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 ㅣ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형찬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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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십'이라는 나이가 예전에는 꽤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나이를 지나고 보니, 특별히 경계선을 하나 넘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다만 몸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쯤 무리해도 푹 자고 나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피곤함이 며칠씩 남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몸의 작은 변화에도 신경이 쓰이고요. ^^;;;; 그래서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의 첫 부분에 나오는 '아직 늙었다고 하기에는 마음은 너무 생생한데 젊다고 우기기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너무도 정직하다'는 말이 유난히 와닿았습니다. 오십을 넘긴 분들이라면 아마 이 느낌을 어느 정도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음식이나 약재, 어디가 아플 때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그런 내용만 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음식과 처방도 나오지만 마음, 감정, 호흡, 휴식, 생활습관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은 표현은 '밑천을 지켜야 산다'는 말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건강도 통장 잔고처럼 다시 채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무리해도 자고 나면 괜찮았고, 전날 과음이나 과식을 해도 몇 시간 지나면 회복되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몸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몸에도 한도가 있었는데, 그때는 그 사실을 잘 몰랐던 셈입니다.

책에서는 한의학에서 몸을 지탱하는 '정,기,신'을 양초에 비유합니다. 정은 양초의 몸통이고, 기는 불꽃이며, 신은 그 불꽃에서 나오는 빛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현대 의학의 설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내게 남아 있는 밑천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비유로는 괜찮았습니다. 오십 이후에는 무조건 더 강해지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을 너무 빨리 소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나, 몸도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흐름이 정체된다는 설명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저녁에 한꺼번에 운동하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자주 움직이는 편이 더 낫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많이보다 고르게 움직여라'는 표현도 그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도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얼마나 세게 했는가보다 내일 또 할 수 있을 정도로 했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동한 뒤 몸살이 나서 며칠을 쉬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듯해도 꾸준히 움직이는 편이 오십 이후에는 더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한 번에 무리하고 며칠 쉬는 날이 여전히 있습니다. ^^;;;

조금 조심스럽게 읽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체형이나 피부색, 얼굴빛, 눈의 상태 등을 몸속 장부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내용은 동의보감과 한의학이 사람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굴빛이 좋지 않다고 해서 특정 장기가 나쁘다고 단정하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데도 이런 설명만 믿고 병원 검사를 미루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몸을 부분별로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상태를 함께 살펴보라는 생각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디가 아프면 그곳만 고치려고 하기 쉽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하며 식사도 불규칙한 상태에서 몸의 한 부분만 멀쩡하기를 바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겠어요? 몸은 아무래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테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눈에 들어온 단어는 '오래'였습니다. 오래 앉아 있고, 오래 일하고, 오래 걱정하고, 오래 화를 품고 있는 것.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쪽으로 너무 오래 기울어 있으면 결국 몸에 흔적이 남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오십이라는 나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몸도 어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먹고 자고 일하고 쉬었던 시간이 쌓여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건강검진 결과에 나온 숫자 하나만 보는 것보다 내가 지난 몇 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들더군요. ^^;;;;

후반부에 나오는 '채우기 전에 나 아닌 것부터 덜어 내라'는 말도 오래 남았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자꾸 더하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영양제를 하나 더 먹고, 운동을 하나 더 배우고,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는 식 말이에요. 그런데 어쩌면 먼저 해야 할 일은 덜 먹고, 덜 무리하고, 덜 늦게 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요 없는 걱정도 조금은 덜어내야 할 테고요. 무엇인가를 계속 추가하는 건강법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줄이는 건강법이 지금 제 나이에는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생활습관을 한꺼번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할것 같습니다. 늦게까지 버티지 않고 조금 일찍 자는 것, 오래동안 계속 앉아 있지 않는 것, 피곤한데도 괜찮은 척하지 않는 것처럼요.

음... 마지막으로 마음에 남은 말은 '내 몸의 기준을 내가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 오래 일할 수 있고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좋은 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십을 넘기고 나서는 남의 몸과 비교하기보다 어제의 내 몸과 오늘의 내 몸을 비교하는 편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무리하고, 화나는 일을 조금 빨리 내려놓고, 피곤하면 예전보다 조금 일찍 쉬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작은 변화가 오십 이후에는 오히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기보다 지금의 몸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생각하게 된 오십의 건강은 결국 그런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이건 완전 욕심이겠죠 ^^;;;), 지금 남아 있는 힘을 함부로 쓰지 않고 오래 함께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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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출발선은 부모가 만든다
로또맘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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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부의 출발선은 부모가 만든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잘살고 못사는 것까지 부모가 결정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모든 부모라면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미리 다 준비해줄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어요?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출발선'은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큰돈을 물려주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미 들어오고 있는 돈을 어떻게 나누고 어디로 보내느냐에 더 가까웠습니다. 특히 '남으면 저축한다'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와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이번 달에 돈이 좀 남으면 저축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달 무슨 일이 생기고 결국 남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 저축을 마지막 순서에 놓으면 항상 밀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아동수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많으니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책에서도 꼭 특정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결과적으로 일정 금액이 아이의 자산으로 남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돈의 액수보다 '들어온 돈 가운데 얼마를 먼저 남길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 저축, 투자, 기부로 통장의 역할을 나누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에게 통장을 이렇게까지 나눠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목적은 통장 개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는 서로 다른 쓰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도 용돈 1만 원을 전부 써버리는 것과, 일부는 쓰고 일부는 남기고 또 일부는 투자해보는 경험은 꽤 다를 것 같습니다. 부모가 "돈 아껴 써라"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자기 계좌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 투자한 금액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것을 직접 보는 편이 훨씬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이 책에서 ETF 자체보다 '작은 투자 경험'이라는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이나 브랜드를 소비로만 끝내지 않고 그 물건을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내가 돈을 쓰는 곳과 기업, 투자라는 것이 전혀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요. ^^ 물론 투자한다고 항상 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요. 책에서도 돈은 시간이 지나며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고 표현합니다. 저는 오히려 아이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경제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투자하면 무조건 불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작은 금액으로 경험하는 편이 나중에 큰돈을 가지고 처음 겪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증여에 관한 부분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보게 됐습니다. 책에서는 증여를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자금 흐름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부모 돈과 아이 돈을 뒤섞어놓고 나중에 기억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기록을 남겨놓는 습관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약이나 ISA, 연금계좌까지 연령에 따라 이어지는 구성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건이나 세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실제로 적용할 때는 그 시점의 규정을 좀 더 확인해야 하겠지만요. 어쨋든 책을 한 번 읽고 10년, 20년 동안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큰 방향을 잡는 참고서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좀더 맞아 보였습니다. ^^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했던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일찍부터 돈과 투자만 강조하면 세상을 지나치게 돈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머.. 꼰대같은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용돈을 투자하고, 모든 소비를 기업 분석으로 연결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갖고 싶은 것을 사보고, 때로는 쓸데없는 것에 돈을 써보고 후회하는 경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저는 이 책이 '아이를 빨리 투자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는 '아이가 돈을 다루는 기준을 일찍 경험하게 해주자'는 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경제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일정 금액을 먼저 저축하는 모습, 충동적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하루쯤 고민하는 모습, 투자한 돈이 떨어졌다고 호들갑 떨지 않는 모습 같은 것을 아이는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것입니다.

다 읽고 나서보니 책의 제목도 처음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까... '부의 출발선은 부모가 만든다'는 것은 결국, 돈을 대하는 첫 번째 습관과 기준을 부모가 보여준다는 뜻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큰돈을 만들어주는 것은 모든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꺼에요. 하지만 적은 돈이라도 들어오면 조금 남기고, 목적을 나누고, 오래 가져가는 습관을 보여주는 것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그 돈으로 집을 살지, 사업을 할지, 여행을 떠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나 같은 부모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곳에 사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돈 때문에 선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꽤 괜찮은 출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어쩌면 아이의 경제교육은 통장을 만들어주는 날이 아니라 부모가 자기 돈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더 젊었을 때 이 사실을 알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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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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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음... 제목부터 상당히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권력', '조작', '지배', '세뇌', '악마화' 같은 단어들이 등장해 처음에는 괴벨스에게 권력을 얻는 기술을 배우라는 책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이 책에서 알아야 할 것은 '어떻게 사람을 조종할 것인가'보다 '나는 어떻게 조종당하고 있는가'에 더 가까웠습니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자기 인생의 진실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에서는 '너는 게으르다', '너는 운이 없다', '너는 안 된다' 같은 말을 예로 듭니다. 그런 문장들이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부모님이나 학교, 과거의 누군가가 나에게 붙여놓은 문장인지 한번 추적해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진실을 설계한다'는 표현이 조금 위험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습니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지만,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생각 중에는 실제 사실이 아니라 오래 반복해서 듣다 보니 사실처럼 굳어진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괴벨스의 사례는 그 반대편에 있는 끔찍한 경우였습니다. 1933년 의사당 방화 사건 부분을 읽으면서 특히 그랬습니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그 두려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평소라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 자유와 권리까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당시 나치 정권은 의사당 화재를 공산주의자들의 위협과 연결해 선전했고, 곧이어 기본권을 크게 제한했습니다. 그래서 '기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요즘은 무언가를 보고 화가 나거나 억울하면 그 감정 자체가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뭐... 저 역시 인터넷 기사 제목이나 짧은 영상 하나를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가, 나중에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보면 처음 생각과 조금 달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감정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가 내 감정을 먼저 움직였다면, 그다음에는 '왜 내가 이렇게 화가 났지?'라고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상의 적을 악마화하여 나의 권력을 정당화하라'는 부분도 섬뜩했습니다. 나치의 선전은 유대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을 끊임없이 적으로 묘사했고, 그런 선전은 단순한 말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해와 폭력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했고, 그 끝에는 홀로코스트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선동은 단순히 사람을 말로 속이는 기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내가 옳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훨씬 위험해 보였습니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남의 눈치를 보는 순간 나의 지배력은 연기처럼 증발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에서는 타인의 표정과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리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치적인 선전과는 조금 떨어진 내용처럼 보이지만, 제 일상과도 연결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할까보다 '저 사람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다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킨 경험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복'이라는 것이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어떤 문장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비슷한 주장만 계속 듣다 보면, 처음에는 의심했던 것도 어느 순간 익숙해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치가 당시의 새로운 대중매체였던 라디오와 영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훨씬 빠른 속도로 저에게 들어옵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고 '선동당하지 않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았습니다. ^^;;; 오히려 '나 역시 얼마든지 속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생각과 너무 잘 맞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오히려 한 번 더 확인하고,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더불어 같은 이야기가 계속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아니겠지만서도...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가지를 분명히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괴벨스는 선전과 증오가 현실의 권력과 결합했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역사적 인물입니다. 그의 선전은 실제 박해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기에 이번 처럼 그의 사례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건 사람을 조종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알아차리는 방법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음... 책장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도 결국 이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 믿음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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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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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오디세이'라는 이름은 워낙 유명해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읽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만큼은 읽지 못했는데,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우리나라에서 천만관객을 돌파하는 등 빅히트를 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습니다. 저에게는 단지 외눈박이 거인과 싸우고,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오랜 방랑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정도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번에는 한번 오디세우스의 이야기 전반에 걸쳐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무엇보다 의외였던 것은 역시 이 이야기가 단순히 괴물과 싸우는 영웅의 모험담만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고(물론 트로이전쟁기간이 무려 10년이었으니 집을 떠나온 기간이 장장 20년이나 되었죠), 그동안 집에서는 아들 텔레마코스가 성장하고 아내 페넬로페가 수많은 구혼자들 사이에서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다 위의 모험 못지않게 '남겨진 사람들이 보낸 시간'이 더욱 마음에 남았습니다... 특히 첫 부분에서 오디세우스가 없는 궁전을 구혼자들이 제멋대로 차지하고 재산을 축내는 장면은 생각보다 답답했습니다. 영웅은 멀리서 온갖 고생을 하고 있는데 집은 무너져가고 있고, 아들은 아직 그들을 몰아낼 힘이 없습니다. 이때부터 이야기가 단순한 귀향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디세우스라는 인물도 제가 흔히 생각했던 힘센 영웅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의 대결이었습니다. 몸집과 힘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오디세우스가 살아남는 방식은 정면 승부가 아니라 머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인물에게는 용맹함보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머.. 힘센사람이 강한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구요..

세이렌 장면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인데도 다시 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유혹을 피하려면 아예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할 텐데... 헐... 이 오디세우스는 굳이 그 노래를 듣고 싶어 합니다. 대신 미래의 자신이 이성을 잃을 것을 예상하고 몸을 돛대에 묶어버립니다. 저는 이 장면이 묘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유혹 앞에서 늘 의지만으로 버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행동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세이렌의 소리를 듣고 싶어 방책을 마련하다니... 대단한 사람이긴 하더군요... 나중의 나를 믿지 못하니 지금의 내가 미리 빠져나갈 수 없는 장치를 만들어놓는... ㅋㅋㅋ 3천 년 전 이야기인데도 이런 부분은 이상할 정도로 현대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남은 것은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온 뒤였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타카에 도착했는데도 당장 왕의 모습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지로 변장한 채 상황을 살펴봅니다. 스무 해 동안 기다렸으니 마음 같아서는 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갈 것 같은데, 그는 또 기다립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인내'가 단순히 고난을 꾹 참고 견디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가 올 때까지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인내였습니다. 힘이 있다고 바로 쓰지 않고, 알고 있다고 바로 밝히지 않는 모습이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을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아들 텔레마코스와 다시 만나는 부분은 모험 장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났을 때 아들은 아기였는데, 다시 만났을 때는 함께 싸울 수 있는 청년이 되어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20년이었지만 아들 텔레마코스에게는 아버지 없이 자란 20년에 가까운 시간이었던 셈입니다.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우는 장면에서는 긴 모험보다 지나가버린 시간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내 페넬로페와의 재회도 비슷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돌아온 남편을 보자마자 알아보고 끝나는 이야기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페넬로페는 쉽게 믿지 않습니다. 수많은 거짓말과 속임수를 견뎌온 사람이니 어쩌면 당연했을 것입니다. 특히 두 사람만 알고 있는 올리브나무 침대의 비밀로 오디세우스를 확인하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얼굴이나 외모가 아니라 함께 살았던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억이 신분을 증명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사람의 모습은 변해도 둘 사이에 남은 기억은 변하지 않았다는 뜻처럼 느껴졌습니다.

음...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는 의식하게 됐습니다. 제목이 '초역 오디세이'인 만큼 고대 서사시를 오늘 읽기 편한 이야기로 상당히 빠르게 재구성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문장이 영화 장면처럼 빠르고 인물의 감정도 분명하게 표현돼 있어서 고전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곧바로 호메로스 원전의 문장과 분위기 자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오히려 이 점이 이 책의 역할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름만 들어봤던 오래된 고전에 먼저 발을 들여놓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처음부터 원전의 낯선 이름과 긴 서사에 들어갔다면 저처럼 처음부터 읽지않고 패스하거나,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따라가고 나니 원래 '오디세이아'는 어떤 느낌일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 흐... 아마 원작을 정독할거 같아요... ^^;;;

다 읽고 나니, 역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오디세우스가 그 많은 유혹과 위험을 견디는 이유도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더 편안한 곳에서 칼립소와 머물 수도 있었고, 중간에 포기할 이유도 충분했지만 계속 이타카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멀리 돌아가고 중간에 길을 잃더라도 내가 돌아갈 곳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오디세이'가 그렇게 오래 살아남은 이유도 괴물이나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는 이런 '돌아가는 길'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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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미녀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부자 세팅법 - 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자산은 ‘돈’이 아니라 ‘세금을 다루는 지식’이다.
김희연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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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자녀에게 돈을 많이 물려주기 위한 절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부자 세팅법'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증여나 상속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돈이 많은 집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이 달라진 것은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니까 아직 상속이나 증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상속세나 증여세는 자산이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문제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 한 채와 금융자산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시간이 지나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언젠가는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얼마를 물려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를 좀 더 중요하게 보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돈이라도 아무 준비 없이 한꺼번에 주는 것과 어릴 때부터 조금씩 자신의 계좌를 관리해보고 돈이 불어나거나 세금이 생기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결과를 만들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정작 돈을 받은 아이가 그것을 관리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큰돈이 꼭 좋은 선물만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밥상머리에서 시작하는 세금 교육'이라는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주식 계좌 하나 만들어주는 것보다 왜 돈을 모으는지, 세금은 왜 내는지, 투자해서 얻은 수익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책에 나오는 여러 절세 방법들은 조금 조심스럽게 읽게 됐습니다. 세대생략 증여, 부담부증여, 부모 자식 간 차용, 배우자 증여, 가족법인처럼 이름만 들어도 복잡한 방법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가족 구성이나 보유 자산, 시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으니 책에서 본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정도로 먼저 알아두는 편이 어쩌면 저에게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의 지식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아가 '일찍, 나눠, 기록, 점검'이라는 방향은 복잡한 세법을 잘 모르는 사람인 저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자녀에게 돈을 주고도 나중에 무엇을 언제 얼마나 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끼리 주고받은 돈이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조금 귀찮더라도 습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0세부터 60세까지 나누어 설명한 구성도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한 책인데 왜 60세까지 다룰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녀가 마흔, 쉰 살이 되어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재산 이전과 상속 문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부의 이전이라는 것은 한 번 돈을 주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시간과 연결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에 가면 오히려 자녀보다 부모 자신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부모님의 자산을 정리하고, 병원비와 간병비를 준비하고, 자신의 노후와 자녀 증여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재산을 물려주는 문제도 결국 부모 자신의 노후가 먼저 안정되어 있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를 위해 무리해서 증여하다가 정작 부모의 생활이 어려워진다면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에게 얼마를 줄 수 있을까?'보다 '내 아이에게 무엇을 준비시켜야 할까?'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돈을 많이 남겨주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돈이 어디서 생기고 어떻게 불어나며 세금은 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더 오래가는 자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세금을 다루는 지식'이라는 것도 결국 세금을 피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자기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음... '절세미녀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부자 세팅법'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특별한 절세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돈만 주는 것과 돈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부모인 제가 평생 모은 재산은 언젠가 줄어들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일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돈과 세금, 투자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만들어준다면 그것은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독서는 정말 좋은 배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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