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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
박재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더 잘 살기 위해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를 묻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아도 괜찮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나이 듦을 위로하는 책이라기보다, 인생의 다음 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 책으로 제 뇌리에 각인되었습니다.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다'는 문장이 주는 묘한 울림 때문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과 경험은 늘어나지만,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이 책이 단순히 노년의 회고담이나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를 접했었고, 그러한 평가를 확인하고 싶어 운이 좋게 이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은 프롤로그 '거울 속에서 만난 아버지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다'로 시작해서 총 5개 장으로 구성하여 에필로그 '다시만난 아버지'로 마무리 짓습니다. 5개의 장은, 1장 '자카르타, 바타비아의 기억을 마주하다'로 시작해서 2장은 '족자카르타, 자바의 영혼을 만나다', 3장은 '우붓, 신의 세계와 예술을 만나다', 4장은 '플로레스, 오래된 생명의 흔적을 만나다', 마지막 5장 '여행하며 자신의 길을 찾는 젊은 영혼들을 만나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은 저자의 이력이나 성취를 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순아홉이라는 나이에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인도네시아로 떠난 선택 자체를 하나의 질문처럼 제시합니다. 자카르타의 항구, 보로부두르 사원, 발리 우붓의 예술과 플로레스섬의 원시 마을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유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낯선 풍경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잘 살아야 한다'는 기준에 붙들려 있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는 기록이라는 인상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린이의 마음'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어린이는 순진하거나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비교하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태도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성취와 경쟁, 평가에 익숙해진 어른의 마음과 달리, 어린이의 마음은 세계를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의미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저자는 오랜 경력과 실패, 관계의 무게를 지나온 끝에 오히려 그 가벼움이야말로 삶의 본질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글은 더 담백해졌습니다. 원시 인류의 흔적 앞에서 느낀 겸허함, 자연과 마주하며 생겨난 침묵의 시간,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회한까지... 이 모든 감정은 극적으로 연출되지 않고, 조용히 흘러갑니다. 그 차분함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자의 삶을 구경하기보다, 저 자신의 삶을 겹쳐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결로 다가왔습니다. 더 잘 살기 위해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를 묻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아도 괜찮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순아홉, 이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 살자'는 나이 듦을 위로하는 책이라기보다, 인생의 다음 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준 책으로 제 뇌리에 각인되었습니다. 음... 이 책은 바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리고 아직도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천천히 읽히는 이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