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투자 전략
파란부기 지음 / 경향BP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차전지 투자 전략'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2차전지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였지만, 이후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 중국 기업과의 경쟁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주식시장에서의 인기도 주가도 모두 하락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차례 크게 주목받았던 산업을 두고 다시 사이클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듯하니, 이게 근거 있는 전망인지 투자자의 기대를 자극하는 표현인지부터 궁금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래 우리나라가 발전시켜야 할 분야라는 점에 매혹된 부분도 강했어요.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2차전지 산업을 전기차 시장에만 가두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율주행과 총 소유비용, ESS,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미국과 유럽의 산업정책까지 함께 살펴보며 배터리 시장의 변화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ESS에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ESS를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옆에 설치하는 커다란 보조배터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력이 남을 때 저장하고 필요한 시간에 공급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까지 뒷받침한다는 설명을 보니 단순한 보조 장치라고만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AI 시대의 수혜 산업을 생각하면서 반도체는 떠올렸지만, 그것을 쉬지 않고 가동하기 위한 전력 저장장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NCM과 LFP, 소듐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를 나누어 다룬 부분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기존 배터리를 모두 대체할 미래 기술처럼 소개될 때가 많지만, 읽고나니, 실제 시장에서는 생산비용과 양산 시기, 용도별 특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하나의 배터리가 모든 시장을 차지하기보다 전기차와 ESS, 로봇 등 사용 목적에 따라 시장이 나뉠 가능성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배터리 산업이 정치와 지정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제는 기업이 좋은 기술을 보유하는 것뿐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 광물을 조달하고 어느 지역에 공장을 세웠는지가 보조금과 시장 접근성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의 IRA와 유럽의 공급망 정책을 보면 배터리가 단순한 공산품을 넘어 국가가 관리하는 전략 산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 공급망을 다룬 부분에서는 국내 기업의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보였습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면 한국 기업에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중국은 광물 가공부터 소재와 배터리 생산까지 탄탄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중국을 견제한다고 해서 중국의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죠. 유럽이 중국 배터리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되어 있었다고 보여졌습니다.

후반부의 기업 분석은 실용적으로 보였지만 가장 조심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배터리 셀과 리튬, 양극재 기업들은 모두 같은 산업에 속해 있지만 이해관계가 항상 같지는 않았습니다. 리튬 가격 상승은 광물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배터리 제조사에는 비용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2차전지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모든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함께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2차전지 산업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겁니다. 음...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과 전기화 흐름을 생각하면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니다. 시장이 커져도 공급과잉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고, 기술력이 뛰어나도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으니까요. 머... 산업의 성장과 주가가 오르는 시점 역시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음을 유튜브나 여러 채널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당장 사고 싶은 종목이 생겼다기보다, 2차전지 뉴스를 볼 때 확인해야 할 항목이 많아진것 같습니다. 전기차 판매량뿐 아니라 ESS 시장과 배터리 종류의 변화, 미국과 유럽의 정책, 중국의 공급망 경쟁력, 원자재 가격까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역시 어렵네요. ^^;;; 책을 덮고 나서 "2차전지가 다시 오른다"는 막연한 확신이 생긴 것이 아닌, 같은 2차전지라는 이름 아래에서 정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 더 천천히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ㅣ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조금 자극적인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는 표현도 그렇고, '잠 못 드는'이라는 제목도 그렇고요. 괜히 충격적인 이야기만 모아 놓은 책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의외로 가장 많이 흔들린 건 잔인한 사건보다도 '내가 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오래 남은 건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흔히 기억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만일까요? 분명히 봤고, 분명히 들었고, 분명히 기억난다고 말하니까요... 그런데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연구와 로널드 코튼 사건을 따라가다 보니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바뀌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로널드 코튼 사건은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추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정말 진심으로 범인을 기억했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악의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도 "증인이 저렇게 확신하는데 맞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꽤 많았는데, 그 확신 자체도 완벽한 증거는 아닐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클라이브 웨어링 이야기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억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그는 늘 현재에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기억이 곧 나 자신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 사례를 읽고 나니 그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기억이 계속 사라진다면 '나'라는 존재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Part 1에서 언급하고 있는 잠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케네스 파크스 사건처럼 잠든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실제 사례는 처음에는 영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인간이 깨어 있을 때와 잠들어 있을 때를 그렇게 명확하게 나눌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위눌림을 시대와 문화에 따라 악마나 귀신으로 설명했던 역사도 함께 읽다 보니, 같은 현상을 사람들은 시대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쾌락을 다룬 부분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보상보다 강한 것은 혹시다'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슬롯머신뿐 아니라 숏폼 영상도 같은 원리로 사람을 붙잡는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괜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가 몇십 분이 훌쩍 지나간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딱히 재미있는 영상을 찾은 것도 아닌데 계속 넘기게 되는 이유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는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뇌에서는 '원하는 것'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꼭 같은 과정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손에 넣고도 금방 시들해지는 일이 반복되는 걸까 싶었습니다. 읽고 나니 소비뿐 아니라 목표를 세우는 방식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후반부에서 다루는 치료의 역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 위험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혈이나 로보토미 같은 치료가 오랫동안 진지한 의학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조금 씁쓸했습니다. 특히 '조용해졌으니 치료가 성공했다'고 믿었던 시대를 읽으면서, 인간은 생각보다 결과보다 믿고 싶은 것을 먼저 보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멜바이스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답답했습니다. 손만 씻어도 산모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는데도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위생 개념이지만, 새로운 사실이 기존의 믿음을 흔든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했다는 점은 의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읽으면서 조금 의외였던 건, 이 책이 우리 인간의 문제들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인간은 엉망이고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인간이 원래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기억도 완벽하지 않고, 이성도 자주 흔들리고, 욕망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조금은 덜 쉽게 단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읽다 보면 '우리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쪽으로 조금 기울어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읽었습니다. 사람은 원래 쉽게 착각하고, 쉽게 속고, 쉽게 흔들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 확인하고, 더 의심하고, 더 겸손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마 제목의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는 말도 그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조금씩 불완전하고, 누구나 착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말입니다. 조금 불편한 내용도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읽고 난 뒤에는 다른 사람보다 제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괜히 '위험한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주식은 미국의 전략을 따라 움직인다 - 패권 전쟁이 만드는 부의 지도
소현철 지음 / 황금부엉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책 '주식은 미국의 전략을 따라 움직인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조금 과감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식이 기업의 실적이나 금리, 경기만 따라가는 것도 아닌데 미국의 전략을 따라 움직인다고 단정해도 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말하고자하는 건 모든 주가를 미국이 결정한다는 뜻이라기보다, 큰 산업의 방향을 볼 때 기업만 들여다봐서는 놓치는 것이 있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저도 주식을 볼 때 요새는 보통 매출이나 영업이익, 성장성 같은 것부터 생각합니다. 반도체 기업이면 반도체 기술을 보고, 조선주라면 수주량을 보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왜 지금 이 산업이 필요한가?"를 먼저 묻습니다. 그 질문에 미국과 중국의 경쟁, 공급망, 군사 및 경제 동맹 같은 이야기가 따라옵니다.

초반에 일본 반도체와 한국 반도체의 역사를 미국의 전략 변화와 연결하는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 반도체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던 시기와 이후 미국의 견제가 이어진 과정, 그리고 그 틈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흐름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초기 성장 과정에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 및 사업 관계가 있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한 기업의 성공을 그 기업 혼자만의 역사로 설명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성장을 미국의 선택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투자를 감당한 것은 기업의 몫이었을 테니까요. 다만 기업이 아무리 잘해도 국제정세와 공급망의 방향이 완전히 반대로 움직인다면 성장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을겁니다.

책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반도체와 조선업 이야기였습니다. 팍스 실리카를 중심으로 미국이 AI와 반도체 공급망을 우방국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실제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반도체 경쟁을 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의 기술 경쟁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느 나라의 공급망 안에 들어가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업 부분은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을 다시 키우려 하고 있지만, 산업 기반을 짧은 시간 안에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국의 필요와 한국의 능력이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미 조선 협력이 구체적인 투자와 정책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니, 이 부분은 단순히 테마주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조금 조심해서 읽게 됐습니다. 국가 간 협력이 커진다고 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산업과 좋은 주식이 항상 같은 것도 아니고, 이미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논리가 흥미롭다고 해서 바로 종목을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히려 이 책에서 가져갈 것은 종목명 자체보다 왜 그 산업에 돈과 정책이 몰리는지를 보는 방법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피지컬 AI 부분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을 포함한 제조업 자동화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이에 대응해 미국의 AI 기술과 한국의 제조 기반이 결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은 두뇌, 한국은 몸'이라는 식으로 너무 단순하게 나누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한국이 실제 제조 현장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AI 시대에 새로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에는 AI라고 하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부터 떠올렸는데, 피지컬 AI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와 배터리, 로봇, 공장까지 한꺼번에 연결됩니다. AI가 화면 안에서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계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제조업의 가치도 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라는 사실을 예전에는 조금 낡은 산업구조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할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했습니다.

방산 부분은 읽으면서 조금 복잡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지정학적 갈등이 커질수록 방산 기업에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투자 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실제 전쟁과 불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수혜주'라는 짧은 단어로 정리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투자자는 좋고 싫음을 떠나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는 봐야 한다는 것을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조심스럽게 읽은 부분은 마지막의 북한 투자와 남북경협 이야기였습니다. 반도체나 조선처럼 이미 진행 중인 정책과 산업 협력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북미 관계 정상화나 남북경협은 정치적 변수가 워낙 많습니다. 잘 풀린다면 물류와 철도, 건설, 소재 산업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현재의 투자 근거라기보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는 편이 저에게는 더 맞았습니다.

음...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많이 남은 것은 '종목보다 먼저 판을 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기업도 국제정세와 정책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한때 가장 강했던 산업도 패권 경쟁의 방향이 바뀌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 어느 순간 국가 전략과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큰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지정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운 분야처럼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을 반도체 공장, 조선소, 원전, 로봇, 방산 기업의 문제로 끌어옵니다.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는 뉴스가 왜 한국의 특정 산업과 연결되는지를 따라가다 보니, 적어도 경제 뉴스를 보는 시야는 조금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좋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머니 토큰 - 세상의 모든 것이 토큰화되는 미래 금융
정구태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머니 토큰'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을 설명하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록체인 책에서 '토큰'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그리 새롭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여기서 말하는 토큰은 암호화폐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은 물론이고 음원이나 로봇이 벌어들일 미래 수익까지 하나의 디지털 증표로 바꾸는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표지에 나와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이 토큰화된다"는 표현이 조금 과장된 것처럼 들렸습니다. 무엇이든 새로운 기술과 연결해 설명하는 책들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블랙록이 미국 국채를 기초로 한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비들(BUIDL)을 이더리움 위에 올렸다는 대목에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험적인 스타트업이 아니라 전통 금융을 대표하는 대형 자산운용사가 이런 상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블록체인을 '금융의 고속도로'처럼 바라보는 시각이었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미국 주식과 한국 주식, 가상자산과 채권이 각각 다른 거래소와 계좌, 영업시간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토큰이라는 같은 형식으로 바뀌면 하나의 네트워크 위에서 거래하고 정산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읽으면서 금융시장이 그동안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국가와 제도, 영업시간이라는 울타리 안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토큰화된 주식에 관한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 실제 주식을 수탁기관에 보관하고 그 소유권을 토큰으로 발행하면, 기존 거래소의 시간과 국경을 넘어 거래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주식을 디지털 화면으로 거래하는 지금도 이미 충분히 편리하지 않나 싶었는데,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화면이 아니라 거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있었습니다. 연중무휴 거래나 즉시 정산이 가능해진다면 지금의 주식 거래와는 꽤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부분을 읽으며 편리함만 떠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면 저같은 초보 투자자가 과연 정말 더 편해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전문가들 조차도 말이죠. 지금도 미국 주식 때문에 밤늦게까지 가격을 확인하는 사람이 많은데, 24시간 거래가 일상이 되면 오히려 투자에서 벗어날 시간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사람에게 반드시 좋은 일이라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국내 토큰증권을 다룬 부분은 먼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이나 음원 저작권, 미술품처럼 기존 주식시장에 그대로 올리기 어려웠던 자산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거래할 수 있다는 설명은 비교적 쉽게 이해됐습니다. 실제로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내용을 함께 보니, 토큰증권이 더 이상 몇몇 기업의 구상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 사업 매출에 연동된 토큰을 상상하는 부분에서는 잠시 멈춰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반도체뿐 아니라 가전과 모바일 사업까지 함께 보유하게 되지만, 특정 사업의 성과만 토큰으로 나눌 수 있다면 투자자는 원하는 산업에 더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꽤 합리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한 사업부에서 발생한 수익을 정확히 떼어내 누구에게 얼마나 배분할지를 생각하면 실제 제도와 회계 처리는 훨씬 복잡할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도 이를 현재 존재하는 상품이라기보다 토큰화가 열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재미있는 가정으로 읽는 편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복잡한 세상이 도래할 것 같습니다.

로봇의 미래 수익을 토큰으로 나눈다는 사례는 분야가 생소해서 좀 더 낯설었습니다. 현대차 공장에 배치된 특정 로봇 한 대가 벌어들일 수익을 잘게 쪼개 투자자가 일부를 산다는 이야기였는데, 처음에는 약간 SF소설 같이 먼 미래의 일 같았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건물의 임대수익이나 음원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것과 기본 발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상품이 실제로 나온다면 저는 선뜻 투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로봇 한 대의 수익을 어떻게 측정할지, 고장이나 교체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공장 전체의 성과와 개별 로봇의 기여도를 어떻게 나눌지 궁금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을 다룬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은 은행 영업시간과 카드 결제망에 맞춰 돈을 쓰지만, AI 에이전트는 하루 종일 다른 기계와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할 수 있으니 기계의 속도에 맞는 돈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기계에게는 기계의 속도로 흐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문장은 조금 거창하면서도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요즘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서 예약이나 구매 같은 일을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런 AI가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려면 결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보통 AI의 지능이나 성능만 이야기를 하고 들어왔지만, 그 AI가 현실에서 일을 하려면 결국 돈을 주고받는 구조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스타링크와 우주 데이터센터, 옵티머스 로봇을 토큰으로 연결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상상력이 크게 펼쳐지는 대목처럼 느껴졌고 흥미로웠습니다. 위성이 통신을 제공하고,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며, 로봇이 현실에서 움직이고, 그 사이의 가치가 토큰으로 정산된다는 그림인데,  당장 눈앞에 완성된 세계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왜 토큰을 세계의 언어라고 부르는지는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를 설명하는 기술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책에서는 블록체인을 자산을 발행하고 거래하며 정산하는 금융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월스트리트와 각국 제도가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가치가 정말 토큰으로 바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 음... 저는 이 책을 토큰 투자를 권하는 책이라기보다, 금융시장의 그릇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미래 예측 중에는 대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사례와 아직 가정에 가까운 장면을 구분하며 읽으니 꽤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 금융 뉴스를 보다가 '토큰화'나 '온체인'이라는 말이 나오면 예전처럼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국에서 부자 되는 가장 빠른 길 - 미국 주식, 아파트, 월배당 ETF까지 한 권으로!
최영민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 재테크 책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제목이 '한국에서 부자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경계하는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가장 빠른 길'이라는 표현이 워낙 강해서 또 무언가 특별한 비법을 이야기하는 조금은 허황된 책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의외로 화려한 투자 기법보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오래 가져갈 수 있는 투자 습관과 방향을 더 많이 이야기하려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머.. 제일 앞에 언급되어 있어 그런 부분도 있지만(^^;;;), 읽으면서 가장 먼저 밑줄 긋게 만들고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이 오히려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월급날만 기다리며 조금씩 익숙해지는 삶을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대목은 조금 강한 표현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자가 그렇게 말했는지도 이해가 됐습니다.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미래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이야기는 요즘 경제 기사에서도 자주 접하는 내용이라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자 방법보다 투자 태도를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문장은 단순하지만 오래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주변에서도 "요즘 이게 좋다더라"는 말만 듣고 투자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정작 왜 그 상품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투자 관련 뉴스를 볼 때 종목 이름부터 찾는 편이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는 목적부터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 들었습니다.

월배당 ETF를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요즘 출시되는 ETF 이름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실 저도 증권사 앱을 보다 보면 '커버드콜', 'OTM', '합성' 등과 같은 용어들이 붙은 상품을 보고 그냥 넘어간 적이 많았습니다. 책에서는 구조가 복잡할수록 초보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데, 무조건 새로운 상품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건 시세차익과 현금흐름을 구분해서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파트나 주식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팔기 전까지는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도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산 규모보다 매달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삶을 바꾼다는 설명은, 왜 저자가 월배당 ETF를 계속 강조하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의외로 마지막 장의 인생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방향을 잃은 바쁨'에 대한 이야기는 투자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괜히 오래 남았습니다. '바쁘게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치고 늙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는 말은 투자뿐 아니라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다가 괜히 휴대전화 화면 사용 시간을 확인해 봤습니다. 하루가 정말 금방 지나가는데, 막상 무엇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 날도 있으니까요...

물론 책의 투자 방향에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주식과 서울 아파트, 월배당 ETF를 중심으로 한 자산 배분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맞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투자 경험이나 자금 규모, 나이도 모두 다르니까요. 책에서도 연령과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제안하고 있다는 점은 현실적인 접근처럼 보였습니다.

음... 책을 덮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건 높은 수익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투자 시스템을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차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투자보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 결국 더 오래 간다는 말이 생각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쉽게 변하지는 않을것 같지만요. ^^;;;) 이 책... 부자가 되는 특별한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의 속도에 맞는 투자 원칙을 세워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좋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