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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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ㅡ

학부시절, 교양수업으로 철학을 들었다. 당시 (아마도 시간강사였을) 젊어보이는 교수님이 오래된 영화 한 편을 소개했다. 세븐이란 영화였는데 지금은 실체가 드러났지만, 과거에는 연기력으로 칭송받던 남자배우가 단테의 신곡에서 얘기한 일곱가지 대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연쇄살인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그 때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 탐욕, 교만 이 칠대 죄악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한음님이 번역한 이 책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은 뇌손상이나 특정한 심리적, 의학적 상태가 어떻게 죄악처럼 보이는 행동을 유발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분노
처음 7대 죄악에 대해 들었을 때 다른 조건들은 죄가 될 수 있지만 분노가 죄가 되는 건 억울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사람이 어떻게 화를 안 내고 살 수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니 단순히 화를 내는 것이 분노라는 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걸 알게 되었다.
일단 책에서는 분노를 독특한 감정이라고 표현한다.
대부분의 부정적 감정들(슬픔, 공포, 혐오 등)은 도발하는 자극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지만 분노는 오히려 자극 쪽으로 싸우고 대면하라고 내모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분노가 문제가 아니라 분노로 인해 나타나는 공격성과 폭력이 죄가 될 것이다.
죄가 되는 분노의 원인을 저자는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었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먼저 뇌 (신경계)의 손상을 예로 들었다. 또한 뇌의 손상으로 인해 투약하게 되는 약들로 인해 생기는 분노도 있다고 한다. 뇌전증 환자를 위한 가장 대중적인 약 중의 하나인 케프라의 경우, '케프라 분노 keppra rage"라는 용어가 생길만큼 순간적으로 사람을 이중 인격자로 만든다고 한다. 뇌구조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평소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던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머리에 딱밤금지." 이마부위는 가장 마지막까지 성장이 일어나는 장소이며 분노를 조절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 분노와 그 세기는 편도체에서 기원하지만 분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가중시키는 것은 이마앞겉질이다.
<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가이 레슈차이너. 이한음 옮김. 흐름출판 p48>
두번 째 생물학적 요인으로 호르몬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테스토스테론을 들고 있다. 그렇다고 공격성이 남성의 영역은 아니다. 여성도 일정 부분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고 있으며 오히려 심리적.사회적인 간접 공격성은 여성에게서 자주 관찰된다고 한다. 사실 간접 공격성은 만 네 살 아이에게서도 관찰된다고 한다.
또한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모노아민산화효소(MAOA)는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을 제거하는데 이 모노아민산화효소 유전자가 훼손될 경우 공격성이 극대화된다. 그래서 이 모노아민산화효소는 전사 유전자(warrior gene)나 사이코 유전자로도 불린단다.



마음 아프게 읽은 건 환경적 요인이었다.
어린 시절에 역경을 겪어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유전자의 활성을 증가,약화시킴으로 유전자의 행동양식이나 뇌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아동기에 뇌에 새겨진 지워지지 않을 흔적 때문에 유아기의 역경이 구조적,기능적, 신경화학적 수준에서 뇌 발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가이 레슈차이너. 이한음 옮김. 흐름출판 p56>

또한 저자는 술이 폭력에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은 평화로운 종이라고 말한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들은 반응적 환경에서 공격성을 가지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는 당장 공격적인 성향이 우세할 것 같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능력은 공격성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한다. (그 예로 독재자 알파 남성들의 비극적 최후들을 보여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저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신체적 폭력을 줄이는 방식이 개인의 분노 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탐식,색욕,질투, 탐욕, 교만
저자가 폭력편에서 설명한 내용들은 다른 감정들의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탐식과 비만의 경우도 뇌기능과 유전자의 기능의 영향이 60%정도이며 태아 시절의 자궁 내 환경이 수십년 뒤의 건강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분노처럼 질투와 시샘, 자존감(교만)역시 생존의 원동력이며, 특히 시샘의 경우 진화적 이점도 가지고 있다. 시샘이 과도해져서 망상이나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인 병적시샘의 경우는 심리적인 현상과 신경생물학적인 현상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진화적 압력에 의한 성선택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색욕의 경우에서도 뇌구조 손상 외에도 파킨슨병의 치료제인 레보도파levodopa의 경우 성욕과다증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자주 떠올랐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모으는 장서가인 내 입장에서 조금 찔려하며 읽었던 부분이 탐욕에서의 저장강박이었다. 인스타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콘텐츠는 저장부터 하고, 읽지 않은 책이 그득한데도 책을 사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탐욕의 경우, 탐욕을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장강박의 경우는 탐욕이 아닌 충동조절장애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습득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으로 색욕과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습득 자체가 쾌락이 된다는 설명에 책장들을 바라보며 뿌듯해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탐욕의 경우 fMRI( 기능적 MRI)에서의 뇌파의 차이는 발견된다고 한다. 역시 교만 파트에서 지나친 자기애(오만증후군, 과대망상)와 몹시 낮은 자기애(피해망상)를 보이는 사람들도 역시 뇌파의 차이를 보이는데 약물의 영향(스테로이드)도 큰 편이라고 한다.

색욕을 읽으면서 한국의 동남아여성 수입이야기가 언급되어 부끄러웠다. 영국의 신경과 전문의가 쓴 책에서 이런 일이 언급되는게 싫었다. 또한 비만이 주변으로 감염이 가능하단 이야기도 놀라웠다.

🔸️나태
저자는 7대 죄악 중 나태가 가장 독특하다고 이야기한다. 약간의 게으름은 분노, 질투, 색욕에 비해 거의 해롭지 않고 해석하기에 따라 매우 긍정적인 감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나태가 7대 죄악에 들어간 이유는 종교적 이유가 큰데 수도원 공동체에서 신의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의지와 동기가 부족해서 하지 않는 행위를 큰 죄악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신경학계에서 이야기하는 무감동apathy(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증세)나 정신의학계에서 주요 우울 장애의 핵심적인 특징인 무쾌감증 anhedonia을 나태편에서 다루고 있다. 무감동의 경우 이마엽과 관자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이마관자 치매(FTD)등이 발생하는 경우다. 다시한번 딱밤때리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마엽 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졸음, 피곤, 피로 등의 용어가 의학적으로는 매우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설명도 재밌었다. 역시 굉장히 찔리는 표현이 나오는데 침대애호증clinophilia이란 용어다. 읽는 순간 이런 말이 있어? 하는 생각이 났다.
졸음의 경우도 뇌의 직접적인 손상과 관련이 있는데 외상 후 피로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역시 이마앞겉질의 활성이 중요하다.)
🔸️자유의지
자유의지는 7대죄악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 뇌과학에서는 과연 자유의지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로 논란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유의지가 없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아 목차를 보고 가장 먼저 마지막 장인 자유의지 파트를 먼저 읽었다.
저자 역시 1964년에 실시된 벤저민 리베트의 실험을 이야기한다. 리베트의 실험결과를 저자는 자유의지에게 너무 일찍 선고된 죽음이라 표현했다.
저자는 인간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선택하도록 예정되어진 기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떠올리기 조차 싫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리베트의 실험결과를 따를 경우 죄악은 어디에 물어야 하는가를 물어본다. 과학적 관점에서는 리베트의 실험결과를 따른 결정론적 시각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조금 불편하다는 저자의 고백이 이해되었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죄악들을 저지르는 성향이 인류 생존의 핵심이며 이런 감정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멸종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과 타고난 유전자 그리고 환경에 의한 뇌의 성형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실하게 설명해냈다. 다양한 스페트럼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쩌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사라질 수도 있을 텐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 "이한음 번역"의 책을 골랐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읽고 있는 (이 책을 포함한) 네 권 중 세 권이 이한음번역이다. 독서에서도 덕질은 계속 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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