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쓸모 -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인생 그림
윤지원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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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의 화가의 붓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깊은 울림과 벅찬 감동을 나누기 위해 쓰였다는 [그림의 쓸모}라는 책의 저자인 윤지원님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다.
언뜻 달라보이는 학문들을 두루 접해서인지 이미 많은 곳에서 소개한 작품들이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4개의 주제에 따라 한번쯤은 보고 들었을 작품들을 소개한 이 책은 화가의 삶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인문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다양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들어있다.

뭉크의 그림에서 덴마크의 철학자인 키르케고르 철학의 핵심인 불안을 언급하고 고흐 그림의 의미와 예술사적 가치, 루소의 그림에서는 내면의 조화와 균형이 진정한 평안을 가질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동일한 주제를 다룬 여러 작품들과 달리 추락이 아닌 비상의 순간을 포착한 점을 지적하며 관점을 바꾸는 시각의 전환이 새로움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많은 사회적 이슈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바라볼 때에 드가처럼 비판적으로 사고할 것도 주목한다. 프리다와 아르테미시아의 작품들에서는 절망을 극복하는 여성 서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신교와 구교가 대립하는 격동적인 헨리 8세 시대에 탄생한 홀바인의 <대사들>은 그림 하단의 독특한 모양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해골모양으로 보이게 하는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osis'기법을 설명한다. 특정각도에서 바라 봐야 하기 때문에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현대미술의 개념의 선구자이자 메멘토모리를 비롯한 다양한 상징들을 기록한 그림이란 설명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쇠라의 그림을 보면서 19세기 프랑스의 복식과 군중 속 개인의 고독을 이야기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속 아담의 창조 부분의 신의 영역이 뇌와 같이 그려졌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또한 자화상은 작가의 자아성찰로 타인을 그린 그림은 보편적 인간에 대한 탐구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팁도 좋았다.
또한 그림마다 작가의 질문이 들어가 있는 점도 특색있었다.




대부분의 그림과 설명들이 만족스러웠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재(2024년 12월) 한국에서 전시회도 하고 있는 카라바조의 생애와 그림<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에 대한 설명이었다.
카라바조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들은 몇 번 읽었는데 그의 일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시기의 이 스타 화가의 삶은 사실 잘 알지 못 했다.
그저 빛을 독특하게 잘 쓰고 르네상스 풍의 이상적인 그림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직접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카라바조가 어린 시절 흑사병으로 가족 대부분을 잃고 불안정하고 포악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타고난 그림 실력으로 빠르게 명성을 얻고 많은 후원자들이 그가 사고를 칠 때마다 요즘말로 쉴드를 쳐주었다고 한다.
1606년 로마에서 카라바조는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빵빵한 후원자를 등에 엎고 있는 카라바조 였지만 , 이번에는 힘있는 가문의 젊은이를 죽여서 일이 커지고 겁을 먹은 카라바조는 도망치면서 목에 현상금이 걸린다.

ㅡ 현상금은 생사와 상관없이 잡아만 오면 받을 수 있었기에 언제 자신의 목이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도망 다니는 내내 대접을 받았지만,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 등을 떠돌며 살았고 피해자의 가문에서 고용한 자객에 의해 끊임없이 추격을 받았습니다. 도망 다니던 중 사면권을 요청하기 위해 불체포 특권이 있는 기사 작위를 얻었는데 이마저도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상대에게 중상을 입히는 바람에 빼앗기고 맙니다. (p63~64 내용 요약)


책에 소개된 그림인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은 도망치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고 이 작품을 완성한 후 1610년에 카라바조는 38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카라바조는 슈퍼스타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란 생각이 들긴한다.
짧고 격정적인 삶을 살았고 그림에 대한 기교는 뛰어났다. 살아있는 동안 논란의 대상이었고 사후에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나와 전혀 연관점이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스타일의 인물이다.

이 그림에서 다윗은 젊은 시절의 카라바조의 얼굴이고 골리앗의 얼굴은 그림 그리던시절의 카라바조의 얼굴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과 현재의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승리자의 위치에 있는 다윗의 씁쓸해보이는 표정이 어딘가 이해되었다.


ㅡ 자신을 골리앗과 동일시 한 것은 그의 살인 혐의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과거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둠과 끊임없이 싸우는 존재로 다윗을 묘사함으로써 카라바조 자신도 끊임없이 과거의 죄와 싸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p65 내용요약)

이 그림을 설명하던 인문학자가 전달한 메시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면(다윗)과 악함과 그림자( 골리앗)는 모두가 우리를 구성하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우리의 과제는 이 두 면을 단순히 공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골리앗을 인식하고 잘라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까지는 사실 익숙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ㅡ 여기서 잘라낸다는 것은 어두운 면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기혐오나 자기 비판이 아닌 깊은 이해와 연민의 자세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약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되, 그것이 우리의 삶과 다른 이들에게 패를 끼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작품 속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지만 그의 표정에는 승리의 기쁨이 아닌 깊은 연민과 고뇌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어두운 면을 다룰 떄 취해야 할 태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약점과 실수, 어두운 충동들을 냉정히 직면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가진 자신을 향한 깊은 연민과 이해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p66 내용요약)

앞서 말했지만 카라바조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싫어하는 캐릭터가 그리스인 조르바가 있다. 나는 안티 조르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불씨가 가지고 있던지 옆의 사람에게 그 불씨가 날아가거나 주변인들이 피해를 입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싫다.
물론 누구나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얼굴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주변에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저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용서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린 작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카라바조란 인물은 이미 죽었기에 저 그림에 담긴 그의 마음은 알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인식하고 영향력을 잘라내야 한다는 과제는 동감한다.
무엇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내 안의 어둠을 인정하고 화해하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참 좋았다.
내가 꿈꾸는 좋은 사람은 [자기애가 강하면서 공공질서를 지키는 문해력과 상실을 가진 매너있는 사람]인 것 같다.

카라바조만큼 흥미로운 내용은 알폰소 무하였다.
사실 타로카드 그림같다고 생각해왔던 알폰소 무하가 체코 출신이며 자신의 민족인 슬라브 민족의 영혼을 일깨우기 위해 < 슬라브 서사시>라는 20여점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들을 만들었다는 내용에 놀랐다.
슬라브 서사시를 검색해서 그 거대한 규모에 더 놀라기도 했다.

ㅡ 그(알폰소 무하)의 목표는 단 하나, 억압받는 슬라브 민족에게 자부심을 되찾아 주고 민족의 의식을 꺠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p280)

이 거대한 작품들은 무려 18년간 작업한 결과물이며 이 그림들로 인해 무하는 나치로부터 고문을 받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은 나치의 감시 속에서도 체코인들의 민족적 행사가 되었고 사후 11년 뒤인 1950년에 일부가 그리고 1967년에 전체 작품이 공개 전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술이 단순한 오락이나 장식이 아닌 생각을 자극하고 감정을 움직이며 나아가 사회적 행동을 촉구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형태가 아닐까 싶다.
무하는 "예술이 영혼의 교육 "이라고 했다고 한다.
가슴이 찡해지는 문장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예술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성장시키는 도구다.

10대에는 대입만을 그 이후에는 재테크를따라가는 삶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서사와 철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나만의 인생갤러리와 고유한 방식으로 예술을 삶에 통합시켜 보라고 조언한다.
꼭 실천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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