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하야시 마리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첫날밤
하야시 마리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대교베텔스만주식회사(베텔스만)
나의 점수 : ★★★★
현대 여성의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으며 재미도 있다.

마리코의 책은,한마디로 상당-히 재미있었다.여성의 미묘한 심리들을 솔직하게(이기적인 면,속물적인 면들까지 포함해서)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쓴다는 건 보통 재능이 아니다.지금까지 읽은 일본 소설들의 여성상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예리한 감성으로 여성의 속내를 파헤치는 글솜씨는 상당하다.나오키상과 요시카오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니까 나름대로 검증도 되었고.

불륜 남녀의 행각과 미묘한 감정놀음을 그린 <잘 다녀오셨어요>를 비롯,자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과 선망,안타까움,죄책감,대리만족,질투 등이 뒤섞인 언니의 심리를 그린<비밀>,여성이 여성에 대해 가지는 애증을 탁월하게 표현한 <귀향> 전시의 극한상황에서 무너지는 가정과 윤리를 그린 <눈 소리>로맨스를 바라던 여자가 맞닥뜨린 구질구질한 현실을 그린<봄 바다로> 등,여러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행동과 생각,느낌들을 보여준다.

그의 또다른 책 <커플 게임>도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여러 커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있다.그리고 나름대로 완결을 맺으며 씁쓸한 뒷맛을 안겨준다.왜냐면 그게 현실이니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녀의 책들은 90년대 초에 왕창 나왔다 거의 절판되고 최근에 이 두 가지가 새로 나왔고 에세이집인 <예쁘지 않으면 사는 게 괴롭다>와 <남자와 여자 사이엔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할 게 없다>도 같이 나왔다...만 이것들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공감 가는 부분도 꽤 있기는 하지만 너무 소비,향락,허영들에 대해 솔직하게 쓰여 있어서.남자는 이용하라는 식으로 느껴지기도 하고.그건 아니잖아.하지만 그녀의 책 두 권,<첫날밤>과 <커플 게임>은 읽어볼 만하다.솔직한 현대 여성의 삶을 ,재미도 덧붙여 읽는다는데.추천 타겟은 20-30대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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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탑.치료탑 혹성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치료탑.치료탑 혹성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나의 점수 : ★★★★

SF라길래 봤는데,좀 지루하긴 하지만 독특한 소재(떠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들),그리고 사람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낸 명작.

이건 나온 지 꽤 되었고 읽은 지도 2년이 넘었지만 웬지 로코코만 쓰기에 허전하고,다른 거랑 묶기도 애매하고 해서.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 작가로 조금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 사람 책 읽은 사람 거의 없다.(나도 요거만 읽은 SF팬들 말고는 본 적이 없다)왜냐면 좀 어렵고 지루하니까.그게 사실이다.이것도 예외는 아니라,이렇게 지루한 SF찾기도 힘들다.하지만 절대 쓰레기는 아니다.

이 책의 독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이것을 잡아내는 센스,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달의 뒷면처럼 남겨진 것.감탄할 만하다.오래되어 가물거리긴 하지만,어떤 이유로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그리고 거의 모든 SF는 떠나간 사람들의 얘기이다.모험하고,접촉하고,실패하고,다시 일어서고.)그리고 남겨지는 사람들이 있다.이 글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그 일상과,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심리와 과정,그리고 그로 생겨나는 변화들을 받아들이기.심리 표현과 잔잔한 이야기들로 중간이나 초반은 상당히 지루하지만,잔잔한 깨달은과 인간애를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글이다.순수문학으로 분류되는 게 더 옳은 글이라,독특하다면 독특한 SF.

덕분에 또다른 오에의 유명작품인 <만연원년의 풋볼>을 읽었는데,치료탑보다 훨씬 덜 지루했다.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주인공과 비뚤어진 환경(골짜기로 상징되는).만연원년이란 과거와 1945년의 폭동,그리고 현재(아마 70년대쯤?)의 사건들과 인물들(주인공과 그의 동생-증조부와 폭동의 주도자인 그의 동생)의 오버랩,자기 세계에 빠진 주인공의 심리 표현 등이 뛰어나다.조금 지루한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사건 전개가 좀 빠르고 격렬?함.읽어볼 만했다.풀님의 추천으로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도 읽어볼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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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과 양키 - 마크 트웨인 대표선집 4 마크 트웨인 대표선집 4
마크 트웨인 지음, 조애리 옮김 / 미래사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아더왕과 양키
마크 트웨인 지음, 조애리 옮김 / 미래사
나의 점수 : ★★★★

많은 약점들도 지니고 있지만 그걸 넘어서 많은 뛰어난 점들도 지니고 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에는,대체역사를 다룬 sf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그것도 아니면 시간여행을 다뤘겠지라고.그래서 흥미를 느꼈고 이제야 찾아 읽게 되었지만,읽고 나서의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오히려 이것은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어느 날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그가 쓴 책을 읽게 된다.그리고 본 내용은 그의 책-일기 형식의-의 이야기다.주인공 행크는 19세기 코네티컷의 미국인이었지만 어쩌다 6세기,아더왕의 시대에 떨어지게 된다.그는 당황하지만 빨리 사태에 적응하고 마침 일어나기로 되어 있던 일식을 이용하여 자신이 위대한 마법사라고 주장하며 수상이 되어 막강한 권력을 얻는다.그리고 그 6세기를,진보된 기술과 사고의 세기,19세기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의 시도는 성공하며,대부분의 내용은 그가 6세기에서 겪는 일들과 어떻게 기술발전을 해나가는가,사람들을 바꾸려 하는가 하는 일들과 이런저런 모험이다.그 이야기들은 이런저런 유머,풍자 독설들로 꾸며져 있으며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어,좀 정신이 없다.너무 많은 얘기를 다루려 하다 구성을 잃은 점,그것이 이 책의 큰 약점 중 하나다.

하지만 작가는 더 중요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평을 약간 참고하자면-행크는 6세기의 자의적 권력구조,사람들을 그저 복종하게 만드는 종교,구속들,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사고와제도들(예를 들어 노예제도라든가)를 없애려 한다.그는 19세기,효율적인 기술문명을 목표로 삼고 움직이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가? 그렇지 않다.그는 민주주의와 신교를 도입하려 하고 그를 위해 기술문명을 도입한다.하지만 그 기술문명은 화약,무기 등으로 대표되며 결국 파괴의 기술이 된다.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위하여 그는 수만명의 기사들을 손가락 하나로 죽이며,그가 세운 공장들과 문명은 결국 모두 파괴된다.또한 그는 자신이 몰아내려던 자의적 권력을 손에 쥐고 군림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행크의 시도는 실패한다.작가는 6세기뿐만 아니라 19세기도 함께 비판한다.하지만 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는다.선악은 모호하다.인간의 내적 가능성-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믿었지만 그 인간에 내재된 악-기술문명의 폐해,무지로 인한 악 등-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작가는 인간이 스스로 발전하게 놔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그렇다면 여러 타임머신 소설들에 나오는 원칙들-과거의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도 이런 사고를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그 행동이 야기할 결과를 막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있지만)

19세기의 인간이 과연 진보했다고 볼 수 있을까? 과학과 민주주의는 진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을 파괴하는 것은 인간 내부의 악이다.(갈라파고스에서 커트 보네거트는 뇌란 사악한 계략을 꾸미고 실행하는 데 한계를 모르는 치명적 결함이라 말한다.)그리고 이 인간 내부의 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오히려 원시 생활로 돌아가는 시도도 많았다.하지만 물론 거기에도 폐해가 있으며,그런 생활에 대한 참고할 만한 이야기도 있으니,바로 마이크 레스닉의 <키리냐가>다.

키리냐가 1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잃어버린 유토피아와 그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그리고 그 삶,실패에 관한 이야기.

배경은 미래.문명 세계의 이런저런 폐해에 질린 노인 코리바는 지구 밖의 한 소행성에서 문명과 기술과 동떨어진,자연 그대로의 낙원을 만들고자 한다.처음 그와 뜻을 같이하고 문명 세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온 사람들에게 그곳은 유토피아였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에게도 과연 그럴까? 그 아이들은 그런 삶에 동의하지 않았고 선택권도 없었다.그래서 글들(연작들이다)은 그 유토피아의 환상이 깨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주인공 코리바는 예전 아프리카를 모델로 한 그 사회에서 주술사로서,외계-문명 세계-와의 접촉을 전담하며 그 세계를 유지시키려 한다.하지만 접촉이 없을 수는 없다.접촉 덕분에 사회는 붕괴되기 시작한다.또한 강요되는 전통에 많은 사람들이 저항한다.코리바는 애써 유토피아를 지키려 하지만,과연 그곳이 유토피아인가? 나는 동의할 수 없다.처음에는 그런 시도가 그르다고 생각하지만은 않았지만,글을 읽어갈수록 코리바는 독선과 아집에 가득찬 노인네로만 보였다.

여자는 글을 배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절망하여 자살하는 소녀.(이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웠다,정식판이 나오기 전 인터넷 번역본으로 이것만 먼저 접했었다)주사 한 방이면 나을 병들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아이들.그런 것들을 위해서 전통이 유지되고 고립되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의 선택으로 이주해 왔지만 이런저런 <지켜지기 위해서 지키는>전통들로 고통받고 결국 다시 문명 사회로 떠나는 부부.코리바는 고민하기 시작한다.그가 지금까지 지켜온 것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작가는 답을 주지 않는다.그저 문제를 던질 뿐이다.그리고 나는 생각했다.누구도 그런 삶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아이들은 선택하지 않았고,부모의 선택으로 인해 살아가는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라고.

그리고 이번에는 과학기술과 자연이 결합된 유토피아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자.<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금지된 섬>이다.
금지된 섬
올더스 헉슬리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나의 점수 : ★★★★

글쎄.과연 유토피아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섬 팔라.기자인 주인공 윌은 목숨을 걸고 그곳으로 향하고,배의 난파로 섬에 다다르게 된다.그의 주목적은 원유가 풍부한 팔라와 계약을 체결하려는 사업가 갤러하이드의 밀사역할.그래서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아 실권이 없는 왕자 무루간과 그의 어머니,왕비 라니를 만나 이런저런 계획을 꾸미게 된다.

하지만 그는 기술과 자연(팔라는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농업국가이다),그리고 행복하게 공존하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팔라에 점점 동화되고,이를 파괴하려는 기술과 무기(팔라를 손아귀에 쥐려는 렌당 제국의 독재자 디파 대령으로 상징되는),그리고 자본을 도입하는 자신의 역할에 회의를 느껴 그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하지만 대부분의 평화를 추구하는 팔라 국민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무루간과 라니,그리고 디파 대령의 합작으로 팔라에는 군대와 탱크가 들어오며,반역자(지금까지의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들을 처형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는데..

사실 소설적인 면으로는 많이 빈약하다.그저 이런저런 대화들로 작가 자신이 생각한 철학과 이론들을 말하는 느낌이랄까.그래서 사실 재미도 좀 떨어지고,어려운 부분들도 많다.하지만 기술과 자연이 결합하고,자아를 찾아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상당히 짜임새 있게 그려지고 있다.불교와 힌두 교,최면,모크샤,사랑의 요가로 상징되어 자아찾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그려지는 섹스,그리고 과학기술의 결합은 상당히 묘한 느낌을 준다.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다.(좀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외부에서 교육을 받은 무루간과 라니는 그런 삶이 비효율적이고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탱크와 총소리 뒤에 찾아드는 새와 벌레의 울음소리,그리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애니판 나우시카의 바람계곡과 군사국 토르메키아의 대립이 떠올랐다.)

이 책들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다.과연 유토피아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래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키리냐가와 금지된 섬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외부와의 접촉을 100%차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그 안에서는 행복할 수도 있지만,외계와 교류하면서 그 행복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하지만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하기도 하고,내부 자체에서 그런 삶을 원치 않는 사람들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줘야 된다는 점에서는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역시 유토피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건가.유토피아는 수많은 작가들(과 사람들)이 집착하고 다뤄온 문제이다.그만큼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고.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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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 거리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정회성 옮김 / 한민사(=동쪽나라)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로코코 거리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정회성 옮김 / 한민사(=동쪽나라)
나의 점수 : ★★★★

4.5쯤.요것도 일단 SF라고 볼 수 있다길래 집었는데,의외로 독특한 발상이나 문체가 매니아 여럿 만들게 생겼다.꼭 SF적 요소가 아니라도 멋진 책이다.

꼭 100%SF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묘하고.알라딘에서 일본문학 페이지 68개를 뒤지며 볼만한 걸 찾다가(이런 짓 잘한다,카테고리 하나 죽도록 클릭하며 목록만들기) 형광펜으로 줄 쳐놓고,도서관에 있던 게 생각나 얼른 빌려왔었다(읽은지는 2주일쯤 전)그런데,예상보다 더욱 멋지다.

로코코는 외부에서 들어가기가 아주 힘든,묘한 곳에 숨겨진 한 도시다.유원지를 중심으로 하여 온갖 오락거리와 회사들의 본사 등이 있으며,무엇보다 사람들을 어린아이같이 솔직하고 충실하게 만들어버린 공기를 가진 곳.주인공은 괴짜 학교 동창의 실종을 접하고,그를 찾기 위해 로코코를 찾아가는데,접근부터 시작하여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다.이 이상한 로코코에 빠져들어 변화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하지만 이미 아내는 이곳의 시민이 되었으며 친구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다.

정보상이 중요한 직업이며,유전자 분석으로 <죽었다 다시 태어나서>새로운 자신으로 만들어지며,도시 하나를 유기체로 보고 이에 모든 기능을 집중하여 새로운 도시의표본으로 삼고 인간들을 그를 구성하는 세포와도 같이 보는 것은 SF에서는 그리 특별한 설정은 아니다.유전자 분석을 통해 퍼스널리티(인격,정신의 부분이라고나 할까?)를 가상 공간으로 내보내고 이를 생산해,이 퍼스널리티들과의 접촉을 하는 길가메시라는 기구를 만들어내고 영혼이 다른 세계,그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하는 일 같은 것도 다른 SF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들.

하지만 그런 소재들을 다루는 솜씨와 표현이 뛰어나다.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다루는 솜씨도,전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도 당시의 분위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상당히 일본적인 스타일이지만(성적인 요소라든가 멍하고 쿨하기도 한 느낌이라든가)로코코는 일본적이면서 다국적적인 묘한 느낌을 준다.레이 브래드버리의 자기 생존을 위한 도시와는 또 다르지만,독특한 도시 이야기이다.(그나저나 두 도시 이야기는 언제나 읽는다지)오랜만에 독특한 글을 읽고 싶다면 추천.웬만한 SF 는 다 읽어버려 비슷한 거라도 다 보고 싶다는 분께 추천.(순수문학에 의외로 이런 글들 꽤 있습니다)그게 아니라도,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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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수 동서 미스터리 북스 6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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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요리
스탠리 엘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사(동판)
나의 점수 : ★★★★★

동서추리문고 중 최고의 단편집.현대 추리,그리고 일상적 상황 속에서의 공포나 의혹의 심리 등을 아주 멋지게 그려냈다.이 한 권으로 엘린에게 무지막지하게 반해버렸는데,정작 <제 8지옥>같은 다른 작품은 아직 보지 못했다ㅠㅠ <특별 요리>는 정말 기막힌 단편으로,트릭?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고,충분히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솜씨와 글에 빠져드는 정도,무엇보다 이상하게 뇌리에 또렷하게 박히는 점에서 멋지다.

엘러리 퀸의 극찬의 머리글이 실려 있는데,정말 받을 만하구나 하는 느낌.번역이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상당히 미묘한 스타일이라..정말 워서로 읽어 보고 싶네요)표제작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도,<태양은 가득히>를 연상시키는 <너와 똑같다>나,츠바이크의 <체스>가 떠오르는 <호적수>보네거트를 연상시키는<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등 수작들이 가득하다.언제 읽어도 섬뜩함과 오싹함,그리고 재미를 안겨주는 글들로,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그리고 이 글이 마음에 들었다면,또다른 일상의 섬뜩함을 보여 주는 로얼드 달의 단편집<당신을 닮은 사람>도 권한다.도로시 세이어스의 <의혹>도 좋고.)

공포의 보수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사(동판)
나의 점수 : ★★★★★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문체와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단편들.아아주,멋지다! 고급 호러? 미스테리적 요소도.다른 데선 보기 힘들다는 데서도 플러스 점수.
러브크래프트는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기묘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기묘하다는 말이 가장 잘 표현할,섬뜩하고 이상하고 불쾌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이야기.기이한 외계인에 대한 신화와 전설,그리고 그에 접근하여 가는 한 사람.그는 거기에 휘말려 들어가거나,겨우 빠져나왔지만 평생 그 기억을 싸안고 살아간다.<인스마우스의 그림자>는 묘한 마을과 기이한 혈통의 한 남자,<어둠 속의 목소리>는 가끔 스릴러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큰 형식을 갖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벽 속의 쥐>는 포의 <검은 고양이>를 약간 연상시키는 그나마 평범한?작품.



음울한 짐승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사(동판)
나의 점수 : ★★★★★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이란 매력적인 선택.딴 데서 보기 힘든 작품들을 한 권에 모았다.란포 특유의 에로틱하면서도 섬뜩한 글들.<2전 동화>같은 암호추리,<심리시험>같은 심리 트릭,같은 밀실살인 등 여러 스타일의 추리가 있는데,개인적으로는 <천장 위의 산책자>나 <음울한 짐승>,<인간의자>같은 에로틱하면서도 섬뜩한 글들이 란포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는 듯함.일본 추리 특유의 분위기는 란포에서 연유하는 듯하군요.

9마일은 너무 멀다
해리 케멜먼 지음, 이정태 옮김 / 동서문화사(동판)
나의 점수 : ★★★★★

표제작 9마일..은 아주 신선하고 멋진 스타일을 보여 준다."9마일이나 되는 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다.그리고 빗속이라면 더욱 힘들다."이 문장 하나(영어로는 11마디의 글)하나만으로 닉 웰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리해 나가기 시작한다.이런 형식의 추리는 굉장히 신선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는데,완결된 이야기는 짧은 분량이지만 굉장한 여운을 준다.다른 작품들은 표제작만큼의 무게는 주지 못하지만 본격추리 단편의 멋진 맛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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