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ㅣ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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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조금 자극적인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는 표현도 그렇고, '잠 못 드는'이라는 제목도 그렇고요. 괜히 충격적인 이야기만 모아 놓은 책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의외로 가장 많이 흔들린 건 잔인한 사건보다도 '내가 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오래 남은 건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흔히 기억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만일까요? 분명히 봤고, 분명히 들었고, 분명히 기억난다고 말하니까요... 그런데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연구와 로널드 코튼 사건을 따라가다 보니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바뀌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로널드 코튼 사건은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추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정말 진심으로 범인을 기억했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악의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도 "증인이 저렇게 확신하는데 맞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꽤 많았는데, 그 확신 자체도 완벽한 증거는 아닐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클라이브 웨어링 이야기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억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그는 늘 현재에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기억이 곧 나 자신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 사례를 읽고 나니 그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기억이 계속 사라진다면 '나'라는 존재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Part 1에서 언급하고 있는 잠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케네스 파크스 사건처럼 잠든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실제 사례는 처음에는 영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인간이 깨어 있을 때와 잠들어 있을 때를 그렇게 명확하게 나눌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위눌림을 시대와 문화에 따라 악마나 귀신으로 설명했던 역사도 함께 읽다 보니, 같은 현상을 사람들은 시대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쾌락을 다룬 부분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보상보다 강한 것은 혹시다'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슬롯머신뿐 아니라 숏폼 영상도 같은 원리로 사람을 붙잡는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괜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가 몇십 분이 훌쩍 지나간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딱히 재미있는 영상을 찾은 것도 아닌데 계속 넘기게 되는 이유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는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뇌에서는 '원하는 것'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꼭 같은 과정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손에 넣고도 금방 시들해지는 일이 반복되는 걸까 싶었습니다. 읽고 나니 소비뿐 아니라 목표를 세우는 방식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후반부에서 다루는 치료의 역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 위험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혈이나 로보토미 같은 치료가 오랫동안 진지한 의학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조금 씁쓸했습니다. 특히 '조용해졌으니 치료가 성공했다'고 믿었던 시대를 읽으면서, 인간은 생각보다 결과보다 믿고 싶은 것을 먼저 보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멜바이스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답답했습니다. 손만 씻어도 산모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는데도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위생 개념이지만, 새로운 사실이 기존의 믿음을 흔든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했다는 점은 의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읽으면서 조금 의외였던 건, 이 책이 우리 인간의 문제들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인간은 엉망이고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인간이 원래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기억도 완벽하지 않고, 이성도 자주 흔들리고, 욕망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조금은 덜 쉽게 단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읽다 보면 '우리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쪽으로 조금 기울어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읽었습니다. 사람은 원래 쉽게 착각하고, 쉽게 속고, 쉽게 흔들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 확인하고, 더 의심하고, 더 겸손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마 제목의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는 말도 그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조금씩 불완전하고, 누구나 착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말입니다. 조금 불편한 내용도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읽고 난 뒤에는 다른 사람보다 제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괜히 '위험한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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