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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는 아직까지는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인데요.(최근 사알짝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멍하고 묘하면서도 이기적인 현대 젊은이들이 일상을 참 잘 그려내는구나 싶고,(동감하며 끄덕끄덕도 자주 해요)평범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기막힌 표현(그러니까 더 이상 걸맞는 표현을 찾을 수 없을 듯한)들에 감탄하고,섬세하고 매끄러운 느낌의 문체도,묘하게 시적이면서 쓸쓸한 느낌이 나는 글 전체의 분위기도 좋아하고,파크 라이프(데뷔작)에선 그 신선함에 감복하여 홀딱 빠졌더랬죠.
열대어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요시다 슈이치의 단편집
<열대어>는 세 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하나하나가,현대인의 이기심과 비틀림을 독특한 표현과 잔잔한 묘사로 보여주죠.해설에 쓰인 대로<안정된 것으로 믿던 일상이 사소한 것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을 안 젊은이가 찰나적 감정에 의지해 살아가는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아주 생각이 없는 애들처럼 보여요;;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엄청 우울하진 않고,재미도 있어요.그런데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이런 나쁜놈!"이라 생각하다가도 넌 안 그래? 라고 자문하는 순간 아니라고 확실히 대답할 수 없다는 게 씁쓸해요.
먼저 표제작인 <열대어>에서는 누구에게나 잘 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주인공인데요,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면서 남들이 그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기뻐하지 않으면 화를 냅니다.(은혜를 베풀듯이-동서애의 마호리가 생각났어요)그건 상냥한 게 아니라 이기적인 것일 뿐인데 말이죠.자신만의 생각으로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타인이 그 도움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지 같은 건 생각치 않는 거죠.
그의 아내가 이런 말을 하죠."다른 사람들은 불편해해.친절하게 하면 할수록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라고.맞아요,이런 사람들 분명히 있습니다.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사람도,이야기의 주인공같은 사람들도 의외로 많아요.(특히 부모님 중에서) 그건 배려가 부족한 건데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며 화를 내죠.이야기의 끝에서 주인공은 그런 면을 깨닫는 듯한데,그가 변할지는 두고볼 일이죠.
<그린피스>는 이기적인 남자의 전형이 등장합니다.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뭐든지 제멋대로예요.주인공 애인이 참고 산 게 이상할 정도.아무 생각없이 친구 애인도 꼬시고,애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그런 그녀를 내버려둔 채 혼자서 밥을 먹기 시작하고.자기합리화에 능하고.근데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안단 말이죠,거참.주인공은 짜증났지만 멋진 표현드링 몇 개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말다툼은 손톱깎이를 찾고 있는데 면봉이 나와서 그대로 귀를 후비기 시작한 느낌으로 끝난다.>같은 거.기막히게 분위기를 표현하지 않습니까?
세번째 이야기<돌풍>은 휴가를 이용해 충동적으로 간 바닷가에서 민박 알바를 시작한 청년 닛타의 이야기입니다.지쳐 있는 민박집의 사모님과 묘한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그녀를 슬슬 유혹해버리고,사모님이 모든 걸 버리고 도망칠 기분이 되어버리자 갑자기 거짓말로 그녀를 내팽개치고 잊어버립니다.부담스러운 게 싫다는 이유로.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바를 했던 거고,다시 자신은 홀로 현실로 돌아와 버린 거죠.
여기서 신선했던 표현은 "고백이란 편한 거야.들고 있는 패를 보여주고,나머지는 모두 상대방에게 맡겨 버리는 거지.비겁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뒤는 상대의 자비에 매달리고선,모든 게 끝났다고 낙관하지."라는 말.그러고 보니 이렇게도 볼 수 있겠더라구요.생각해 보니 예전 온갖 용기 다 쥐어짜내 고백했지만,이런 생각을 안했다고도 할 수 없는 거 있죠.확실히 고백하고 나면 편해지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