노사우루스(공룡)을 분리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모두 같은 공룡으로 퉁쳐서 이야기하던 습관이 조금은 미안해진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거대한 공룡들은 새로 변화해서 현재 우리 곁에도 남아있다.

ㅡ 슬프다. 고요 속에서 나는 우리 종족의 지배력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공룡은 놀라운 적응력과 끊임없는 추진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 한때 우리의 포효가 가득했던 풍경이 이제는 공룡들의 짹짹거리는 소리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우울하지만 공룡들의 변화에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고백한다. 나는 공룡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질투가 질투에 머물렀다는게 우리가 몰락하는 원인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 되어야 했다. p231

사실상 화성의 테라포밍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화성은 지구와 내부 구조가 달라서 지구처럼 내부 자기장을 만들지 못한다. 화성 자기장이 없으면 태양풍들을 막을 수 없기 떄문이란다. ]

늙음은 인간 만의 특징이다. 야생동물들은 늙기 전에 자연사한다. 자연사라는 것은 잡아먹혀 죽는다는 걸 뜻한다. 사람만이 늙기 때문에 사람은 자연사가 아닌 병사를 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며 자연의 역사,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라고 말한다.
이 책과 같은 자연 역사서를 읽고 자연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할 지를 따져보기 위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업하다보면 왜 우리가 이걸 배우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멋지게 해줄 말을 알려줘서 감사하기도 했다.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을 따로 정리해서 두고 싶을 만큼 환상적인 책이었다.
표지에 " 소설보다 재미있고 다큐보다 감동적이다'라고 쓰여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ㅡ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p184)
ㅡ 모든 생물은 생태계의 틈새 하나를 맡아 자기 삶을 산다. (p95)

부디 인류세의 강은 건너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찬란한멸종 #이정모 #다산북스
#거꾸로읽는_유쾌한_지구의_역사
#털보관장님 #자연사는_멸종의역사 #변화와혁신
#책읽는과학쌤 #네이버블로그_#콜라에취한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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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반도체 혁명 - 반도체 소재의 발견부터 트랜지스터 발명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10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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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다. 그런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품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분야다.
그래서인지 언제가 부터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반도체의 기본적인 구조가 실리기 시작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주요 수출품이라지만 응용과학을 교과서에 실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했다.

" 반도체 혁명" 이란 제목의 책은 그런 이유로 호기심을 끌었다. 물리를 몹시 사랑하는 정완상 교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라는 응용물질이 탄생하기 까지의 과정과 반도체 물리학의 토대가 되는 분야들을 이 책에서 함께 설명하고 있다.
대화체의 내용으로 비교적 읽기 편하게 책은 구성되었고 뒤에는 아인슈타인 등 쟁쟁한 학자들의 실제 논문이 실려 있다.


대화체를 사용하긴 했지만 수식이 자주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뒤에서는 과학수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자들도 안내해준다.


굉장히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여러 군데에서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렵다.
수식을 최대한 절제하고 집필한 물리 분야 입문서도 만만치 않은데 응용분야를 다루는 만큼 수많은 수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수식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알아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을 만큼만 > 읽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반도체가 중심인 책이니 반도체의 발전 위주로 정리해보자면 제일 먼저 고체에 대한 설명이 있다.

먼저 재료적 특징에 따라 금속과 비금속 그리고 세라믹으로 구분한다.

다시 고체는 전기적 특성에 의해 도체(전기를 통하는 물질)과 부도체로 구분되었다.
1729년 영국의 스티븐 그레이라는 사람이 도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적인 전기 저항성이 있는 물질을 반도체라고 부르는데 도체, 부도체와 달리 반도체는 온도가 상승하면 전기 저항이 낮아지는 특징을 보인다ㅡ 콜라과학쌤 설명 )
반도체의 주요 소재는 실리콘과 저마늄이다.
실리콘은 베르셀리우스가 발견했다.
베르셀리우스는 스웨덴의 과학자로 현재 사용하는 원소기호를 제안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라부아지에와 게이 뤼삭처럼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리는 쟁쟁한 과학자들도 화합물에서 실리콘을 분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었다. 1824년에서야 베르셀리우스애 의해 인류는 순수한 실리콘을 얻을 수 있었다.
반도체의 또다른 주요 재료인 저마늄(게르마늄)은 독일의 빙클러가 발견했다고 한다.

이 후 양자역학을 고체 물리에 적용한 블로흐,크로니크,페니, 윌슨의 연구 덕분에 도체와 반도체 그리고 부도체의 원리를 알아내게 되었다.
고등학교 물리학 1에서도 위 그림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배우게 되는데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는 전도대의 전자들을 자유전자라고도 부른다.
(순수하게 실리콘(또는 저마늄)으로만 이루어진 순수 반도체에 의도적으로 다른 원소를 첨가하는 것을 도핑 (doping)이라고 부른다. 도핑과정을 거쳐서 불순물 반도체가 될 경우 반도체보다 도체에 가까워지게 된다.
실리콘과 저마늄은 14족 원소인데 13족을 도핑하면 전자가 하나 부족한 양공이 발생하여서 +전하 운반체인 n형 반도체가 된다. 반대로 15족 원소를 도핑하면 -전하 운반체인 p형 반도체가 된다 - 콜라과학쌤 설명)


다이오드diode는 두 개의 단자를 가진 전자부품이다. 한 쪽에 낮은 저항을 다른 한쪽에는 높은 저항을 둬서 전류가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정류효과"를 가진 부품이다. 열에 의해서 전극에서 방출된 열전자를 이용한 열전자 다이오드는 1800년대 말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반도체 다이오드가 등장하는데 1874년이었다. 브라운관을 발명한 독일의 브라운이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해서 만들어냈다.
또한 미국의 러셀올이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실리는 p-n 접합 의 정류현상을 발견하고 최초의 반도체 다이오드가 만들어졌다.

정류현상은 바람직하지만 진공관을 사용하면 몸집이 커져야만 했다.
이 때에 전자제품들을 소형화시키는 기술이 소개된다.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는 바뀜을 뜻하는 trans와 저항을 뜻하던 resistor가 합쳐진 단어로 전자회로에서 증폭이나 스위칭을 담당한다.
이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낸, 바딘,쇼클리 , 브랜튼을 "트랜지스터의 삼총사"로 불린다.
그 이후 잭 킬비와 로버트 노이스는 집적회로까지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른다.


에디슨이 열전자 방출현상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고 반도체의 역사에 우리나라의 강대원 박사님이 계셔서 반갑기도 했다.
강대원 박사님 덕분에 우리 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대단한 플레밍이 맥스웰의 전자기학 강의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는 설명에는 플레밍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이 통계역학의 창시자 중의 한명이라는 설명에는 천재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도 남겼듯이 물리학과 2, 3학년 정도의 학생에게 맞춰진 책이다. 간만에 매우 반듯하게 정자세로 과학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각종 방정식들은 추억보정의 효과로 처음엔 반가웠지만 아주 열심히 읽지는 않았음을 고백한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논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허접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다. 그 논문을 쓰는데도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논문을 많이 쓰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내 학문적 역량의 부족문제가 더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빛나는 결과물을 가진 논문을 만들어낸 모든 과학분야의 영웅들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ㅡ

#반도체혁명 #정완상 #성림원북스 #노벨상수상자들의_오리지널논문으로배우는과학 #세상에서가장쉬운과학수업
#대학교물리 #반도체 #반도체소재의발명부터 #트랜지스터발명까지
#반도체물리학 #컬처블룸서평단 #책읽는과학쌤
#네이버블로그_콜라에취한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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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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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출판사와 신뢰하는 저자가 만난 책이 나왔다.
당연히 그 책을 읽어야만 했다.
송기원 교수의 생명공부다.
이 책은 저자의 생명(2014년 출간)의 개정 증보판이다. 10년의 시간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고 생명과학은 점점 빠르게 정보 과학으로 변화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다.
나 역시 저자처럼 생명과학이 이제 그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가끔은 나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명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삶의 자리에서 생명을 살린다는 실용적이며 간절한 소망들이 발전 속도를 가속화 시킬 것이며 무엇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연구는 진행될 것이다.
17개의 질문을 통해 현재 생명과학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저자가 문과 출신 학생들을 위한 과학 교양수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만든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망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ㅡ 지구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움직이는 논리가 같고, 인간이 지구의 생물 중 중 단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p10

생명과학에 대한 17가지 질문들로 이루어진 책의 첫 번째 질문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다.
마치 아름다운 수필처럼 쓰인 1장에서 저자는 생명체와 무생물체의 차이점을 확실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고백을 한다.
더불어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인용하며 인간의 유한성, 불완전성이 인간이 생명체라는 증거라는 점도 이야기한다.
흔히 여러 다른 책들은 일반적으로 생장과 생식, 자극과 반응, 물질대사를 생명체의 기본 특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대부분의 지점들에선 동의하지만 모호한 경계가 많다는 생각은 했다.
불완전성, 유한성 그리고 비가역성을 인간이라고 한다고 훗날 기계도 대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비가역성을 생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실제로 타임지는 2045년이 되면 로봇과 결합하여 노화를 극복해낸 신인류 호모에볼루티스가 등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생명의 정의는 더욱 모호해 질 것 같다.
2장에선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를 화두로 꺼내며 내가 가장 존경하는 다윈을 이야기한다.
먼 옛날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생명체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을 경험적으로 믿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파스퇴르에 의해 생명은 생명체에서 나온다는 생물속생설 (바이오 제네시스 biogenesis) 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다윈의 통찰 덕분에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하며 화학적 반응으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ㅡ 다윈으로부터 시작되어 오파린과 홀데인에게 계승된 생명체가 원시 지구에서 수프 상태로 다량 존재하던 유기물로부터 유래했다는 설명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1950년대 초 시타고 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이던 스탠리 밀러에 의해 증명되었다.
p44
다윈의 진화론은 분자유전학을 만나 더 빛을 발했다. 하나의 생명에서 시작했다는 다윈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ㅡ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효모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생물이 많은 유전 정보를 공유하며 인간과 침핸지는 유전정보가 98퍼센트 동일함이 밝혀졌다. 단순히 유전 정보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논리로 생명을 유지한다. p51
[ 다윈의 위대한 점은 인간이 특별한 생명체가 아니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한 논리인 진화에 의해 지구에 출현한 여러 생물 중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인식 전환의 틀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 -p50
다윈의 팬이라서 2장에서 언급된 다윈의 이야기들은 더없이 뿌듯했다.
생명체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3장에서는 <생체는 고분자 화합물(유기화합물)의 집합체>라고 명명하며 이름들이 익숙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과 핵산(DNA & RNA을 설명한다.
이 책에는 꽤 많은 시가 소개되는데, 3장 마지막의 김지하 시인의 <새봄 8> 이란 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인의 노년이 내 기준에서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이 시를 쓴 시인 김지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생명의 기능단위는 무엇인가란 제목의 4장은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매우 교과서적인데 대학원 수료로 배움을 마친 나와 다르게 계속 학문의 길을 걷는 저자가 나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세포 내부의 DNA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노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똑같은 장면을 관찰할 때 별 느낌이 없었다.
학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5장의 제목은 생명의 정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제목이다.
DNA의 발견과 우리 몸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하는지를 설명한다. 아무래도 이 5장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후생유전학에 대한 설명이었다.
인간에 대해 본성과 양육환경 중 어떤 것이 중요하느냐고 할 때 아무래도 유전자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환경에 반응하는 경험에 의해 나타나는 형질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후생유전학은 환경의 영향으로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며 다음 세대로까지 넘어가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다.
DNA는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일종의 패키지인데 그 패키지를 살짝 조절하거나 DNA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고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은 세포 내 패킹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121) 이 후생유전학에 의해 시스템 생물학이란 분야가 새롭게 생겼다고 한다. 시스템 생물학이란 생명체를 단순한 유전자 발현의 합이 아닌 유전자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유지되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설명하는 분야다.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과 경험 그리고 내 삶의 방식이 내 DNA 패킹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조금은 버겁게 다가왔다.
6장은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DNA 시퀀싱 기술과 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 증폭시킬 수 있는 중합 효소연쇄반응인 PCR 등에 대해 서술한다.

6장과 인간에 의한 생명의 변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7장 그리고 생명체의 교정과 편집에 경계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8장은 내용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일단 생명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 전체를 '유전체 genom'라고 부른다.
앞서 말한 시퀀싱과 PCR 기술에 유전자가 이 기술이 더해져서 맞춤아기 탄생이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자를 수 있는 물질이다. 1970년대부터 사용해왔지만 정교함이 부족했다. 그러나 2013년 꿈의 기술인 크리스퍼 ( CRISPER-Cas9 )가 인간의 손에 들어왔다.
*콜라과학쌤 설명 _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한효소들이 있다. 이들이 DNA를 자를 때 이용하는 물질인데 세균의 효소이며 과학자들은 수백 개의 제한 효소를 찾아냈다. 어떤 제한효소는 DNA의 특정 부위만을 자르는 성질을 가진다.
크리스퍼의 경우 DNA를 찾아내는 RNA와 제한효소 중의 하나인 Cas9을 결합하여 만든 것이다. 이전에 비해 단순한 구조이며 한 번에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손볼 수 있어서 연구 시간을 단축시켰다. 그러나 아직 오작동에 의한 보호장치가 없어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편이다. 유전자 가위인 제한효소와 반대로 유전자를 붙이는 물질은 DNA 리가아제 ligase라고 부른다.
크리스퍼 기술 이후 2018년 인류 최초의 맞춤아기가 중국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p170)
이제 과거에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유전병들도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인간 수정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윤리적인 반대와 실질적 필요성 사이에 있다.
사실 가계에 확실한 유전병이 존재한다면 인공수정으로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들어서 미리 검사한 후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쓰지 않을 뿐이지 어느 정도 맞춤 아기들은 존재해왔다.
유전체 검사도 손쉬워져서 신생아의 피 한방울로도 유전체 정보를 읽어서 질병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영화 가타가의 장면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비용과 인력, 시간이 필요한 거대과학이 이제는 생명과학으로 옮겨오고 있다.
유전체 정보로 보험회사는 고객을 등급으로 나누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유전자 검사 결과로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한다.
더불어 유전공학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스템의 생명체를 만들고자 하는 합성생물학이 만들어졌다.
만들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명제 아래,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보는 학문이다.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 다양한 의약품 생산과 질병치료, 에너지 생산과 환경 오염 물질 제거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6~8장까지의 내용은 인간에 의한 생명 재생산을 이야기하는 11장의 복제와 내용이 연결된다.
복제한 나는 진정한 나인가 하는 존재론적 질문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저자는 블레이드 러너와 2001년의 영화 비밀 (에바 호프먼 원작)을 추천하는데 나는 최근 봉준호 감독이 선택했다는 미키7을 추천하고 싶다.


9장은 생명이 생명을 만드는 과정 즉 세포분열과 생식을 설명하고 10장은 생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정란의 발생과 분화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줄기세포 개념이 등장한다.
초기 수정란은 단 하나의 세포인데 전능성을 가진다. 즉 수정란이 인체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1개였던 수정란은 체세포분열을 하며 세포의 수가 2,4,8,16 하는 식으로 늘려가고 이 상태의 세포들이 배아줄기세포인 것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세포이지만 난자 채취는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황우석사태 시절 고등학생에게까지 난자를 기증받으려고 하는 행태와 그 모습에 가만히 있던 여성계에 분노했노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분화된 배아는 12장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알다시피 우리는 산소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산소라 인체 내의 세포로 들어가 세포호흡을 해서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노화물질인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노화시계인 텔로미어는 많이들 알고 있는 단어인데 책에는 GDF11이라는 단백질이 등장한다. 이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노화가 진행된다고 알려져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13장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세균은 전제 지구 생물 무게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인간이 세균을 박멸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환상이다. 또한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지구에서 편하게 살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다르니 감기걸리면 약국에서 항생제가 아닌 항바이러스제를 달라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에 대한 설명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수수께끼 물질인것 같다.
14장은 자극과 반응을 이야기하면서 수능에서 준킬러 문제로 종종 나오는 인체의 신경전달 시스템이 소개된다.
재밌는 건 신경전달을 이야기하면 보톡스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사랑은 뇌에서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 조절되는 생화학 반응으로 설명된다고 저자는 말한다.(p309) 호르몬은 16장에서 자세하게 설명된다.
면역을 이야기하는 15장이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의 아와 비아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점이 신선했다.
진화과정에서 나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면역계가 되었다. 이 면역체계의 경우 매우 고마운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장기이식 수술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앞의 11장에도 언급되었던 내용인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장기이식용 맞춤형 아이도 탄생하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가 떠오른다. 영화나 문학이 보여주는 기술을 실제 과학이 따라가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놀랍고 오싹해지기도 한다.
17장에서는 생명과학의 윤리를 이야기한다.
정말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자칫 과학발전의 규제로 작용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회사에 의뢰하여 내 유전체를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방법, 약을 선택하는 건 물론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내 유전체 정보가 유출되거나 어딘가 나와 동일한 생명체를 복제할 수도 있는 세상에 산다는 건 너무나 무서울 것 같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노화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복제된 나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인간의 불완전성에 좀 더 관대해지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는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생각은 한다.
은하철도 999와 같은 미래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일침은 누구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ㅡ 30여 년간 생명이 유지되는 논리를 공부해 오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 단 한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의 다른 많은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 순환에 나름의 공헌을 하는 데 비래 인간은 지구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에 철저히 기생하면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눈앞의 여러 가지 욕망에 발목이 잡힌 인간은 생물계에서 기생체나 포식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고 지구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핵심인 평화로운 순환구조를 망가뜨리고 있다. 실제로 생식 가능 연령의 2배 이상을 살며 끊임없이 자원을 소모하는 생물종은 인간 밖에 없다. p363


이 책은 친절하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백과사전처럼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대학 교양 수준에서 배울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다.
유발 하라리가 책 제목으로도 사용하며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데우스로 가고 있다.
합성 생물학과 같은 생명과학의 기술발전으로 모든 생로병사를 인간이 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구글 베이비는 낯설지 않으며 어느 시점에서는 진 리치(gene rich)가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논리를 알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런 시대적 흐름에 이 책의 등장은 참 귀하게 느껴진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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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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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외한도 단숨에 생활 속 식물학자로 만들어준다는 [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은 식물의 전 생애에 걸친 여러 정보를 알려주는 제목 그대로의 잡학사전이다.
지금은 중고등학교의 과학 교과과정이 물리,화학, 인간의 유전과 호르몬 및 물질대사 과정들 그리고 천체 위주로 구성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과학 교과서에선 물고기나 닭의 해부도가 있었고 식물의 수정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내가 대학교 1,2학년때 배웠던 내용들이 많이 눈에 뛴다.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고등학교 물리교과서에 실린 걸 처음 봤을 때의 가벼운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특수 상대성이론을 매우 단순화시켜서 문제를 만들어낸 교수님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뀌었거나 학생들이 더 학구적이 된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대학에서 새로운 과학을 배우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변화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많은 내용은 9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익숙하고 어디서 본듯한 내용들이 많겠지만 9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에겐 새로운 내용들일 것이다.

가장 먼저 쌍떡잎과 외떡잎 식물의 차이를 보여준 책은 식물세포에 대한 설명한다.
식물의 잎 속에 엽록소라 불리는 클로로필이 있고 빛을 반사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녹색으로 보이게 되는 과정 역시 군더더기 없이 설명한다.


이 책에서 재밌다고 느낀 건 에틸렌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은 답을 알고있다]는 사기이며 식물에게 욕을 하건 칭찬을 하건 의미없다는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다니는데 이 책에서도 그 내용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식물은 접촉 자극을 느끼면 몸에서 에딜렌이라는 기체가 발생한다. 에틸렌은 줄기가 길게 자라나지 못 하도록 억제하는 대신 몸을 통통하게 만든다. (p31)

즉 매일 만져주면 키는 작아도 색도 짙고 통통해져서 더 건강한 느낌을 풍기게 된다.
책은 이어서 이렇게 설명한다.
- 접촉자극으로 줄기가 짧고 튼튼하게 자라는 식물의 성질을 우리는 흔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즉 '상냥하게 말을 건네며 식물을 키우면 아름다운 꽃이 핀다'라고...식물은 상냥한 말을 들었기 때문에 특별히 예쁜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p32)

초반에 언급된 에틸렌은 후반에 다시 한번 언급된다.
알다시피 익지않은 초록색 바나나를 수확 후에이동하면서 숙성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물질이 에틸렌이다. 에틸렌은 '과일 성숙호르몬'으로 불린다.
(p133)


비슷하게 눈에 자주 들어온 이름이 지베렐린이다.
지베렐린은 에틸렌과 다르게 길쭉하게 크도록 유도한다.
과일의 경우 자신의 씨앗이 다른 동물이나 곤충의 몸으로 들어가야 이동과 수정이 쉽게 이뤄진다. 동
물과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과육이 풍부해지고 향을 만들거나 한다.
그런데 바나나나 거봉의 경우, 씨가 없는데도 과실이 크게 자라나는 '단위결과'가 일어난다. 단위결과가 일어나도록 하는 물질이 지베렐린이다.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색과 모양의 조화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꽃이 예뻐서 사진찍는게 아니라 사진으로 예쁘게 나올 것 같아서 꽃을 찍은 나같은 사람에게 점점 크고 화려한 방향으로 육종시키는 기술들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꽃에 대해서 설명할 일이 있으면 식물의 생식기라고 표현한다.
꽃은 씨앗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부위다. 생식기를 감추는 인간과 다르게 식물은 벌과 나비 새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고 아름답게 꽃을 진화시켰다. 광합성을 수행해야 하는 몸통 부위와 차별시키기 위해 독특한 색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색소들이 카로티노이드 (노랑이나 연핑크)나 안토시아닌 (폴리페놀의 일종,붉은 색이나 푸른색의 꽃)이다.
그런데 이 색소들은 자외선의 피해도 막아주고 있다.

ㅡ자외선은 식물과 인간의 몸에 닿았을 때 ' 활성산소'라는 물질을 발생시킨다...식물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역활을 하는 '항산화물질'을 몸에서 만든다...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 있다. 바로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라는 꽃잎을 아름답고 예쁘게 장식하는 색소다. (p108)

이런 이유로 온실에서 재배된 꽃보다 노지에서 자란 꽃들이 색이 더 화려하다.

식물은 씨앗보다 식물이 먼저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히는 이 책은 92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내용도 2페이지를 초과하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없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싶어하는 목적에 충실한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솔직하게 적은 후기입니다 ㅡ

#똑똑한_식물학잡학사전 #다나카오사무 #김수경옮김 #사람과나무사이
#생활속식물학자 #재미있고_똑똑한_식물이야기 #컬쳐블룸리뷰단
#메이저는식물이었지만_식집사는_결코_될수없는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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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 근현대 편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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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작 전 상식 퀴즈부터 내고 싶다.
다음의 유명한 말들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다들 아는지 궁금하다.
1.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선 침묵해야 한다.
2. 배부른 바보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게 낫다.
3.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고백하자면 나는 정말로 지적 허영심이 강하다.
많이 알고 싶고 많이 아는 척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 맘에 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있어 보이지만 가장 무용한 학문이라 철학을 좋아한다는 지은이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펼치면 서양 근대 철학자들의 연표가 나오고 간단한 소개와 목차가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철학자만을 다룬 책이다.
그래서 책의 초반에는 영국 중심의 경험주의 철학자 3인방(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조지 버클리) 과 대륙의 합리주의 철학자 3인방(데카르트,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 )들이 서로 비교되며 소개된다.
미적분을 만들어내서 뉴턴과 경쟁하다가 뒤통수 맞은 라이프니츠가 낙관주의적인 철학가도 겸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파로 역시 3명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렇게 큰 흐름과 별도로 여러 철학자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철학과 무관한 전공을 했고 만화의 형태라지만 작가의 지식과 가끔씩 나오는 자기고백들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때때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전까지 나는 내 종교관이 무신론에 가까운 불가지론자였다고 생각해왔었다. 내 종교관에서의 신은 인격신의 개념이었는데 스피노자와 볼테르 편을 읽으며 내 종교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가 가장 좋아한다는 스피노자 챕터를 읽으며 나 역시 작가처럼 스피노자가 좋아졌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스피노자는 유일신이나 인격신의 개념이 아닌 "의도없이 존재하는 거대하고 무한한 실체로 세계나 우주, 자연 그 자체가 신"이라고 믿는 범신론자였다. 그러면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신에 대한 아는 것 즉 지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은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매우 이성적이라고 느껴졌다. 수줍은 렌즈 세공인이었다는 작가의 스피노자 소개도 참 맘에 들었다.
평소 만일 신이 있다면 힉스까지만 만들고 딴짓했을 거라고 말하던 사람이 나였다. 그런데 볼테르의 아신론에 대해 읽으니 평소 내 말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나 아렌트의 스승이지만 나치에 부역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스토리만 알던 하이데거의 철학은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의식할 수록 삶의 소중함을 지각한다고 주장한 하이데거는 인간은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하기에 인간이 곧 시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책들 중 유일하게 원본으로 제대로 읽은 책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선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악을 제거하기 투쟁해야하며 실수를 통해 배워나간다는 포퍼의 이론은 다시 읽어도 설득력이 강했다.

사르트르편에서 작가는 한 시대의 유행은 그 시대의 결핍을 보여주고 누군가의 본질이 궁금하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한 사람의 욕망에 그 사람이 실존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의 욕망을 스스로 들여다보니 나의 실존은 너무나 세속적이고 소박하단 생각이 들었다.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세상에 대한 감수성이란 작가의 표현에 매우 많이 동의한다. 입에 쉽게 부정적이며 상스러운 표현을 올리는 사람들, 특히 지하철같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인류애가 바사삭 부서지는 느낌이다. 말과 글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이 책은 17세기 데카르트로 시작한다. 보통 철학공부를 한다하면 탈레스로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서양 철학사 책을 들고 탈레스로 출발해서 여러 낯선 이름을 꾸역꾸역 뚫고 지나가며 1권이 끝나고 더불어 철학 공부도 끝나곤 했었다. 평소 이름과 주요 주장들만 조금 알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현대의 철학가들에 대한 지식이 한 스푼씩은 더 한 것 같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했던 질문들의 답은 이렇다,
1번은 비트겐슈타인.
2번은 존 스튜어트 밀
3번은 칸트다.

전부 맞췄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말을 이 사람이 했구나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지식이 늘어나며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목에서 한 약속을 잘 지키는 책이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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