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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경제 -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
윤태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이 책은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 현재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책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막연한 희망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남았습니다. "
'AI 이후의 경제'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기대보다는 약간의 불안이었고, 그보다 더 크게는 꽤 현실적인 자각이었습니다. AI를 다룬 책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압도적인 기술 혁신이나 장밋빛 미래와는 결이 조금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AI가 얼마나 대단해질까?"보다는, 오히려 "AI가 이미 우리 곁에서 어떤 태도로 판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마냥 들뜨기보다는, 자꾸만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6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은 'AI 시대의 인간 증명'을 타이틀로 '당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라', '당신의 인격을 증명하라', '이 콘텐츠는 누가 만들었나?'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Part 2에서는 'AI는 인간을 얼마나 신뢰할까?'라는 타이틀로 'AI는 당신의 의도를 판단한다', '신용점수에 당신의 현재 상태가 담겨 있다', '신뢰지수가 미래 상태를 판단한다'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Part 3 'AI는 인간을 어떻게 통제할까?'에서는 'AI가 당신의 행동을 추론한다', 'AI는 당신을 개인화로 통제한다'라는 주제에 대해서, Part 4 'AI 자율이 경제를 바꾼다'에서는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AI 자율경제 시대의 상품 개발 전략'이라는 주제를, Part 5 'AI 자율, 무엇이 위험한가?'에서는 'AI 윤리는 인간의 윤리와 다르디', 'AI 십계명: AI도 인간에게 윤리를 요구한다'라는 주제를 다루고. 마지막 Part 6에서는 'AI는 과연 인간을 이롭게 하는가?'라는 타이틀로 'AI는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AI와의 공전이 일상이 된다', 'AI는 파괴의 도구가 될 수 있다'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인 윤태성 교수님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AI는 점점 판단의 주체로, 더 나아가 경제의 하나의 행위자로 등장합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AI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더 이상 "무엇을 원하십니까?"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대신 "당신은 인간인가?", "당신은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합니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시대를 넘어, 인간을 분류하고 평가하는 단계로 이미 넘어왔다는 사실을 이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은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읽고 나서는 괜히 책장을 한 번 넘겼다가, 다시 돌아와서 문장을 한 번 더 읽게 되더라고요.
특히 '당신의 인격을 증명하라'는 장에서는 묘한 불편함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이미 수많은 선택을 하고, 말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클릭 하나, 댓글 하나도 흔적이 되는 시대니까요. 그런데 그 행위의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AI는 굉장히 냉정합니다. AI는 책임지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책임을 요구합니다. 이 구조가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평가되고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 표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책의 중반부에서 다루는 개인화와 필터 버블 이야기도 익숙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었습니다. AI가 "나에게 맞는 정보"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더 이상 편리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편리함이 어느 순간 사고의 폭을 조용히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이 부분을 읽다가, 제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추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넘기고, 그냥 흘려보던 순간들요. 그게 꼭 잘못된 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아무 생각 없이 맡겨도 되는 일인가 하는 질문은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AI를 적대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공포를 과장하지도 않고, 기술 낙관론에 기대지도 않습니다. 대신 "이미 시작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집니다. 인간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혹은 경쟁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읽다 보면, 답을 찾는다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계속 떠안게 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AI 이후의 경제'는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기보다, 현재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책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막연한 희망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남았습니다. AI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기보다는 어쩌면 더 책임 있는 존재로 남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책은 AI에 대한 지식을 늘려주면서, 나아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를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생각보다 꽤 깊은 곳까지 들어왔습니다. "나는 지금, AI가 신뢰할 만한 인간인가?" 그 질문을 쉽게 넘기지 못한 채로, 책을 덮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