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송우혜.윤명제.전경린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로베르트 반 홀릭,<종소리를 삼킨 여자>
얼마 전 포스팅이 돌던 <쇠못 살인자>의 작가 로베르트 반 홀릭의 또다른 디 젠지에 추리소설이다.꽤나 옛날판인 듯 알라딘 검색에선 잡히지도 않음.중국의 현명한 고을 수령 디 공이 관아에 접수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다.옛스럽고 중국의 풍취가 있으며,접하기 힘든 중국 추리소설이란 메리트와 특이성이 있으나 추리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고 확 재미있진 않다.(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전개는 빠르고 술술 읽히는 편.추리소설 애호가들과 역사추리 애호가들에게 추천.

윤명제 외<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동아일보 신춘문예 여성 당선자들의 작품집이다.이것 말고도 여러 권이 있다고 하는데,제목에 끌려서 집어들었다.전경린,은희경 등 이름 좀 알려진 사람도 송우혜나 조민희처럼 처음 들어본 이름들도 있고. 단편들이 다들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독특한 소재도 많아 재미없지도 않고.하지만 다들 우울해서 읽고 나면 착잡해진다는 게 단점. 나무들로 둘러싸인 한 집의 여자들 이야기인 <그레텔은 다시 그 숲에 갔을까>가 가장 마음에 들었음. 2-30대의 여성분께 추천.

구광본 <맘모스 편의점>어딘가에서 평을 읽고 기억해 뒀던 게 기억나서 집어왔는데,읽다 보니 그중 한 작품을 sf관련 작품집에서인가 읽은 기억이 났다.(아마 sf잡지인 happy sf였나? 아닌가?) 표제작<맘모스 편의점>은 CCTV카메라가 의식을 가지고 감정을 느끼게 되어 자신이 바라보는 사건들과 사람들에 대해 서술하는 흥미로운 구조로,독특한 느낌을 안겨준다.그?가 주인공인 작품이 하나 더 있으며 나머지는 다른 단편들인데,확실히 특이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모든 작품들이) 큰 단점이다.

아카사카 마리의 <뮤즈>소녀가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점점 성숙하고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확립한다는 내용이다.상당히 섬세한 표현이 멋지다...만,사실 별로 재미는 없었다.

카타야먀 쿄이치,<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의 단편집...이란다.작가 이름이 가물가물해서 검색하다 알게 되었음.잔잔한 내용,소박한 일상 속의 사랑을 그려내는데,사실 별 재미가 없었다.세상의 중심에서..도 취향은 아니었지만.하지만 나오키상 수상집 <대안의 그녀>가 출판되었다니 그것까지는 읽어봐야지 싶다.나오키라면 일단 재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보장되었을 터이고,나오키상 수상작들은 다들 내 취향에 맞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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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부재,그 속에서 미쳐가는 것은 누구? 묘사와 문장도 멋지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재밌기까지 하다!

위의 책과 비슷한 주제지만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단지 <콧수염>이지만,그 <콧수염>하나가 사람들을 광기와 파멸,죽음으로 몰아간다.

주인공은 어느 날 아내를 놀려주기 위해 길러왔던 콧수염을 깎는다.하지만 이상하게 아내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그는 콧수염 따위를 기른 적이 없다는 말을 한다.아내의 장난이라 생각한 그는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지만,친구들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아내와 친구들이 공모한 것이다,그는 생각하지만 무언가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비서에게 물어야 할까? 다른 친구는? 심지어 그는 길가는 행인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묻는다. 이 사진에 콧수염이 있나요?

아내는 심지어 버젓이 콧수염이 찍힌 사진을 보며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아내의 정신 이상을 의심한 그는 의사를 찾을 궁리를 하지만,아내는 그를 의사에게 데려가려 한다.그때부터 혼란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콧수염 뿐만이 아니다.다른 친구도,아내는 모른다고 이야기한다.그의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죽었단다.콧수염 하나로 시작된 혼란은 끝이 보이지 않고,그는 도망친다.마카오,홍콩,거기서 그는 억제된 평안함을 느끼지만 끝은 예정되어 있다.항상 그랬던 듯 호텔의 옆자리에 누워 있는 아내,그는 콧수염과 함께 혼란된 삶을 끝장내기로 한다.

묘사도 스타일도 긴박감도,스릴러로 만들어도 될만큼 쌈박하다(이 표현이 따악 맞을 듯했다)흔한 스타일은 말고 약간 독특한 스타일로 찍는 감독들(유럽쪽이 낫겠지)이 만들면 정말 멋드러지게 나오리라.문장과 묘사,미쳐가는 한 남자의 심리,속도감 넘치는 전개,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문학성도 있고.얇은 책이니 금방(또 술술 읽히니)읽히기도 하고.이 작가 맘에 들었다.다른 작품 <겨울 아이>도 알라딘을 통해 알아봤는데 재밌을 듯.다음번 도서관에 갈 땐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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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들의 탄생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권명희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유령들의 탄생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권명희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4.5 !얼마만의 멋진 문장,묘사인가! <파크 라이프>의 요시다 슈이치를 연상시키는 멋진 만연체 문장.

원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짧고 간명한 문체를 좋아하긴 하지만 하도 그런 문체가 많다 보니(특히 일본소설!) 가끔 만연체나 집착적으로 꼼꼼한 문장들을 접하면 살아남아 있었구나! 장하다! 는 느낌과 함께 묘한 흥취가 있다.그래서 하성란 초기작의 미칠듯 꼼꼼한 묘사나 요시다 슈이치의 따뜻하지만 세심한 묘사,요 마리 다리외세크같은 독특한 만연체 문장에 흐뭇해하는 것.

이 만연체 외에도 독특한 시각과 묘사(세상에 의식의 흐름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양자물리학을 이용한 묘사라니!),주제를 서술하는 방법도 ,상당히 멋지다.약점이라면 문장과 문단이 너무 길어 가끔씩 읽다 흐름을 놓치거나 혼미해지기 쉽다는 것.그러니까 묘사와 스타일을 즐기면서 그냥 술술 읽는 독서법을 추천.모르면 그런대로 넘어가도 좋고,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고.

어느 날 남편이 실종된다.자아와 세계 사이의 보호막이자 공기였던 남편의 실종에 여자는 세상에 내던져진다.세상은 위협이고,공허와의 부딪침도 끔찍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생활로 파고들어오는 유령들.여인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해체되고 재조립된다.사물은 남편이 있었을 때와는 다른 시각,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새로운 질서로 움직인다.천천히 빠져드는 비정한 광기.어떻게 보면 여성의 자아 찾기라고 할 수도 있겠고(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마주하게 되니까).천천히 광기로 빠져듦에 대한 서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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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나의 점수 : ★★★★

괜찮던데.

이 작가를 너무 가볍다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음악도 들어보고 나서 욕하고 책도 읽어보고 비판하라구.10대 여고생 작가의 소설이란 걸 출판사쪽에서 팔기 위해 민 덕분에 그런 인식이 박힌 듯싶은데,너무 가볍다고 오해해서 읽지 않는다면 손해.아쿠타가와상을 아무한테나 주나?(그녀는 04년 아쿠타가와를 최연소 수상)10대의 심리를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긴 하지만,기본기가 탄탄하다.단어의 정확한 사용,간결하게 군더더기가 없는 문체,현실을 피해가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다.하고 싶은 이야기를,직설적이지는 않지만 명확하고 솔직하게,진실을 관통한다.그리고,재미도 있다.(뭘 더 바라나?)

<인스톨>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무상하게 느껴져 등교 거부를 하기 시작한 고3여학생,도모코의 이야기이다.그녀는 방의 모든 가구를 내다 버리다가 한 남자아이를 만나게 되는데,그 아이에게 컴퓨터를 주면서 그로 인해 친해지게 된다.고장난 줄 알았던 컴퓨터를 인스톨해 되살아나게 한 카즈요시.자신의 인생도 인스톨할 수 있을까?이 초등학생과 지내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도모코.카즈요시와 도모코,사람과 사람 사이.카즈요시는 오히려 도모코를 이끌고 구원해 준다는 인상을 풍긴다(나이차만 보면 링과 앨리스가 생각났다만)그녀는 등교 거부의 시간 동안 ,방황하고 생각하며,깨닫고 자란다.더 멋진 말을 하고 싶긴 한데,지금 졸린다.하여튼,읽어보면 좋다! 추천!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는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이 있는데,요게 아쿠타가와 수상작이다.저번에 서점서 보다가 시간에 쫓겨 끊겼는데;; 역시 이 작품도 특유의 장점들을 잘 살리고 있다.근본 주제?는 소통의 욕구.둘 중 우열을 가리기 힘드니 보시려면 다 보시라.아쿠타가와 심사위원의 말에 따르면,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잘 표현한단다.그게 그녀에 대한 딱 맞는 표현이라 생각된다.카즈요시와 도모코,하츠와 니나가와.기본이 되고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다.멍하니 읽게 되는 바나나나 에이미보다는,개인적으로 이쪽이 훨씬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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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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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나의 점수 : ★★★★★

재일 한국인에 대한 재치있고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시선의 책.자유로운 젊은이,멋진 이야기.심지어 영화도 멋지다니!

나오키상이란 문구에 혹하여 읽었음을 일단 고백.(나오키와 아쿠타가와 등의 몇몇 특정 상 수상작 스타일에 중독되어 있음)뭐 간단히 말하자면 재일 한국인 스기하라의 연애와 생활이야기입니다...만 그렇게 간단히 줄이기는 쉽지 않고.재일 한국인에 대한 문제 의식이 너무 강했다면 읽기 힘들었을 텐데,다른 이야기들과 유머,재치들로 살살 덮어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음.사실 굉장히 재미있어요.문제 의식과 재미의 결합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떠올리게도 합니다.(하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거의 이 부류인가..)

가끔은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다른 많은 장점들과 이것이 작가의 첫 장편이란 점을 감안해 보면 신경쓸 정도는 못 된다.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도 훌륭하며 굉장히 매력적인 주인공을 창조해냈고 형상화했다는 것에 주목하자.쿨하면서도 엉뚱하고,무엇보다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성장해가는 젊은이 스기하라.영화도 상당히 잘 만들었는데 주인공을 맡은 쿠보즈카 요스케의 연기도 훌륭하다(사실 딱 잘 맞는다).<냉정과 열정 사이>는 책도 영화도 실망스러웠는데 이쪽은 둘다 상당히 멋지다.시원하게 읽어버리자.

가네시로 카즈키의 다른 작품에는 <레볼루션 NO.3>와 <플라이,대디 플라이>,<연애소설>이 있는데 앞의 둘만 읽어봤음.플라이..는 재치나 분위기가 조금 덜하고,레볼루션..쪽이 좀더 독특하고 유쾌하다.삼류 고등학생의 유쾌한 모험담.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어떤 면으론 아니지만)을 보내선지 이런 류의 이야기를 무척 즐겁게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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