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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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의 시선으로 낯설게, 인문적 시선으로 통찰력 있게 글자에 아로새겨진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픙경 과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저자 유지원은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이지만 예술, 과학, 철학 등 여러 분야를 총망라한 종합적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자기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과감히 드러낸다.

마치 저자가 두 발로 개척한 새로운 등산로로 직접 독자들을 안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저자의 시선과 글이 새롭고 독창적이다. 한편 을유문화사는 광복과 함께 출발하여, 그 첫 책으로 여성 작가 이각경 선생의 한글 습자 책인 『가정 글씨 체첩』을 출간하였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이러한 해에 을유문화사에서 뜻깊게도 세계 글자의 형태와 관련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이 책을 글자들의 생태계처럼 조성하고자 했다. 글자들의 숲, 종이들이 이파리처럼 나부끼고 먹의 묵향이 번지는 곳, 인쇄기가 덜커덕덜커덕 구슬땀을 흘리며 근대로 향하는 정신의 텍스트를 힘차게 찍어 내는 곳, 싱싱한 생명의 피처럼 기계를 돌리는 기름 냄새가 풍기고, 기계의 견고한 육신이 장인들의 노동과 온기에 힘입어 삶의 온도를 생생히 유지하는 곳, 갓 떠낸 검은 잉크가 피부의 윤기처럼 반짝이며 그윽한 체취를 풍기는 곳, 활기가 넘치는 거리 위 네온이 반짝이는 곳, 지구상 다양한 양태의 정신들이 글자로 응결되어 맺혀 있는 곳…. 이런 글자들의 숲길을 마음 편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끔은 땀 흘려 걸어야 할 길들도 나 있는 이 풍경 속으로 독자들께서 성큼 들어오셨으면 한다. p17

글자를 다루는 것은 곧 정보를 쥐는 것이라, 글자는 권력과 결부되어 있었고, 동서의 역사를 통틀어 주로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글씨체의 역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예외적인 두 문자 문화가 있었으니, 하나는 한글이고 다른 하나는 히라가나다. 궁체는 궁녀들이 궁에서 쓴 글씨체다. 한글 글씨체의 발달사는 조선 후기 이후 여인들이 주도해 왔다. 궁체의 종류는 크게 편지를 쓴 ‘서간체’와 소설을 필사한 ‘등서체’, 두 가지로 나뉜다. p157 

‘종이에 남겨지는 자국들은 ‘형상의 아버지’와 ‘재질의 어머니’가 합작한 결과이지만, 흔히 ‘아버지’ 형상 속에 담긴 언어적인 성격이 강한 정보가 전부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오늘날 디지털과 오프셋 인쇄의 창백한 기술 환경 속에서 물성이 탈락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물론 물성의 결여를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질 속에는 다른 층위의 비언어적인 정보들이 정교하게 담긴다는 사실 역시 주지하려는 것이다. p277​ 


 

이번에 읽은 책은 글자 풍경

 

일하며

주로 만나는 글꼴은 맑은고딕 또는 돋움

아주 가끔 궁서체 정도를 쓰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꼴은 지금은 천대받고(?) 있는

MS사의 Comic Sans다.


"키보드 저 아래 심연에는 우리가 예감도 못했던 보물같은 글자와 부호들이 묻혀 잠들어 있다."


무심히 썼던 16진법의 유니코드들이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되다니?!....

이외에도

궁체는 궁녀들의 손글씨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라던가

내가 좋아하는 Comic Sans의 Sans 산세리프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빗방울이 쏟아진다. 하늘은 비의 장막을 내리고 태양을 구름 뒤로 숨긴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어찌 알았을까?

비가온다라는 글씨체가 있을줄은... @.@

창밖의 빗줄기 닮은

길쭉길쭉 뻗어 마치 비가 내리듯 내마음을 적시는

'비가온다'에 반해 버린 날!~


또 하나 시선을빼앗긴 안광석의 전각 삼림

보고 또 봐도

분명 문자인데 마치 그림처럼 숲이 들어찬 느낌이 든다.

개강준비 유인물이든  L홀더

GODIVA

책을 읽다 잠시,

이 글꼴은 뭘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일종의 직업병이 발동해 프리젠테이션 강의하며

아무리 무료로 다운받은 글꼴이 예뻐도

프리젠테이션하는 컴퓨터에 해당 글꼴이 없으면

발표시 화면이 엉망이 되어 버리니

가능한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글꼴로 작업하라는 얘길 하곤 했는데

비슷한 내용이 나오자 그 시절 수강생들 생각이 떠올랐다.

"선생님, 요즘 간판을 보면 저건 어떤 글꼴일까 자꾸 생각하게 되요~" 하시던...ㅋ



동양과 서양을 망라한 다양한 글자 풍경에 즐거웠던 시간...

물리학 교수 김상욱과 저자의 신간 '뉴턴의 아틀리에'

다음 읽을 책으로 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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