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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가 뜬다 - 제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권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권리의<싸이코가 뜬다>는 사실 좀 실망했습니다.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의 스타일이 좌악 보이는군요.그러니까 만화<현시연>을 본 이후의 실망과도 비슷한 것.주인공 오난이는 현대사회의 수동적 반항아?인데,능동적 반항아인 친구 가위와 고로케의 죽음을 접하고 사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자살을 결심합니다.그런 결심 후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는데,일본의 대학과 퀴즈연구회 친구들,그리고 사이코라는 친구 등등과 겪는 이야기들,그녀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쓰여진 독백 형식의 글입니다.
사실 재미는 있는 편이지만 뭔가 부족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주인공은 현대 사회에서 독창적인 사람들,그녀가 생각하기로는 옳은 편?인 사람들을 <싸이코>로 구분하고,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이런저런 사회비판들이 있는데 싸이코에 대한 통찰이라든가 사유의 깊이가 얕다는 생각이 들어요.현시연을 보면서 "이게 뭐가 오티쿠야!"라고 생각했던 것처럼,"이게 무슨 싸이코야!" 이런 느낌.
물론 글 속에도 그런 주인공을 비판하는 내용도 분명히 나옵니다만,전체적으로 뒷심이랄까 설득력이 좀 부족하고,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깊이가 부족하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만,아예 가볍고 가벼운 그 자체로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아니고 좀더 무게있는 느낌으로 꽉 차게 쓴 것도 아니라,어중간하다는 느낌이라서.차라리 확 가볍든지 좀더 무거웠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것.<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한겨레 저번 수상작이니,그 책을 좋아하신다면 대부분 좋아하실 듯.블랙유머와 비판,자기세계 확실한..그런 글 좋아하신다면 추천.나이로 치자면 20대 초에서 30대 초중반까지의 남녀가 주 독서층일 듯.
아멜리 노통의 <앙테크리스타>는 그녀의 크레이드마크,주인공의 <적>이 다시 등장하고 그를 무찌르고 극복하는 이야기군요.여주인공은 조용하고 자의식이 강하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아이인데,어느 날 크리스타라는 모두에게 빛나는 여자애가 삶 속으로 뛰어들고 그녀의 자리를 빼앗으면서 둘의 대립이 시작됩니다.
부모님마저 그녀보다는 크리스타를 더 친딸처럼 생각하는 사태가 일어나지만,다행히도 그녀는 의지를 가지고 크리스타의 가면을 벗겨냅니다.(그녀의 부모님에게만 사실을 밝히죠)하지만 크리스타는 모든 것이 밝혀졌는데도 적반하장으로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을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듭니다.주인공 가족은 크리스타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기 위해 그 고난을 묵묵히 참고 아무 말도 않습니다만,어느 날 주인공은 크리스타에게 용감히 복수합니다.그리고 크리스타는,사라집니다.
주인공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여자친구,란 면에서 얼마 전 읽은 안 소피 브라슴의 <숨쉬어>도 연상시키지만,주인공이 승리한다는 점에선 야마다 에이미의 <나비의 전족>에 더 가까울 듯합니다.하지만 그 이전에 노통 스타일이니까,유쾌한 블랙유며에 통쾌함까지 있네요.사실 노통은 <적의 화장법>이나<오후 네시><두려움과 떨림><살인자의 건강법>등 주요 몇 작품 중 둘만 읽으면 나머지는 다 비슷한데도 계속 읽게 되네요.아마도 재미있기 때문이겠지만.추천타켓은 노통의 팬,통쾌하면서도 유쾌한 짧은 유럽소설을 원하시는 분,2-30대 여성.
암굴왕 완결편,은 대부분의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다 끝나고 여러 일들이 마무리되는 이야기라 솔직히 재미로는 조금 덜하군요.뭐 자잘한 것들은 빼고 알베르는 입대,메르세데스는 마르세유에서 회개하며 살고,외제니는 여자친구랑 사랑의 도피를 하고,빌포르는 아내를 자살로 몰고 재판에서 안드레아가 자기 아들임을 인정한 후 미쳐버리고,당글라르는 처참히 파산하고(부인은 남자에게 버림받고 아이 사건까지 밝혀지고)발랑틴 커플과 백작-하이데 커플은 행복하게 잘 삽니다,끝.어쨌든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다음 타켓은 삼총사 완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