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은 어딘가 찌그러졌지만 나름 귀엽고, 돈까스는오마카세보다 열 배는 저렴하지만 질리지 않아요. 퇴근길지하철에서는 우연히 빈자리도 발견했어요. 그게 내 인생이더라고요. 생각보다 괜찮은 내 인생. 물론 요즘도 주로 불행해요. 친구들의 SNS를 보며 왜내 인생만 이런가 뱃속이 자주 뒤집히기도 하죠. 그래도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다짐해요.
오늘도 내 인생에는 비가 많이 내릴 거야. 하지만 말야, 나는 그 속에서도 춤출 줄 아는 사람이지." - P100
이렇듯 사람의 말에는 그가 가진 참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해석하고 결론짓는지는 의외로 내가 평소 쓰는 말투에 담겨 있다. 마치어릴 적 방학 숙제로 해간 양파 실험처럼 좋은 말, 예쁜 말을 더 많이 듣고 뱉은 나일수록 마음의 크기 역시잘 자라게 됐다. 예쁘게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예쁜 말을 써야 했다. - P103
당연하게도 마음에는 색깔이 없다. 모양도 없고 크기도 없다. 그래서 내 마음에 난 상처가 얼마나 큰지, 내 마음에 패인 주름의 깊이는 또 얼마나 깊은지 나로서도 가늠이 안 된다. 내 마음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힌트는아이러니하게도 신체의 상태뿐이다.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다면 마음이 지쳐 있다는 증거다. 먹어도 먹어도 텅 빈 허기가 찾아온다면 마음 한구석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 볼 수는없어도 알 수는 있다. - P107
쉬어야 할 때 쉬지 않으면 정작 뛰어야 할 때 쉬게 된다. 그러니 다 쓰러져가는 나를 위해, 매일같이 지쳐 사는 나를 위해 부디 한 시간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종을울려주자. 어린 날의 학교처럼.
지금은 쉬라고. 지금 쉬지 않으면 분명 수업 시간에 졸 거라고. - P123
그간 완벽한 해결책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 불면을한순간에 날려줄 위대한 생각만 떠올리면 지금의 문제도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생각을 없애기위해 필요한 건 ‘더 완벽한 생각‘이 아닌 ‘감각‘이었다. 생각이 과거와 미래에 머무르는 시간이라면 감각은 온전히 현재를 느끼는 시간이니까.
‘따뜻하다‘ ‘벌써 봄이네.‘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순간만큼은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불면으로 고생하는 날, 우리가 자기 자신과옆 사람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 P127
‘자기 전 무슨 생각을 하나요?‘가 아닌, ‘자기 전 무엇을 감각하나요?‘로. - P128
솔직함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모두가솔직함이라는 단어를 방패 삼아 타인을 상처 내고 자신의 상처는 치사하게 숨긴다. 또한 친절한 사람들을 보며위선자, 겁쟁이, 진짜 속마음마저 숨기는 겁보라고 격하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친절함이란 오히려 너저분한 속마음쯤은 스스로 정제 - P131
하고 웃을 줄 아는 단단한 태도다. 비겁해서 숨기고 웃는것이 아니라 내 감정쯤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기에 웃는것이다.
타인을 상처 냄으로써 내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상처 따위는 오롯이 책임지며 웃고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부러운 건 부럽고, 아픈 건 아프다고 세련되게 고백할수 있는 사람이 - P132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만 19세가 넘은 모두를어른이라 공인하기에 세상은 너무 빠르고, 어렵다. 심지어 더 가파른 속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가 서로의 어른이 되어줘야 한다. 다시 한 번 소년 같은 아빠가 될 기회를 줘야 하고 신입사원 같은 부장이 될용기도 가져야 한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 나는, 아빠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너무 어리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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