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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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차분 해 진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런 사소한 공간들...
작가의 눈에는 모두가 온기가 가득찬 공간들이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느껴지지 않던 소리와 냄새 공기들이 걸을 때에야 비로소 피부로 느껴져서 나는 걷는 것이 좋았다.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는 세상을 내 두 발로 걷고 싶었고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13p)

 

 

제자리에 있는것들, 늘상 눈에 들어오던것들. 책상, 침대, 마당. 베란다...
가까이 있는것들 , 시계방, 꽃집, 미용실, 화방, 세탁소....
카페, 골목길, 서점, 예술공간, 도서관, 교통수단, 교회, 고궁, 공원, 한강,
여행에서 만난 풍경들, 낯선공간과의 만남, .....
그 어느곳에서든 작가에겐 새롭고 경이롭고 가슴 따뜻한 경험을 한다.
"그건 원래 작가의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 아닐까"라고 생각 했다.
가끔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을 마주 했을때, 간절히 원하던 것을 갖지 못했을 때, 믿었던 것에 배신을 당했을 때, 작가는 아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 놓기보다는 오히려 홀로 슬퍼하고 혼잡한 종로의 길거리에서 몰래 흘쩍거린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때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슬플 수 있었다고 ,
완벽한 무관심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 나도 안다. 그 감정. 차라리 모른척 해 주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을.

 

 

힘이 들때는 맘껏 기대어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성당, 고궁, 한강, 남산, 바닷가, 수목원,
거기에서 네잎 크로바를 찾는다고.

 

 

이책을 읽고 비로소 나도 사소한 것에 눈을 돌려 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어제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다섯 정거장 거리를 걸어갔다.
정말 내 눈에도 드디어 보였다.
잘해야 5센티, 아님 10센티. 그 길이의 뿌리를 언땅에 내리고 당당히 녹색을 유지하고있는 버티고 서 있는 그 연약한 들풀들.
순간 오리털 롱 코트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마스크까지 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늘상 보아왔던 건데 왜 이제사 겨우 이런 경이로움을 느끼는걸까?
내 마음도 결코 차가운 것은 아니었나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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