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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음... 제목부터 상당히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권력', '조작', '지배', '세뇌', '악마화' 같은 단어들이 등장해 처음에는 괴벨스에게 권력을 얻는 기술을 배우라는 책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이 책에서 알아야 할 것은 '어떻게 사람을 조종할 것인가'보다 '나는 어떻게 조종당하고 있는가'에 더 가까웠습니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자기 인생의 진실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에서는 '너는 게으르다', '너는 운이 없다', '너는 안 된다' 같은 말을 예로 듭니다. 그런 문장들이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부모님이나 학교, 과거의 누군가가 나에게 붙여놓은 문장인지 한번 추적해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진실을 설계한다'는 표현이 조금 위험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습니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지만,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생각 중에는 실제 사실이 아니라 오래 반복해서 듣다 보니 사실처럼 굳어진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괴벨스의 사례는 그 반대편에 있는 끔찍한 경우였습니다. 1933년 의사당 방화 사건 부분을 읽으면서 특히 그랬습니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그 두려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평소라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 자유와 권리까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당시 나치 정권은 의사당 화재를 공산주의자들의 위협과 연결해 선전했고, 곧이어 기본권을 크게 제한했습니다. 그래서 '기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요즘은 무언가를 보고 화가 나거나 억울하면 그 감정 자체가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뭐... 저 역시 인터넷 기사 제목이나 짧은 영상 하나를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가, 나중에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보면 처음 생각과 조금 달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감정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가 내 감정을 먼저 움직였다면, 그다음에는 '왜 내가 이렇게 화가 났지?'라고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상의 적을 악마화하여 나의 권력을 정당화하라'는 부분도 섬뜩했습니다. 나치의 선전은 유대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을 끊임없이 적으로 묘사했고, 그런 선전은 단순한 말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해와 폭력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했고, 그 끝에는 홀로코스트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선동은 단순히 사람을 말로 속이는 기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내가 옳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훨씬 위험해 보였습니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남의 눈치를 보는 순간 나의 지배력은 연기처럼 증발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에서는 타인의 표정과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리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치적인 선전과는 조금 떨어진 내용처럼 보이지만, 제 일상과도 연결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할까보다 '저 사람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다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킨 경험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복'이라는 것이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어떤 문장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비슷한 주장만 계속 듣다 보면, 처음에는 의심했던 것도 어느 순간 익숙해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치가 당시의 새로운 대중매체였던 라디오와 영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훨씬 빠른 속도로 저에게 들어옵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고 '선동당하지 않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았습니다. ^^;;; 오히려 '나 역시 얼마든지 속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생각과 너무 잘 맞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오히려 한 번 더 확인하고,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더불어 같은 이야기가 계속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아니겠지만서도...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가지를 분명히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괴벨스는 선전과 증오가 현실의 권력과 결합했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역사적 인물입니다. 그의 선전은 실제 박해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기에 이번 처럼 그의 사례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건 사람을 조종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알아차리는 방법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음... 책장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도 결국 이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 믿음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