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음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디플롯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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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란 책으로 우리 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철학가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다녔지만 그는 독일어로 생각하고 글을 쓴다. 그래서 그이의 책은 번역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런 경우 나는 한병철 교수가 한국인이 아닌 독일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영어는 경제적인 언어라서 애정이 잘 가지 않고 독일어가 철저하게 시적인 언어라서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읽히는 철학자라고 했지만 사실 이전 책인 피로사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병철이란 이름의 신간은 호기심을 가지게 했다.

이 책은 그의 강연을 기록한 책이다.
2023년 4월에 라티프치히에서 [생각의 음조] 강연을 포르투에서는 [에로스의 종말]강연을 , 리스본에서 [희망의 정신]이란 제목의 강연들을 했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강연인 만큼 저자가 정원을 가꾼지 3년이 되었으며 방에서는 항상 꽃향기가 나며, 그래서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고백들이 있다.
정원을 가꾸며 종교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진정한 생물학은 신학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에게 무신론자가 된 생물학 전공자는 왜요?라고 묻고 싶어졌다.
한편 한병철교수는 자신의 강연이 유투브 등의 비디오 클립으로 박제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글로 담았다고 기획자는 설명하고 있다.


한병철 교수는 자신은 반복이 아닌 끊임없이 변주를 하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자신의 사유는 그랜드피아노와 음악이 가져다주는 상상의 비행속에서 익어간다는 고백도 한다.
우연히 너무나 아름다운 그랜드 피아노를 발견한 후 , 곧장 사와서 평소 가장 좋아하던 바흐의 골드베트크 변주곡을 연습했다고 한다. 무려 2년의 시간동안 종교적인 수련을 거쳤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은 슈만의 아침의 노래와 닮아서 밝은 슬픔을 지니고 있다고도 고백한다.

만일 내가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면서 이 강의를 들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어와 한국의 음악을 사랑하는 철학자의 강연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한국의 음악과 한국의 시를 음미하며 싶은 사유의 정서를 나눈다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다.
한병철 교수는 독일어이기 때문에 사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책의 말미에 한국은 너무나 폭력적이 되었다고도 기술한다.
뭔가 씁쓸한 감정이 들게하는 1장이었다.
강연의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들어가있다. 참으로 행복해보이는 얼굴이었다.
바흐와 슈만을 정말 사랑하는 철학자라는게 느껴졌다.
ㅡ 모든 아름다움은 모순입니다. 모순 없이는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저는 모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진실은 이러한 아름다움 안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p24


2장의 제목은 에로스의 종말이다.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타자에게만 향할 수 있는 것이 에로스라고 한다.
다른 언어는 외국어를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와 사고체계가 다른 사람, 나와 환경이 다른 사람 즉 내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타자일 것이고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에로스일 것이라고 이해했다.
카르카는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편지로 소통하는 것조차 의심했다고 한다. 바로 만질수 없는 타자의 부재가 우울의 원인이라고 한병철 교수는 진단을 내린다.
코로나 팬데민으로 화상미팅등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거울 속 자기 모습을 검열하면서 신체적 결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줌 이형증을 설명하는데 이런 현상을 마음 속에만 최적화의 광기를 극한으로 가도록 만들어서 생긴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사하지면서 공감이 어려운 시대(P81)를 사느라 다들 동일성의 지옥에 빠져서 사랑도 사랑이 아닌 성과의 일부로 바라보는 현상을 개탄하면서 저자는 찰리 카우프만 감독의 "아노말리사"라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언급한 음악들을 찾아들었다. (개인적으로 글랜군드보다는 손민수님의 골드브루크 변주곡이 나는 더 좋았다.) 책도 많이 추천한 책인데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어졌다.
마지막 3장이 희망의 정신이란 제목의 강연이다.
가장 몰두해서 읽은 장이었다.
희대의 정치사건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정말 어울리고 적절한 글이었다는 생각이었다.
그냥 읽어도 좋은 내용이었지만 응원봉시기의 요즘에 잘 어울리는 내용들이 듬뿍 담긴 3장이었다.

한병철교수가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 본인이 좋아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읽어줬더니 음대생이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감상을 남긴 일화를 소개하며 현재 우리 사회가 초월성없이 성과주의적 사고방식에 매몰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류 역사 최초의 사유는 닭살이라고 이야기한 저자는 철학자를 마술사이자 매혹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축제는 서사의 시간이고 노동은 누적의 시간이라고 명명하는 지점까진 이해는 했다.
그러나 평소 일상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나는 일상에 충실한 삶, 자신을 고양시키지 않는 삶은 버려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브리엘 마르쉘이 정의한 평화에 대한 부분뒤부터는 매우 집중하고 동의하고 속으로 박수까지 치면서 읽었다.
기획자가 왜 이 순서로 책을 편집했는지 깨닫기도 했다.

가브리엘 마르쉘은 희망은 현실에 신용을 부여하는 것이며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단다.
비판도 행동도 없는 낙관주의가와 다르게 희망은 행동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희망은 극도의 회피라고 비판했던 카뮈와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세계 안에서 존재하기를 꿈꾼 하이데거와는 다르게 저자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이 희망의 기본 공식이라고 천명한다.
불안이 우울을 증폭시키고 생각없는 순능주의자로 만드는 것과 다른 것이 희망이라고 주장한다.


희망은 그리고 희망하는 사람은 '나쁘게 존재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어서 우리가 닫혀있는 감옥같은 시간을 탈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편안한 마음을 따르는 긍정심리학과 희망은 다르다고 말한다.
긍정성의 숭배는 사람을 고립시키고 이지거으로 만들어 자기의 편안함에만 관심을 두게 하지만 희망은 부정적 측면을 기억하고 사람을 한데 모이게 하고 화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희망의 주체가 '우리'라는 말이 참으로 좋았다. (P157)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희망이며 희망의 분위기 속에서 대화와 화해가 가능할 때 민주주의가 번영된다고 말한다.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위해 해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독일인이 된 한국인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책이었는데 왜 한병철교수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철학자인지 깨달았다.
힘과 에너지가 넘치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종교적이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정말 매력적인 철학자였다.

다른 세상, 더 나은 새상을 바라는 것만으로도 혁명의 잠재력이 자라납니다. P169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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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쓸모 -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인생 그림
윤지원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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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의 화가의 붓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깊은 울림과 벅찬 감동을 나누기 위해 쓰였다는 [그림의 쓸모}라는 책의 저자인 윤지원님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다.
언뜻 달라보이는 학문들을 두루 접해서인지 이미 많은 곳에서 소개한 작품들이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4개의 주제에 따라 한번쯤은 보고 들었을 작품들을 소개한 이 책은 화가의 삶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인문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다양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들어있다.

뭉크의 그림에서 덴마크의 철학자인 키르케고르 철학의 핵심인 불안을 언급하고 고흐 그림의 의미와 예술사적 가치, 루소의 그림에서는 내면의 조화와 균형이 진정한 평안을 가질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동일한 주제를 다룬 여러 작품들과 달리 추락이 아닌 비상의 순간을 포착한 점을 지적하며 관점을 바꾸는 시각의 전환이 새로움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많은 사회적 이슈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바라볼 때에 드가처럼 비판적으로 사고할 것도 주목한다. 프리다와 아르테미시아의 작품들에서는 절망을 극복하는 여성 서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신교와 구교가 대립하는 격동적인 헨리 8세 시대에 탄생한 홀바인의 <대사들>은 그림 하단의 독특한 모양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해골모양으로 보이게 하는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osis'기법을 설명한다. 특정각도에서 바라 봐야 하기 때문에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현대미술의 개념의 선구자이자 메멘토모리를 비롯한 다양한 상징들을 기록한 그림이란 설명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쇠라의 그림을 보면서 19세기 프랑스의 복식과 군중 속 개인의 고독을 이야기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속 아담의 창조 부분의 신의 영역이 뇌와 같이 그려졌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또한 자화상은 작가의 자아성찰로 타인을 그린 그림은 보편적 인간에 대한 탐구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팁도 좋았다.
또한 그림마다 작가의 질문이 들어가 있는 점도 특색있었다.




대부분의 그림과 설명들이 만족스러웠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재(2024년 12월) 한국에서 전시회도 하고 있는 카라바조의 생애와 그림<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에 대한 설명이었다.
카라바조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들은 몇 번 읽었는데 그의 일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시기의 이 스타 화가의 삶은 사실 잘 알지 못 했다.
그저 빛을 독특하게 잘 쓰고 르네상스 풍의 이상적인 그림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직접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카라바조가 어린 시절 흑사병으로 가족 대부분을 잃고 불안정하고 포악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타고난 그림 실력으로 빠르게 명성을 얻고 많은 후원자들이 그가 사고를 칠 때마다 요즘말로 쉴드를 쳐주었다고 한다.
1606년 로마에서 카라바조는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빵빵한 후원자를 등에 엎고 있는 카라바조 였지만 , 이번에는 힘있는 가문의 젊은이를 죽여서 일이 커지고 겁을 먹은 카라바조는 도망치면서 목에 현상금이 걸린다.

ㅡ 현상금은 생사와 상관없이 잡아만 오면 받을 수 있었기에 언제 자신의 목이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도망 다니는 내내 대접을 받았지만,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 등을 떠돌며 살았고 피해자의 가문에서 고용한 자객에 의해 끊임없이 추격을 받았습니다. 도망 다니던 중 사면권을 요청하기 위해 불체포 특권이 있는 기사 작위를 얻었는데 이마저도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상대에게 중상을 입히는 바람에 빼앗기고 맙니다. (p63~64 내용 요약)


책에 소개된 그림인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은 도망치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고 이 작품을 완성한 후 1610년에 카라바조는 38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카라바조는 슈퍼스타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란 생각이 들긴한다.
짧고 격정적인 삶을 살았고 그림에 대한 기교는 뛰어났다. 살아있는 동안 논란의 대상이었고 사후에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나와 전혀 연관점이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스타일의 인물이다.

이 그림에서 다윗은 젊은 시절의 카라바조의 얼굴이고 골리앗의 얼굴은 그림 그리던시절의 카라바조의 얼굴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과 현재의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승리자의 위치에 있는 다윗의 씁쓸해보이는 표정이 어딘가 이해되었다.


ㅡ 자신을 골리앗과 동일시 한 것은 그의 살인 혐의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과거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둠과 끊임없이 싸우는 존재로 다윗을 묘사함으로써 카라바조 자신도 끊임없이 과거의 죄와 싸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p65 내용요약)

이 그림을 설명하던 인문학자가 전달한 메시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면(다윗)과 악함과 그림자( 골리앗)는 모두가 우리를 구성하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우리의 과제는 이 두 면을 단순히 공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골리앗을 인식하고 잘라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까지는 사실 익숙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ㅡ 여기서 잘라낸다는 것은 어두운 면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기혐오나 자기 비판이 아닌 깊은 이해와 연민의 자세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약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되, 그것이 우리의 삶과 다른 이들에게 패를 끼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작품 속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지만 그의 표정에는 승리의 기쁨이 아닌 깊은 연민과 고뇌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어두운 면을 다룰 떄 취해야 할 태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약점과 실수, 어두운 충동들을 냉정히 직면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가진 자신을 향한 깊은 연민과 이해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p66 내용요약)

앞서 말했지만 카라바조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싫어하는 캐릭터가 그리스인 조르바가 있다. 나는 안티 조르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불씨가 가지고 있던지 옆의 사람에게 그 불씨가 날아가거나 주변인들이 피해를 입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싫다.
물론 누구나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얼굴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주변에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저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용서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린 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카라바조란 인물은 이미 죽었기에 저 그림에 담긴 그의 마음은 알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인식하고 영향력을 잘라내야 한다는 과제는 동감한다.
무엇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내 안의 어둠을 인정하고 화해하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참 좋았다.
내가 꿈꾸는 좋은 사람은 [자기애가 강하면서 공공질서를 지키는 문해력과 상실을 가진 매너있는 사람]인 것 같다.

카라바조만큼 흥미로운 내용은 알폰소 무하였다.
사실 타로카드 그림같다고 생각해왔던 알폰소 무하가 체코 출신이며 자신의 민족인 슬라브 민족의 영혼을 일깨우기 위해 < 슬라브 서사시>라는 20여점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들을 만들었다는 내용에 놀랐다.
슬라브 서사시를 검색해서 그 거대한 규모에 더 놀라기도 했다.

ㅡ 그(알폰소 무하)의 목표는 단 하나, 억압받는 슬라브 민족에게 자부심을 되찾아 주고 민족의 의식을 꺠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p280)

이 거대한 작품들은 무려 18년간 작업한 결과물이며 이 그림들로 인해 무하는 나치로부터 고문을 받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은 나치의 감시 속에서도 체코인들의 민족적 행사가 되었고 사후 11년 뒤인 1950년에 일부가 그리고 1967년에 전체 작품이 공개 전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술이 단순한 오락이나 장식이 아닌 생각을 자극하고 감정을 움직이며 나아가 사회적 행동을 촉구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형태가 아닐까 싶다.
무하는 "예술이 영혼의 교육 "이라고 했다고 한다.
가슴이 찡해지는 문장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예술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성장시키는 도구다.

10대에는 대입만을 그 이후에는 재테크를따라가는 삶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서사와 철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나만의 인생갤러리와 고유한 방식으로 예술을 삶에 통합시켜 보라고 조언한다.
꼭 실천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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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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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번째 만나는 이정모관장님의 신간이다.
참 열일하신다는 느낌과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주 책을 내시면 내용이 겹칠만도 한데 주장하는 내용은 일관되지만 내용은 중복되지 읺아서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이정모관장님은 세상을 명랑하게 살기위해 과학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판단을 내릴 때의 기준이 느낌이 아닌 크기와 숫자가 되어야 한다는것이다.

ㅡ "요즘 기후가 변했어. 봄과 가을이 아예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틀린 말이다. 일제 강점기(1912~1940)와 요즘( 1991~2020)을 비교하면 추운겨울은 22일 줄고 시원한 가을은 4일 줄었으며, 더운 여름은 20일 늘고 따뜻한 봄도 6일이나 늘었다. 봄과 가을은 없어지고 있지않다. <서문> 에서

이런 기조를 가진 책은 4부 , 58가지 주제를 가지고 즐겁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



1부의 주제는 [ 멸종을 피하기] , 지구 가열로 인한 기후위기가 인류의 멸종을 야기시킨다는 내용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젠 흔한 주제고, 누구나 아는 해결책을 이정모관장님다운 근거와 예시를 들어주신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ㅡ 기후위기로 메머드 화석의 비용이 떨어졌다. 이제 동토의 땅들이 너무 많이 녹아서 예전보다 매우 많이 발굴되기 때문이다.
ㅡ 사람에게 있는 뼈 206개 가운데 106개가 오로지 두 손과 발에만 있다. (우리는 손뼈를 이용해서) 그 어떤 생명보다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발은 ? 오로지 발에만 우리 뼈의 4분의 1인 52개의 뼈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손뼈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발뼈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발뼈가 아깝지 않도록, 차를 타는 대신 많이 걷자.
ㅡ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선수는 인공지능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있다. 실력은 굳이 다시 비교할 필요 없지만 에너지 효율은 한 번 따져 보자. 체스마스터들이 체스 두는 동안 소모하는 에너지를 계산했다. 체스마스터들은 1시간동안 280킬로칼로리를 소모했다. 바둑 기사는 체스 마스터보다 2배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1국은 3.5시간이 걸렸다. 이세돌은 대략 1680 킬로칼로리를 소모했다. 조코비치가 단식 경기를 3시간 치른 셈이다. 그렇다면 알파고는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을까? 대략 5만 킬로와트시를 사용했을 것이다. 알파고는 이세돌보다 에너지를 5만배나 더 사용한 셈이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여부는 인공 지능의 발전 만큼이나 새로운 에너지원, 깨끗한 에너지원을 찾는데 달려 있다.

무엇보다 강력하게 정치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시작하기 전에 염려하던 점들이 실제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다.
놀토가 존재하던 시절 주 5일제가 시작되면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 미국 독립전쟁 초기 홍차를 버리면서 했을 걱정들이 결코 오늘 날의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주4일제 근무와 놀수의 도입 등을 주문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기에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눔의 좋은 해결책이라는 지적에 적극 동의한다

과학발전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R&D 예산을 4조 6천억원 삭제시켰기에 우리나라에서 과학분야 노벨상은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다는 내용에선 함께 분노했다. 그 사실이 확정된 후 매우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탄식하던 최재천 교수님의 유투브 영상도 떠올랐다. 왜 성공한 과학자들이 침묵하느냐는 지적은 날카로웠다.

이 책에는 많은 날짜들이 언급된다.
2020년 2월 19일 (천리안2B , 우리 기술로 자체 개발한 정지 궤도 위성 발사일) , 2021년 4월 19일 (화성에서 헬리콥터가 비행한 날)
6월 30일( 세계 소행성의 날) , 10월 15일 (세계 손 씻기의 날) 등이다. 대체로 기념할만하고 중요하고 좋은 날들인데 결이 조금 다른 날이 있다.
바로 9월 1일 일본 돌고래의 날이다.
매년 일본 다이지 마을의 어부들이 9월 1일부터 6개월동안 대규모 돌고래 학살을 한다는 것이다.
다이지 마을의 돌고래 사냥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사냥이 진행된다고 한다.
작살과 덫으로 , 시각과 정착을 자극해서, 떼몰이를 해서 사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이런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된 동물들은 들여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멋진 시민운동인데 이런 결과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더불어 제돌이의 방사에 최재천교수님의 연구팀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님의 열정은 항상 놀랍다.


3장의 지혜로워지기 편을 읽다가 정말 빵 터진 대목이 있었다. 11월의 신부와 신랑에게 전하는 주례사같은 글이었다.
허락보다는 통보가 빠르고 용서가 쉽다는 내용이었다. 이글을 읽으실 사모님의 반응이 궁금하다.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3챕터의 [지혜로워지기]였다.
마약에 중독된 뇌는 뇌의 구조마저 바뀌었다거나 네이처지가 다윈을 홍보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모임에서 출발했다거나 골드버그라는 용어가 아주 간단한 일을 복잡한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형용사로 쓰인다는 설명은 지식추구형 인간인 나에게 굉장히 재밌게 다가왔다.
물론 이정모 관장님이 이 내용들을 설명한 건 다른 목표다.
골드버그를 이야기하며 젠더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하고 사용한 진보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기억하고, 중독은 뇌의 질환이므로 사회가 고칠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밌게 읽은 주례사도 3챕터의 내용이다.
현재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을 겪지 않았다. 역사의 긴 시간 속에서 매우 드문 태평성대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정모관장님은 이야기한다. 대학생이 되는 따님에게 세상이 우리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팩트풀니스]를 권하기로 했다는 관장님은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추구하지 말고 평화를 추구하라.

평화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상식일 것이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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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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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 덕분에 익숙해진 문구다.
매너와 사회적 에티켓등은 계급을 나누는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었고 사람의 몸에 배어있는 몸가짐과 말투로 그 사람의 수준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소비의 역사>라는 책으로 익숙한 설혜심교수의 (이번에도 두껍지만 매력적인) 신작 [매너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시작된 서양 매너 교육의 기원과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그리스 시절에는 예절이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서양의 모든 것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매너와 예절 역시 아리스토 텔레스로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학자다. 그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아가톤(좋음)을 추구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책이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라는 것에는 나는 좀 유보적인 입장이다. 제자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강의를 필기한것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 니코마코스가 편집한 책이다. 성경이나 논어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가톤이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이 아가톤은 본성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습관에 따라 탁월해지기도 열등해지기도 한다고 봤다. 비슷하게 도덕적 미덕 역시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봤는데 미덕을 행하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은 도덕적 성품을 습득했다는 증표로 본 것이다. 좋은 습관을 통해 미덕을 실천할 수 있고 그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인간의 행복을 활동 개념으로 파악하고 실생활에서의 지식을 중요시했다는 것이 신선했다. 그래서인지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아끼는 친구이자 제자였던 테오프라스트의 <성격의 유형들>에 나오는 꼴사나운 사람들의 특징은 현대에 봐도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다. 눈치없는 사람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에는 적극 동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매너의 중요한 원칙을 만들었고 이 원칙들 아래로 매너는 더 정교화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원칙은 중용과 자제력과 우정(친애, philia)다.
중용이란 덕목은 동서양에서 거의 비슷하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느낌이다. 부족하면 무심하거나 낭비거나 두려움이고 넘치면 오지랖과 인색함과 무절제가되는 것이 중용인데 가장 중요한 만큼 가장 실천하기 힘든 항목같다.
두번째는 자제력이다.
자제력은 충동에 대한 경계를 말한다고 한다.
그리스 이후 근대 이전까지 매너교육은 남성위주인데 이 자제력은 계속 강조되고 되풀이되는 느낌이다.
영국의 젠틀맨에게 요구되었다는 침착함이 이 자제력의 연장선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ㅡ 폴라이트니스(politeness,세련됨)는 침착하고 고요하며 조용한 행동에 있다. p259
ㅡ 사회의 금기가 자기 통제의 형태로 본능 속에 이미 구축된 과정이 문명화 p57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은 평등한 시민들 사이의 친애를 바탕으로한 예의바름인데 무척 현대적인 개념이라고 느껴졌다.
예절이 계급구별의 수단이 된건 키케로부터라고 한다.
키케로가 제시한 데코룸decorum은 고대 사회에서는 매너의 이상적인 형태였다고 한다.
키케로는 내면과 외양이 일치라는 19세기 이전까지 매너의 절대적인 전제를 만들었고 생리현상과 신체기관의 은폐를 처음으로 말한 사람이라고 한다.
신기한건 생식기와 배설의 은폐는 중세의 예법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가 르네상스 시대부터 중요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생식식와 배설의 은폐의 이유를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생각한 최초이자 거의 유일한 사람이 키케로라고 한다.
키케로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이것은 귀족사회의 우아한 예법으로 전수되었다.

예법이 계급의 구별이 되면서 앉는 자세와 절하는 법, 심지어 발음까지 유행이 생겼다.
(예법이 시대와 공간 사회상에 따라 변화한다고 말한 사람은 에라스뮈스라고한다)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으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이 귀족의 사교계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매너와 평판은 더욱 중요해진다.
<매너 있는 사람>과 <품격있는 아카데미>같은 책들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ㅡ 평판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사실 촘촘한 감시망이 작동하는 곳이었다. ... 어떤 학자는 "예의바른 사회"가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묘사한 바 있는 "권력이 자동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영구적인 가시성과 의식상태를 말하는 파놉티콘과 닮았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촘촘한 감시망은 달리 보자면 잘 짜인 네트워크일 수 있었다. 그리고 매너는 그 네트워크를 통해 소소한 영향력을 퍼트린다. <매너있는 사람>은 <품격있는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매너가 가진 사회적 확산성에 주목한다. p300

매너의 확산성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글거린다는 말때문에 감성이 사라지고 선비라는 말이 나오자 절제하는 사람이 사라진 현 세태역시 비난과 경멸이라는 태도가 힙한 매너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매너의 확산이 아쉽다.

18세기 후반부터 여성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르네상스 시기에 사라진 에티켓이란 단어가 부활했다.
19세기부터 예법은 에티켓으로 대치된다. 예법과 에티켓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거로 도덕적 요소를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ㅡ 기존 예법서가 중용을 내세우며 식탐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면, 에티켓북에서는 '다음 코스가 나오는 것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p350

거창한 도덕담론이 없어지면서 에티켓은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세세한 행동 지침처럼 보이지만 예법이나 에티켓 모두 TPO준칙 ,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성격에 맞춰야 한다는 대전제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에티켓은 TPO만큼이나 계급성을 드러내고 지켜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계급성은 신분이 없어진 시대에서는 결혼 유무로 표현된 것 같다. 빨간머리 앤등을 읽으면 조숙한 여자아이들이 그 나이에 금지된 길이의 치마를 입거나 머리를 묶는 장면을 호들갑스럽게 표현되는 것들이 떠올랐다.

20세기 들어오면서 계급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매너의 영역은 바뀐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한 직장내에서의 에티켓, 68혁명의 여파로 일어난 성해방은 킨제이보고서라는 인간의 성적행동을 분석한 보고서 섹스에티켓등이 생겼다.
매너의 초점이 계급에서 개인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합의에 의한 형식적 매너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적이고도 세심한 아주 다양한 매너들이 중요해진 것이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매너에서 에티켓으로 배려로 점점 섬세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ㅡ 장구한 매너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늘 날 에티켓 규칙들은 훨씬 단순해졌다. 하지만 그 원론적인 규범들은 여전히 중요하며, 수많은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의바름과 품격으로 사람을 구별짓는 가치와 효용은 여전하며 그것은 계급의 울타리를 벗어나 온전히 개인이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영역이 되었다. p589


매너의 역사에서도 영국과 프랑스의 경쟁이 발생했다는 점이 재밌었고 프랑스식 매너의 반발로 젠틀맨이 만들어졌다는 걸 새로 알았다.
의외로 춤을 배우면서 우아한 몸가짐을 익히라는 강조가 많았던게 신선했고 20세기 계급이 무너진 이후 만들어진 에티켓들은 모두 빨리 익혔으면 싶었다.

개인적으론 겉표지를 벗긴 상태가 더 예쁘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들고다니면서 읽기엔 무거웠지만 좀 얇았다면 뭔가 '있어빌리티함'을 뽐내기 위해 들고 다녔을 것 같다.
요즘 허세독서, 과시용 독서라는 말이 나오는데, 가식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허세라는 것이 무조건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로크는 비난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어필하고자 일부러 했던 행동이 진짜 나의 습관이 되는 경험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너역시 그런 종류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매너는 배려와 동감의 결과물이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동감하는 행동들을 억지로라도 하다보면 절로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좋지만 배려가 지능이란 말이 더 좋다.
매너와 배려는 사회지능이라고 믿는다.
나도 내 주변인들도 사회지능이 높은 사람들이길 소망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매너와 예절, 배려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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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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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택배
김현지 지음 / 고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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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나이터울이 많은 남동생을 가진 여자는 엄마로부터 한줌의 사랑을 얻지 못했고 도망치듯 10대 후반에 만난 남자에게로 갔다.
다정하리라 기대하던 남자는 그러나 음주와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에서 나와 사업을 시작하며 가난을 여자와 함께 짊어진다.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 셋과 아들 하나를 얻은 여자는 지옥같은 가난을 아이들을 보면서 버틴다.
어느 순간 남자의 사업은 성공의 길에 올라섰고 이제 여자는 가난을 모르는 척 하며 살아간다.
그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 중 소소한 삶을 사는 건 세째 딸이다.
엄마의 택배라는 책은 세째 딸의 이야기다.
세째 딸은 어느 곳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며 공무원 남편과 살아가면서 자식들 중 유일하게 택배를 받는 딸(엄마의 택배)이면서 동시에 헌신적이던 첫사랑과 서글픈 짝사랑을 하는 교사도 되었다.(인연) 할 말은 하는 김여사로 불리기도 하고 (이차장) 딸아이의 실한 종아리를 보며 안도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운동화) 계란말이 반찬이 얼마나 정성이 들어간 반찬인지를 알며 돈이 가장 쉬운 해결책인 것을 깨닫는 혜정이도 되었다.(계란말이)
대다수의 작가들은 데뷔작이나 초기작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은다고 들었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책 [엄마의 택배]도 그런 것 같다. 맨 위의 "나의 글, 나의 소명"이라는 작가의 후기를 읽기 전부터 많은 부분 작가의 삶과 닮았을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인지 좋다는 느낌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리뷰가 쉽게 써지지 않았다.
대부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는 어는 순간의 나도 보였고 친구의 모습도 보였다.
부모 자식간이지만 모멸감을 주고 받으며 묘한 쾌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일들을 겪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심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면이 많았던 조그만 아이였던 나는 여전히 조그만 어른이지만, 이제는 너스레를 떨고 배짱을 부릴 수도 있고 이기적으로 굴 수도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지나간 많은 상처들을 사실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10대와 20대의 30대의 내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이름이 지정되지 않은 주인공에게 내 이름을 붙여 보아도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책은 쉽게 읽혔지만 생각은 많아지고 리뷰는 늦어졌다.
제발 선생님이 짝을 지정해주기를, 이 아이가 나를 배신할 리가 없다는 확신으로 사람을 선택하던 시기를....들춰내는 이 책은 신기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건강하지 못 한 자아가 , 더 이상 자신을 숨긴 채로는 온전히 살아낼 용기가 없다"고 말하며 그래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안을 '기어이' 들여다보고 후벼파고 나서야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작가의 고백이 부러웠다.
ㅡ 자책과 자기 기만, 상처 등으로 점철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 삶의 순간들에 맞닥뜨리게 되는 날선 감정들을 포착하고 묘사하면서 저도 함께 설레고 슬프고 아리고 성장하게 됐습니다. 글쓰기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글]ㅡ
작가를 성장하게 했던 이 글쓰기는 내 안도 후벼서 기어이 흔적을 만든 것 같다. 소심하고 조용하며 타인의 실수에 먼저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성격을 가졌던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엄마의택배 #김현지 #고유
#글쓰기가_준_선물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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