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후의 경제 -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
윤태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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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이 책은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 현재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책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막연한 희망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남았습니다. "

'AI 이후의 경제'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기대보다는 약간의 불안이었고, 그보다 더 크게는 꽤 현실적인 자각이었습니다. AI를 다룬 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압도적인 기술 혁신이나 장밋빛 미래와는 결이 조금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AI가 얼마나 대단해질까?"보다는, 오히려 "AI가 이미 우리 곁에서 어떤 태도로 판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마냥 들뜨기보다는, 자꾸만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6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은 'AI 시대의 인간 증명'을 타이틀로 '당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라', '당신의 인격을 증명하라', '이 콘텐츠는 누가 만들었나?'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Part 2에서는 'AI는 인간을 얼마나 신뢰할까?'라는 타이틀로 'AI는 당신의 의도를 판단한다', '신용점수에 당신의 현재 상태가 담겨 있다', '신뢰지수가 미래 상태를 판단한다'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Part 3 'AI는 인간을 어떻게 통제할까?'에서는 'AI가 당신의 행동을 추론한다', 'AI는 당신을 개인화로 통제한다'라는 주제에 대해서, Part 4 'AI 자율이 경제를 바꾼다'에서는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AI 자율경제 시대의 상품 개발 전략'이라는 주제를, Part 5 'AI 자율, 무엇이 위험한가?'에서는 'AI 윤리는 인간의 윤리와 다르디', 'AI 십계명: AI도 인간에게 윤리를 요구한다'라는 주제를 다루고. 마지막 Part 6에서는 'AI는 과연 인간을 이롭게 하는가?'라는 타이틀로 'AI는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AI와의 공전이 일상이 된다', 'AI는 파괴의 도구가 될 수 있다'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인 윤태성 교수님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AI는 점점 판단의 주체로, 더 나아가 경제의 하나의 행위자로 등장합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AI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더 이상 "무엇을 원하십니까?"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대신 "당신은 인간인가?",  "당신은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합니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시대를 넘어, 인간을 분류하고 평가하는 단계로 이미 넘어왔다는 사실을 이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은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읽고 나서는 괜히 책장을 한 번 넘겼다가, 다시 돌아와서 문장을 한 번 더 읽게 되더라고요.

특히 '당신의 인격을 증명하라'는 장에서는 묘한 불편함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이미 수많은 선택을 하고, 말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클릭 하나, 댓글 하나도 흔적이 되는 시대니까요. 그런데 그 행위의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AI는 굉장히 냉정합니다. AI는 책임지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책임을 요구합니다. 이 구조가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평가되고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 표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책의 중반부에서 다루는 개인화와 필터 버블 이야기도 익숙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었습니다. AI가 "나에게 맞는 정보"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더 이상 편리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편리함이 어느 순간 사고의 폭을 조용히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이 부분을 읽다가, 제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추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넘기고, 그냥 흘려보던 순간들요. 그게 꼭 잘못된 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아무 생각 없이 맡겨도 되는 일인가 하는 질문은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AI를 적대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공포를 과장하지도 않고, 기술 낙관론에 기대지도 않습니다. 대신 "이미 시작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집니다. 인간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혹은 경쟁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읽다 보면, 답을 찾는다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계속 떠안게 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AI 이후의 경제'는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 현재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책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막연한 희망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남았습니다. AI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기보다는 어쩌면 더 책임 있는 존재로 남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책은 AI에 대한 지식을 늘려주면서, 나아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를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생각보다 꽤 깊은 곳까지 들어왔습니다. "나는 지금, AI가 신뢰할 만한 인간인가?" 그 질문을 쉽게 넘기지 못한 채로, 책을 덮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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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고은미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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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투자를 잘하는 법을 알려주기보다, 투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잡아 주는 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단기 수익에 흔들릴 때마다 다시 펼쳐 보고 싶은 책, 그리고 숫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기업을 이해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습니다. "

'미국주식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 이 책은 주식을 사기 전에 읽는 책이구나"였습니다. 종목 추천이나 타이밍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자가 가져야 할 사고방식과 판단 기준을 먼저 세워 주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미국주식,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시작하라'로 시작해서, 2장 '기업의 돈 버는 능력을 확인하라', 3장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조건', 4자 '미국 1등 기업이 보여주는 지속 성장의 공식', 5장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법', 그리고 6장 '주식 투자는 매수 후 관리로 완성된다'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감정에 기대는 투자를 경계합니다. 저자는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투자자는 운이 좋았던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을 꾸준히 들여다본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재무제표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익숙해질 수 있는 '기업의 언어'로 소개됩니다. 숫자를 잘 몰라도 괜찮고, 처음엔 낯설어도 된다는 말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투자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이미 출발선에 서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읽다 보니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이 회사는 돈을 벌고 있는가, 그리고 그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매출 성장이나 화려한 스토리보다 ROIC 같은 지표를 반복해서 짚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투자 효율이 높은 기업은 불황에서도 버티고,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쌓인다는 설명은 여러 번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재무제표 흐름으로 차분히 풀어내니 설득력이 달랐습니다. 막연한 '좋은 기업'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 가능한 '튼튼한 기업'이라는 기준이 또렷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본 배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쓰는지를 보면, 그 기업의 철학과 자신감이 보인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단순한 호재가 아니라, 경영진의 판단과 태도로 바라보는 시선은 저의 시야를 한 단계 넓혀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배당률 숫자만 보고 판단했던 제 습관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됐었거든요. ^^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투자자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사라"거나 "이 종목을 놓치면 안 된다"는 식의 자극은 없습니다. 대신, 좋은 기업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건넵니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시간은 훌륭한 기업의 친구라는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주식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는 투자를 잘하는 법을 알려주기보다, 투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잡아 주는 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단기 수익에 흔들릴 때마다 다시 펼쳐 보고 싶은 책, 그리고 숫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기업을 이해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읽고 나니 계좌를 바로 열기보다는,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마 이 책의 역할은 바로 그 지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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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11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업의 본질을 꾸준히 들여다 본 사람이 살아남는 투자자란 말이 정말 좋은글입니다.
 
이토록 평범한 나도 건물주 - 액으로 따박따박 월급받는 건물투자의 모든 것
월건주.오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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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투자서 같기도 하고, 경험담 같기도 하고, 어쩌면 경고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책을 덮고 난 뒤 '건물주'라는 단어를 예전처럼 가볍게 흘려보내지는 못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

이 책 '이토록 평범한 나도 건물주'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사실 마음이 썩 가볍지는 않았어요. 제목이 주는 묘한 거리감 때문이었을까요... "평범한 나도"라는 말이 위로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성공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요즘 부동산 이야기는 조금만 스쳐도 피곤해지잖아요.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계속 뒤처진 느낌이 들고, 괜히 비교하게 되고... '나는 이미 늦은 거 아닐까' 같은 생각이 따라붙고요. 이 책도 그런 마음으로, 반은 기대 없이 펼쳤습니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Part, 6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개에 2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죠. Part 1은 '우리는 이렇게 건물주가 되었다'라는 주제로 Chapter 1 '월급 300, 노예에서 3년 만에 건물 2채 건물주 되다 _ 월건주', Chapter 2 '경단녀도 200억 강남 건물주가 될 수 있다 _ 오조'의 이야기를 다루고, Part 2에서는 '건물주 선배가 알려주는 투자 비밀 노트'라는 주제로 Chapter 3 '건물주 되는 기본 테크트리 _ 월건주', Chapter 4 '건물주 되는 실전 노하우 _ 오조'를 다룹니다. 그리고, Part 3에서는 '평범한 사람 누구나 건물주 될 수 있다'라는 주제로, Chapter 5 '건물주 이젠 꿈이 아닌 현실이다 _ 월건주', Chapter 6 '이것만 제대로 이해해도 나도 건물주 _ 오조'로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각 Part는 저자 월건주(월급쟁이 건물주)와 오조(오조의 마법사)님이 서로 나누어서 1개의 Chapter를 담당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죠.

읽다 보니 가장 먼저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이 책이 '돈 이야기'보다 '불안 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이었어요. "고생했다. 김 부장"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 드라마 장면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월급은 나오는데 미래는 잘 안 보이는 상태,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 불안이 너무 익숙했거든요. 이 책은 처음부터 "이렇게 하면 당신도 부자가 됩니다"라고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건물 하나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 마음부터 건드리는 느낌이었어요.

중반부로 갈수록 숫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대출, 금리, 월세, 시세차익 같은 말들이 쏟아지는데 이상하게도 읽다가 겁부터 나지는 않았어요.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숨기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금리가 오르면서 월세 대부분이 은행으로 흘러갔다는 대목에서는 괜히 책을 덮고 잠깐 멍해졌습니다. '그래, 이게 진짜 현실이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책은 성공한 결과만 보여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버텨야 했던 순간들도 꽤 솔직하게 꺼내놓습니다. 발품 이야기나 급매 물건을 만나는 장면을 읽으면서는 운이라는 게 정말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사람 쪽으로 굴러간다는 말이 괜히 와닿기도 했고요. 물론 쉽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장 건물주가 되고 싶어졌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부담스럽고,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저건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야"라고 가볍게 넘기지는 못하게 됐어요. 가능과 불가능 사이 어딘가에 이야기가 놓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 책이 좋았던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꿈을 부풀리기보다는 현실을 차분히 펼쳐 보여줬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계속 제 상황을 대입하게 되고, 계산해 보게 되고, '나라면 여기서 멈출까, 더 갈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이 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투자서 같기도 하고, 경험담 같기도 하고, 어쩌면 경고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책을 덮고 난 뒤 '건물주'라는 단어를 예전처럼 가볍게 흘려보내지는 못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부동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책에서 읽었던 몇 장면이 함께 떠오를 것 같아요. 그 정도 변화라면, 이 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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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
박재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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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더 잘 살기 위해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를 묻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아도 괜찮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나이 듦을 위로하는 책이라기보다, 인생의 다음 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 책으로 제 뇌리에 각인되었습니다.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다'는 문장이 주는 묘한 울림 때문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과 경험은 늘어나지만,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이 책이 단순히 노년의 회고담이나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를 접했었고, 그러한 평가를 확인하고 싶어 운이 좋게 이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은 프롤로그 '거울 속에서 만난 아버지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다'로 시작해서 총 5개 장으로 구성하여 에필로그 '다시만난 아버지'로 마무리 짓습니다. 5개의 장은, 1장 '자카르타, 바타비아의 기억을 마주하다'로 시작해서 2장은 '족자카르타, 자바의 영혼을 만나다', 3장은 '우붓, 신의 세계와 예술을 만나다', 4장은 '플로레스, 오래된 생명의 흔적을 만나다', 마지막 5장 '여행하며 자신의 길을 찾는 젊은 영혼들을 만나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은 저자의 이력이나 성취를 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순아홉이라는 나이에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인도네시아로 떠난 선택 자체를 하나의 질문처럼 제시합니다. 자카르타의 항구, 보로부두르 사원, 발리 우붓의 예술과 플로레스섬의 원시 마을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유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낯선 풍경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잘 살아야 한다'는 기준에 붙들려 있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는 기록이라는 인상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린이의 마음'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어린이는 순진하거나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비교하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태도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성취와 경쟁, 평가에 익숙해진 어른의 마음과 달리, 어린이의 마음은 세계를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의미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저자는 오랜 경력과 실패, 관계의 무게를 지나온 끝에 오히려 그 가벼움이야말로 삶의 본질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글은 더 담백해졌습니다. 원시 인류의 흔적 앞에서 느낀 겸허함, 자연과 마주하며 생겨난 침묵의 시간,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회한까지... 이 모든 감정은 극적으로 연출되지 않고, 조용히 흘러갑니다. 그 차분함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자의 삶을 구경하기보다, 저 자신의 삶을 겹쳐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결로 다가왔습니다. 더 잘 살기 위해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를 묻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아도 괜찮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는 나이 듦을 위로하는 책이라기보다, 인생의 다음 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 책으로 제 뇌리에 각인되었습니다. 음... 이 책은 바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리고 아직도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천천히 읽히는 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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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다시 만난 베토벤 - 클래식으로 다시 보듬어보는 중년의 마음들
이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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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클래식을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고, 오히려 음악을 '듣는 법'보다 '사는 법'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클래식을 더 잘 알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요즘 제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나이를 한 해 두 해 더할수록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되고,  잘해왔다고 믿었던 선택들마저 흔들릴 때가 잦아졌어요. 이 책이 '베토벤 평전'이 아니라 '중년의 마음을 위한 자기 성찰서'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그 말이 이상하게 머리속에 남아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프렐루드 Prelude _ 마흔, 다시 베토벤을 만났을 때'로 시작해서, 저자가 추천하는 베토벤의 30개의 명곡들에 대한 이야기와 마지막 '피날레 Finale _ 나만의 인생 교향곡을 시작해보세요'를 통해서 베토벤이 발견했던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책은 베토벤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의 음악과 태도를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 겹쳐 보여줍니다. 특히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던 시기에 반복했던 '산책' 이야기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음악가에게 자연은 도피처가 아니라 생존의 공간이었고, 음악을 계속 만들기 위한 치유의 조건이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위대함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작은 선택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혹평과 실패를 대하는 베토벤의 태도였습니다. 그의 작품이 늘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은 그에게 희망이자 치유였기 때문에 평가에 오래 매달릴 수 없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결과보다 '만드는 행위 자체'에 중심을 두었던 그의 자세는, 성과와 반응에 쉽게 흔들리는 요즘의 제 모습과 자연스럽게 대비되었습니다. 베토벤의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에서 나오지 않았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또렷하게 전해졌어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베토벤은 단순한 음악가가 아니라, 자기 기준을 끝까지 지켜낸 한 인간으로 다가옵니다. 기존 형식을 넘어서 자신만의 음악 언어를 만든 과정은 유행을 따르기보다 앞서 나가려 했던 태도의 결과였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비교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기에 가능한 삶이었다는 해석은, 중년 이후의 삶에 더 필요한 태도가 무엇인지 조용히 묻고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졌고, 동시에 제 삶의 리듬도 조금 느리게 조정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마흔에 다시 만난 베토벤'은 클래식을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고, 오히려 음악을 '듣는 법'보다 '사는 법'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중년에 다시 만난 베토벤을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준 조용한 안내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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