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 -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60가지 과학의 순간들
천원성 지음, 박영란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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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주관적으로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과학으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세상을 다시 본다"는 띠지의 문구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게다가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의 순간들이라기에 혹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대만에서 나온 대중과학서인데 우리나라에까지 번역되었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들기도 했다.
책을 처음 볼때는 차례를 살펴보는 스타일인데 이 책의 목차를 보고서는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추천사가 무려 8개나 들어가 있었다. 저자가 대만에서 매우 유명한 스타과학자인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추천사들이 그리 많았는지 깨달았다.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밌으면서동시에 메시지가 분명한 대중과학서였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현직 학원강사로 힘겨운 기말고사 기간으로 피곤한 나날들이었지만 이 책은 계속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전체 5장 6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의 길이는 길지 않다. 부담없이 가볍게 챕터별로 읽을 수 있는 수준들이다. 1~3장까지는 다양한 과학분야에 대해서 그리고 4장과 5장은 저자인 천원성 교수의 전공인 유전과 생명과학 부분을 조금 더 깊이 다룬다.
책의 삽화는 저자가 직접 그렸다. 시카고대 출신의 저명한 생명과학자가 뛰어난 그림솜씨까지 가졌다는 점이 부러웠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과학자들이 다른 분야를 배우는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더 쉬운 건 맞는 얘기인것 같다.

60개의 챕터인 만큼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양하다. 책을 읽을 때는 리뷰를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이 내용은 다시 읽어야지 싶은 부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놓으면서 읽는데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 책에는 아주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게 되었다. 그만큼 괜찮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먼저 탄산수에 대한 내용에서 약간 뜨끔했던 부분이 있다.
탄산수를 즐겨 마시고 수업시간에 탄산음료를 설명하기도 했는데 정작 탄'산'수에서는 왜 신맛이 느껴지지 않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시중에서 파는 탄산수에는 천연 광천수가 들어가는데 천연광천수에는 미네랄이 풍부해서 중화작용이 일어나서 신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직접 탄산수를 만든다면 정수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탄산수보다 더 강한 신맛을 낼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교과서에는 거의 실리지 않는 멘델의 두번째 연구논문을 언급해서 재밌었고 미시세계의 영역에 속하는 유전자(DNA)의 구조를 알아내는데에 얼마나 많은 물리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기도 했다.
학부 시절, 물리나 화학을 배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물학도였던 나에게 [물리화학]이란 과목의 등장이 무척 생경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탐런의 영향으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수학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성향때문인지 과학적 정신을 이야기하는 3장의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론과 가설은 틀릴 가능성이 많기에 실험만큼은 정확하고 신중하게 수행하라(p157)는 메시지가 좋았다.
크리스퍼를 발견한 다우드나가 도덕적 폭풍을 걱정하다가 끔에 히틀러가 나타나서 크리스퍼의 사용법을 물었다는 일화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게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이방인의 작가 카뮈와 "우연과 필연"의 작가인 분자 생물학자 자크 모노의 관계였다. (p130~134)
카뮈와 모노는 2차대전 시기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파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고 한다.
카뮈는 저항을 촉구하는 글을 쓰면서 지하와 지상에서 모두 명성을 얻는 작가가 되었고 모노는 낮에는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레지스탕스 임무를 하면서 참모 총장 직책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독립운동하는 생물학자라는 조합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멋있었다.
카뮈와 모노 모두 사회주의자였으나 소련의 스탈린 독재와 스탈린 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멘델유전학을 부정한 소련의 생물학자 트로핌 리센코에는 반대를 하면서 레지스탕스 시절의 동지들에게는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자 기쁨의 편지를 모노에게 보내고 모노는 자신의 책 서두를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인용했다고 한다.
사실 카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일화를 읽고 카뮈가 조금은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대중 교양과학서에 실존주의의 핵심사상이 언급된 점이 신선하기도 했고 대중 교양서 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ㅡ 신성한 계획을 기반으로 한 도덕적 신념은 아무 근거가 없으며 선천적 기준이 없다면 인간은 스스로 행동을 규범화하고, 그 결과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실존주의의 핵심 사상이다. < 과학적 사고로 여는 새로운 세계_천원성 지음 / 미디어 숲. p134>
DNA는 오른 쪽 이중나선이 안정적인 구조이며 몸집이 커지는 것이 단순한 양적변화가 아닌 질적변화를 초래하는 일이라는 점, DNA도 산이고 일요일의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이란 과학자에 대한 정보, 덩치차이가 나는 동물들의 돌연변이 발생비율과 암발생비율 그리고 75%알코올이 소독에 유리한 이유까지 생물학을 중심으생명과학한 과학정보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도구제작자는 결국 자신이 만든 도구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다'는 아서 클라크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만든 도구가 우리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조금 섬뜩했지만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과 어조는 참 좋았다.
우리가 흙냄새라고 부르는 것은 미생물의 발효냄새인데 그 미생물이 스트렙토마이신이다. 항생제를 만드는 주요 미생물인 스트렙토마이신을 연구하는 이 유전학자의 책이 생명과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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