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대로 못해서가아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교활하고 영리해서도 아니다. 그저 세상이 이렇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렇기 때문이다. 방문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뭔가 다른 일이 있었을 거다. 돼지는 어떤 상황에서든 진흙탕을 찾아낼 테니….. - P223

대개는 아주 평면적인 정의만을 얘기합니다. 이성은 인간의 행동을 동물의 행동과 구분 짓는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정의는 모든 것을 분명히 이해하면서도 말을 못할 뿐인 개와 그 개의 주인을 구분 짓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런 평면적인 정의에서 좀 더 예리한 고찰이 파생하기도 하지요.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활동에 대한 우울한 관찰에 기반 해서 말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성이란 살아 있는 생명체가 비합리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도록 하는 능력이다. - P228

우리는 그저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만, 그들은 적어도 무엇을 얼마만큼 모르는지는 이해한다. 그 헤아릴 길 없는 심연을 보면서도 그리로 내려갈 수밖에 없음을 안다. 울렁거리지만, 내려가야만 하는데,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심연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중에 거기서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죄인들은, 그러니까, 다른 측면을 본다. 그런데 정말 내려가야 하는 것인가, 라고, 순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자는 거다. 밸런타인의 말이 맞는다. 인류의 가장 영웅적인 행동은…… 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 낼 생각이라는 거다…… 그래도 어쨌거나 빌어먹을 놈들이다. 그가 방문자들을 두고 말했다. 피크닉을 다른 데서 열 수는 없었나. 달이라든가.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다. 아니면 화성이라든가. 너희는 공간을 접는 법은 배웠지만, 다른 모든 놈들과 다를 바 없는, 인정머리 없는 깡패들이다…… 보다시피 피크닉을, 그걸 여기 우리 땅에서 열다니…… 피크닉을 …….…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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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시작한 지 오래돼서 이미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어...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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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산꼭대기에 서 있곤 한다, 나의 벨라르민이여!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 나는 아래로 내동댕이쳐진다. 생각이 돌아오면 나는 전과 다름없이 혼자가 되어 죽을 운명의 고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내 마음의 피난처, 영원히 하나인 세계는 사라지고 없다. 자연은 두 팔을 다시 거둬들이고, 나는 자연 앞에 낯선 사람처럼 서서 자연을 이해하지 못한다. - P15

오, 인간이란 꿈을 꿀 때는 신이지만, 생각을 할 때는 거지다. 감격이 사라지고 나면 인간은 아버지에 의해 집에서 쫒겨난 탕아처럼 길거리에 서서 사람들이 동정심으로 던져주는 몇 푼의 돈을 바라볼 뿐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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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는 기억의 노예일 따름이라,
태생은 강렬하나 배겨내는 힘은 약해서,
풋과일 땐 나무에 단단히 붙었지만,
익으면 안 흔들어도 저절로 떨어지오.
인간사 필연이오, 우리들 인간이
자신에게 진 빚을 잊고 갚지 않는 것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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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흐 : 파르티타 1번, 2번 & 6번 (1집) [2 for 1] - The Koroliov Series Vol. Xxiii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코롤리오프 (Evgeni Korol / Tacet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벌써 올해의 음반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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