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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 왜 항생제는 모든 현대병의 근원인가?
마틴 블레이저 지음, 서자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의 제목은 다소 딱딱한 책일 것 같았으나 미생물에 관한 이야기가 의외로 너무 재밌게,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항생제의 남용으로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항생제 남용의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알고 있다. 항생제가 인간의 질병을 낫게 해주지만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한 인간의 새로운 질병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현대병의 근원이 항생제임을 저자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경고하고 있다. 현대병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병은 비만, 소아당뇨, 천식, 꽃가루 알레르기, 음식물 알레르기, 역류성 식도염, 암, 셀리악병(만성소화장애증),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대장염, 자폐증, 아토피성 피부염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들이다. 항생제의 남용으로 현대의 인간은 만성적인 질병으로 시달리고 있다. 질병의 치료를 위한 항생제 사용부터 우리가 키우는 가축들의 사료에 쓰이는 항생제, 양식하는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체는 항생제 과용에서 안전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많이 된다.
우리의 대장에도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함께 공존한다. 인체에 나쁜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여 병을 치료하면서 좋은 미생물까지 죽이게 된다. 오래전에 가족 중에 위궤양에 걸려 치료받은 적이 있었는데 위궤양의 원인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라고 이 균이 위장에 있으니 없어질 때까지 약을 복용해야한다고 했다. 이 균은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도 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나쁜 균이니 없애야 하는 균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정상적인 위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이고, 건강에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부 성인에게 해가 될 수 있지만 많은 아이들에게 유익한 균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단순히 균을 제거했을 때,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마틴 블레이저 박사의 연구로 밝혀진 박테리아에 관한 관점을 다시 재조명하고 수십만 년 동안 박테리아와 인간의 세포가 평화로운 공생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으며, 우리 몸의 균형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 등, 이 책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 마틴 박사는 미생물은 우리 몸속 또 하나의 장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너무나 작아서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생물체가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미생물이 만들어가는 행성에 살고 있다. 약 30억년 동안, 박테리아만이 지구의 유일한 생명체였다. 땅 위와 공기 그리고 물 등, 모든 곳을 점령한 박테리아는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물권을 만들고, 다세포 생물이 진화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산소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양, 그리고 바다를 부양하는 먹이사슬을 만들었다. 이렇게 박테리아는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천천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를 유지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했다.” -p26
인간의 식견으로 미생물이 활동한 수십억 년의 긴 시간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박테리아의 존재를 인간이 항생제와 의료행위 남용으로 사라져버린 미생물은 이제 인간의 삶에 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항생제의 내성으로 더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해지는 현대 사회의 질병들은 다시 미생물과 공생해서 서로에게 이롭게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인간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