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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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19p)

 

이 책의 주인공이며 화자인 선 윤재(소년)는  태어나면서부터 그 아미그달라의 크기가 작은 아이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다. (아미그달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쥐는 고양이가 두렵지 않아 피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외에는 극히 정상이다. 의사들이 내린  진단은 '감정 표현 불능증' 또는 '알렉시티미아'였다. 의사들은 뇌의 신비를 벗겨 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의뢰를 해 왔다. 그러나 그의 엄마는 '내 애는 내가 가장 잘 알아요'라는 말로 제의를 일축해 버린다. 그리고 병원에도 발길을 끊고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윤재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적당히 무리 안에 섞여 있는 것이 가능해졌다. 
할머니의 꿈이자 엄마에게 물려주었던 작가에의 꿈 대신 엄마는  주택가 골목에 헌 책방을 차린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이 책방'이라고 간판을 달았다. 아빠는 윤재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미 세상을 뜨고 생활고에 시달린 엄마는  할머니(소년의 외할머니)와 살림을 합쳐  함께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소년의 열일곱 살이 되는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소년의 생일 축하를 위해서  세 명의 가족은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고  한껏 행복한 웃음을 웃으며 나온다.  막 문을 열고 나오다가 엄마는 어떤 남자에게 느닷없는 습격을 당하여 머리를 망치로 4번이나 내리 찍히고  식물인간이 된다. 할머니 역시 그 남자의 칼에 등을 찔리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 남자는  불행의 연속으로 세상을 증오한 사람이었다.
"오늘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라고 일기장에 써 놓고 나온 사람이었다.
엄마와 할머니의  처참한 죽음의 장면을  눈앞에 바라보면서도 소년은 놀라지도 슬퍼하지도 울지도 않는다. 다만   질문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엄마와 할멈은 뭐가 그렇게 우스워서 깔깔댔던 걸까.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왜"
혼자된 소년은 평소 엄마가 늘 말했던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 고민한다.  하지만 그 '정상적'이란 게 어떤 건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떤 게 정상적인 반응인지도 알 수가 없다.
'B 사감 와 러브레터'책 속에서 러브레터를 훔쳐읽으며 상상 속의 2인 극을 펼치는  사감을 몰래 지켜본  세 명의 여학생은 각자 반응이 다름을 보고 소년은 생각한다.

늘 정답을 제시하던 엄마의 가르침과는 좀 위배됐지만 나는 그 결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치 이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들이 꼭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서 정해진 대응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다르니까, 나같이 '정상에서 벗어난 반응'도 누군가에겐 정답에 속할 수 있지 않을까.(60 P)

 

보험금과 가게 2층에 있는 빵집 주인 심 박사(심재영)의 도움으로  소년은 엄마가  하던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땅거미가 지면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들른다.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는 특별한 아이로 알려지고 그로 인해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의해서 학교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보호자 역할을 하는 심 박사는 '정상적'이란 게 '평범'한 것일 거라는 말을 한다.   소년은 '평범'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남들과 같은 것. 굴곡 없이 흔한 것.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졸업해서 운이 좋으면 대학에도 가고,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을 얻고 맘에 드는 여자와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런 것. 튀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한 것.(74P)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이루기 가장 어려운 가치란다. -중략-
박사의 말대로  평범하다는 건 까다로운 단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고 쉽게 입에 담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평범해지는 것에.
-학교 계속 다닐래요. (74P)

 

어느 날 책방으로 한 남자( 윤권호 교수)가 찾아온다. 그 남자로 인해 소년은 괴물 친구 '괴물(곤이의 별명)'을 만난다. 괴물은 윤권호의 십삼 년 전에 잃은 친 아들이다. 우연히 찾게 된 아들의  원래 이름은 '이수'였지만 아들 자신은 새로 만들어진 '곤이'라는 이름을 좋아한다. 그동안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해온 탓에 많이 거칠어진 곤이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반항적이고 난폭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아들로 인해 병약해진(죽기 전에 아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윤 교수는 윤재를 친아들이라고 하며 죽어가는 아내에게 소개한다.
같은 학교, 같은 반으로 만나게 된  윤재와 곤이. 둘은 모두 불행한 가족사를 안은 아이들이다.
곤이의 반항과 난폭함은 극에 달하고  특히 윤재에 대한 패악 질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런 곤이에게, 또는 곤이 때문에  윤재는 죽음의 순간을 넘나드는 폭력을 당하지만   여전히  공포도 미움도 슬픔도 느끼지 못한다. 오직 자기의식대로만 행동할 뿐이다.  동병상련일까. 그러던 그들에게도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건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137P)

한 가지 질문에도 백 가지 다른 답이 있는 게 이 세상이란다.(139P)

그런데 그날따라 의문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말이 저렇게 아무렇게나 쓰여도 되는 걸까.(149P)

곤이는 무척 울었다.
-아무런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싶어.(208P)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러면 엄마와 할멈을 빤히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그날의 사람들은? 그들은 눈앞에서 그 일을 목도했다. 멀리 있는 불행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는 거리였다. 당시 성가대원 중 한 사람이 했던 인터뷰가 뇌리에 떠다녔다. 남자의 기세가 너무 격렬해,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다고.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210p)

사람의 머리란 생각보다 묘한 놈이거든. 그리고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박사가 웃었다.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214-215p)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것 따윈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219P )

 

청소년과 어른. 아니 초등 고학년부터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읽으면 빠져들만한,  성장소설이면서  흥미와 철학적  영양가가 가득 담긴,  얇지만 결코 얇지 않은, 그런 소설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공감되는 구절. 여운이 남는 울림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화두들이  신기하게도 평소 내가  던졌던  화두들과 일치했다.
그래서일까  잠시도 책을 놓을 수 없이  끌려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정상적'이란 거, '평범'이란 거. 그것이 뭘까.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느껴도 행동하지 않고 공감하면서도 쉽게 잊는다면   '감정 표현 불능증'과 다를 것이 무얼까
*어떠한 삶이 비극적인 삶이고 어떠한 삶이 희극적인 삶일까.
*같은 상황에서는  반드시 같은 반응을 해야 할까.
*정상에서 벗어난 답은 모두 틀린 답일까.
*사랑이란 것이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걸까.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책.  독서모임에서도 같이 읽고 싶은 책이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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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글쓰기의 힘
이남훈 지음 / 지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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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존의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반론으로
시작한다.(8p)

 

정말 그랬다.
반론이다. 기존 방법론에 대한 반론.
그래서 나의 눈을 끌었고, 그래서  막 따온 싱싱한 과일을  한 잎 깨무는,
그런 신선함으로  밤늦게까지 읽었다,  아니 '읽혔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먹히는 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또 이 책에서 제일 처음 주장하는 것처럼,
이 책은 모든 독자들에게도  그런 <먹히는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Part 1  필력을 죽이는  10가지 신화에서 작가는  기존의  글쓰기 상식들을 뒤집는다.
1. 예술 할 거 아니면 먹히는 글을 써라. 먹히는 글은 타인을 만족시키는 이타적 성향을 띤다.
2. 열망만 있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글에 문제점을 발견하라. (글쓰기 문제 15가지를 예시로 든다)
3. 첫 문장에 힘 빼지 마라.
   자기소개서, 대학 논술이 아니면  두괄식을 고집하지 말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써라.
4. 무조건 많이 쓰기에 앞서 하나의 글을 완전히 마무리해 나가고, 완성도 높은 글과 비교해 보라.
5. 퇴고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말고  먼저 충분히 눈을 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다음 써라.
6.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한 사람에게 진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는 자신의 경험한 세계 안에 갇히기 쉽다
7. 필사할 시간에 '문단 분석 및 요약'을 꾸준히  하라.
    문법에 무조건 따르면 식상해진다.
8. 펜을 쥐기 전까지의 시간이 사실 진짜 글을 쓰는 시간이다.

Part 2  이제껏 몰랐던 글쓰기 훈련법 8가지를 소개한다.
1. 결론부터 내리고  거기에 '왜'와 '어떻게'를 붙이면 글이 된다.
2. 누군가 이미 말한 메시지를 내가 또 말하는 것은 '인용'이다.
   한마디로 동어반복은 메시지가 아니다. 기존과 다른, 차별화를 시도하라.
3. 기자의 글쓰기 방법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라. 모든 일상이 기삿거리(글감)가 된다.
4. 단어장을 만들어  어휘력과 단어 간 연결 지점을 배우는 훈련을 하라.
5. 현대에는 '만연체'보다는  '단도직입제'가 먹힌다.
6. 포지셔닝을  잘 선택하라.
7. 나만의 리추얼(나만의 의식)을 개발하라

 

Part 3  고수들의 연금술 7가지를 소개한다.
1. 기존의 것에 의문을 던지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숨겨진 것을 찾으라.
    즉, 철학을 하라.
2. 해석학의 입장에서 보라  - <삶에는 진리가 아니라 해석만이 존재한다/니체>
3.'당연한 전제를 부정하라,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다./말러 M. 캐퍼치
4. 정보나 사실을 다루는 글이 아닌 이상, 외롭지 않으면 관찰과 숙성이 불가능하다.

Part 4. 출판사와 편집자 이야기로 책을 내고픈 사람들을 위한 꿀팁, 상식 등을  알려준다.
출판사에 원고를 내는 법부터  피드백 선택에   유리한  원고 작성법,(폰드. 자간, 서식 등)
    인세, 인세 보고서까지, 상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십계명>과  별첨으로 <문장 연습>까지  완벽한  글쓰기  훈련을 시도한다.

손이 가장 잘 닿는 책꽂이에 두고  늘 꺼내보면 좋을 글쓰기 참고서다.

무엇보다도  요즘  점점 글쓰기에 자신을 잃고  회의를 느꼈던  나에겐   다시 도전하고 싶은 힘이 생기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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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천자잉 지음, 이지은 옮김 / 사람in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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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숨 막히는 철학적 고찰이다.
"윤리적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끝을 맺는다.

행복한 사회,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윤리적인 삶, 즉 도덕성이 필요하다.
그럼 도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작가는  세부적인 고찰을 시도한다.
good일까?,  好(좋다)일까?,  善(선하다)일까?,

윤리학(도덕)이란  사람에게 선함을 가르치는데 있는가?  삶을 이끌 수 있는가?
윤리는 합리적인 규범인가?
대부분의  윤리적 규범에서는 살생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도축이나 살생 등은 금하지 않는다.
인공 낙태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부 세력은 태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를 근거로 낙태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많은  철학자들은 <공효 주의, 공리주의>를 윤리 이론으로 내 세운다.
공효 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는 공소, 효과, 이익, 지능, 이용으로 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결과주의로서  이를 태면 이기심, 이기주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 원칙은 무시한 채 오로지 효율만 앞세운다는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따라 공효가 결정된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러면 도덕적인 사회, 즉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 될 것이다.
행복이란 "평안함과 쾌락. 이익"이며  '행복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행복감이란  개성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평안함이 최고의 행복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모험과 자극이 최고의 행복이 될 수 있다. -중략- 예를 들어 개인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 행복을 계산할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학살자와 강간범처럼 악행을 통해 얻는 쾌락 등도 전체 행복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일까?(76-71p)

행복의 조건인 '이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경제적인 이익, 명예, 성취감, 기쁨, 만족감, 꿈, 애정, 모두가 이익이 될 수 있다.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최고의 선, 최고의 도덕인가?
여기서도 공효 주의 이론에서 볼 때 모순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앎"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이  진정한 선인지, 무엇이 진정한 도덕인지....
그다음엔 당연히 그 앎의 실천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철학자 하린의<지행합일 신론 知行合一新論>을   소개한다.
"앎과 실천은 영원히 하나로서 영원히 평행하게 발전한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또한 <지행합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많은 문제를 제시하며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렇다면  "윤리학은 무슨 쓸모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가?
이에  저자는  윤리학에 인간의 이성과 지혜, 덕성을 겸비한 "인격"을  덧붙인다.
"덕성이 곧 선이기 때문에 쾌락(행복)도 가져다준다(344p)"라고.

덕행을 즐기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쾌락이다. 덕행이 가져다주는 쾌락의 크기가 덕행이 깃든 일을 해서 받게 되는 고통, 수고의 크기보다 크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재미'의 크기가 고난, 시련을 모두 떠안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요컨대 덕행의 즐거움은 덕행이 깃든 일을 실천하는 데 고스란히 투영된다. 여기서 말하는 쾌락은 만물이 자라나면서 스스로 얻게 되는 즐거움이다. 즉 덕성을 지닌 자는 만물이 성장함에 따라 자신의 기분에 상관없이 삶이 큰 덕을 낳는 이치와 통할 때 비로소 지극한 즐거움을 얻는다.(345p)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을 이롭게 하는 동기가 타인도 이롭게 만드는 효과로 이어지는
한 예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것이다
"빵집 주인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따끈따끈한 빵을 굽는 것은 이른 아침을 준비하는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이익 때문이다. 물론 빵집 주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손님은 아침부터 갓 구운 빵을 먹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84p)"

 

 

 

지금은 소강 (小康) 사회를 이뤘으니 다음에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大同)으로 나아가야 할 차례이다. 의식주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 일, 저 일,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355p)

마지막으로  한스 큉의 말을 인용한다.

진정한 인성은 진정한 종교의 전제가 된다.
진정한 종교는 진정한 인도주의의 실천이다.(4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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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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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차분 해 진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런 사소한 공간들...
작가의 눈에는 모두가 온기가 가득찬 공간들이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느껴지지 않던 소리와 냄새 공기들이 걸을 때에야 비로소 피부로 느껴져서 나는 걷는 것이 좋았다.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는 세상을 내 두 발로 걷고 싶었고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13p)

 

 

제자리에 있는것들, 늘상 눈에 들어오던것들. 책상, 침대, 마당. 베란다...
가까이 있는것들 , 시계방, 꽃집, 미용실, 화방, 세탁소....
카페, 골목길, 서점, 예술공간, 도서관, 교통수단, 교회, 고궁, 공원, 한강,
여행에서 만난 풍경들, 낯선공간과의 만남, .....
그 어느곳에서든 작가에겐 새롭고 경이롭고 가슴 따뜻한 경험을 한다.
"그건 원래 작가의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 아닐까"라고 생각 했다.
가끔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을 마주 했을때, 간절히 원하던 것을 갖지 못했을 때, 믿었던 것에 배신을 당했을 때, 작가는 아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 놓기보다는 오히려 홀로 슬퍼하고 혼잡한 종로의 길거리에서 몰래 흘쩍거린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때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슬플 수 있었다고 ,
완벽한 무관심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 나도 안다. 그 감정. 차라리 모른척 해 주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을.

 

 

힘이 들때는 맘껏 기대어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성당, 고궁, 한강, 남산, 바닷가, 수목원,
거기에서 네잎 크로바를 찾는다고.

 

 

이책을 읽고 비로소 나도 사소한 것에 눈을 돌려 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어제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다섯 정거장 거리를 걸어갔다.
정말 내 눈에도 드디어 보였다.
잘해야 5센티, 아님 10센티. 그 길이의 뿌리를 언땅에 내리고 당당히 녹색을 유지하고있는 버티고 서 있는 그 연약한 들풀들.
순간 오리털 롱 코트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마스크까지 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늘상 보아왔던 건데 왜 이제사 겨우 이런 경이로움을 느끼는걸까?
내 마음도 결코 차가운 것은 아니었나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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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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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도 지름신이 내렸다.
아니 이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럴지도 모른다.
지름신.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구매의욕이 신이 내리듯이 빙의된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이책에 강독으로 소개된 책이 22권
중간중간 참고로 소개된 책까지. 다 하면 50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어쨋거나 그것들 모두를  사서 읽어보고  싶어지니 나야말로  지름신이 내렸다고 해도 별로 틀린말은 아닌듯 싶다. ( 웃음 )
이 (웃음) 표현은 이 책에 많이 쓰여진 표현이다. 그래서 나도 한번...  또 (웃음)

 작가의 강독회를 책으로 엮어 놓은 책이다.
"책은 얼어붙은 정신과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제목이
<다시 책은 도끼다>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느냐.' '어떻게 읽느냐' 라는 질문에  답 하는 책으로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풍요로운 삶`이라고 대답 했다면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천천히`라는. 답을 내 놓는다.
전작인 '책은 도끼다'는 '왜?'라는 질문에 중심을 두었다고 본다면 이번 '다시 책은 도끼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천천히'라는 해답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이야기 하는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서두에서 말한다.

내가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 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적극적으로 대입시켜 보는 일
그런 노력을하며 천천히 읽지 아니하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

 각 장마다 소설, 시, 미술, 기행문, 등 분야별로 읽는법을 소개 한다.
★쇼펜하우어가 '독서를 금하노라'고 말하는 이유는 독서가 내 주변의 제대로 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남들이 느낀 것들만 따라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권장도서 100권 안에 못 들어간 책이라도 당신에게 울림이 있었다면 그 책은 권장도서보다 훨씬 중요한 책이다.
★창조자가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는 감상자의 해석이 중요하다.

 여덟강의  모두가 나의 책읽기 공부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 마지막 8강의 <파우스트> 독법은   나로 하여금 다시 고전읽기에 도전 하게 만들었다.
2번씩이나 도전 했다가 중도에 덮고 만 책이다. 내겐 너무나 무겁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책이 갖고 있는 권위에 눌려서 팽개치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저마다의 <파우스트>가 생겨나길 바란다고 나름의 독법을 샘플로 소개 한다.

★각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헌사」는 괴테가 오래 중단했던 <파우스트>를 다시 쓰면서 자신의 심경을 피력한 것임.
★극단주, 극작가, 어릿광대는 바로 오늘날의 자본가, 순수 예술가, 대중예술가로 대치 시켜 볼수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지루하고 어렵겠지만, 이렇게 무릎을 치게 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건져내다 보면 책 읽기가 즐거워질 수 있다.
★격언이 될 만한 한 줄을 뽑아서 힘들어하는 친구나 동료, 가족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혹은 나 자신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을것 같다.
체화되지 않은 지식은 무용할 뿐이다.  
파우스트는 박사이다. 다양한 학문에 섭득한 지식인중의 지식인이지만 그 많은 지식이 정작 그의 삶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너희들 쇠끝은 뾰족뾰족하였으나 빗장을 열어주진 못하였다" 라고 고백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제의 한다.
"오독을 하라"고

"지금까지의 여덟 번의 강독은 아마 저의 오독이었을 겁니다.
여러분도 기꺼이 오독을 하시길 바랍니다.
정독은 우리 학자들에게 맡겨 둡시다.
우리는 그저 책 속의 내용을 저마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각자의 오독을 합시다.
그래서 그로인해 좀 더 풍요로워진삶을 살아가는것이 어떨까요.(348-349p)"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는 <파우스트>도 읽어낼것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래서 나는 오늘 <파우스트>
다시 도전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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