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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들의 탄생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권명희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유령들의 탄생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권명희 옮김 / 열린책들
나의 점수 : ★★★★
4.5 !얼마만의 멋진 문장,묘사인가! <파크 라이프>의 요시다 슈이치를 연상시키는 멋진 만연체 문장.
원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짧고 간명한 문체를 좋아하긴 하지만 하도 그런 문체가 많다 보니(특히 일본소설!) 가끔 만연체나 집착적으로 꼼꼼한 문장들을 접하면 살아남아 있었구나! 장하다! 는 느낌과 함께 묘한 흥취가 있다.그래서 하성란 초기작의 미칠듯 꼼꼼한 묘사나 요시다 슈이치의 따뜻하지만 세심한 묘사,요 마리 다리외세크같은 독특한 만연체 문장에 흐뭇해하는 것.
이 만연체 외에도 독특한 시각과 묘사(세상에 의식의 흐름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양자물리학을 이용한 묘사라니!),주제를 서술하는 방법도 ,상당히 멋지다.약점이라면 문장과 문단이 너무 길어 가끔씩 읽다 흐름을 놓치거나 혼미해지기 쉽다는 것.그러니까 묘사와 스타일을 즐기면서 그냥 술술 읽는 독서법을 추천.모르면 그런대로 넘어가도 좋고,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고.
어느 날 남편이 실종된다.자아와 세계 사이의 보호막이자 공기였던 남편의 실종에 여자는 세상에 내던져진다.세상은 위협이고,공허와의 부딪침도 끔찍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생활로 파고들어오는 유령들.여인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해체되고 재조립된다.사물은 남편이 있었을 때와는 다른 시각,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새로운 질서로 움직인다.천천히 빠져드는 비정한 광기.어떻게 보면 여성의 자아 찾기라고 할 수도 있겠고(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마주하게 되니까).천천히 광기로 빠져듦에 대한 서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