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이니, 서로 돌려보아 숨통이 트이게 해야 비로소 더 영원한 생명력을 가질 수있다." - P171

"남에게 빌린 책에 틀린 글자가 있으면 작은 종이를 붙여 교정해주고, 찢어진 종이가 있으면 잘 붙여주며, 책을 엮은 실이 끊어졌으면수선해서 돌려주어야 한다."

시대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현재에 꼭 맞는 방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책을 대하는 연암의 특별한 태도는 배울 만하다. 결국 대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그 대상을 생각하는 가치와 의미를 결정하니까 책을 깊이 사랑하면 책에서 얻는 배움도 깊어진다. 자신의 언어 수준을 높이고 동시에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면 그 마음의 온도만큼더 뜨겁게 책을 읽고 사랑하자. - P173

‘하다‘는 말과 ‘풍성하다‘는 말이 다르듯, 나를 다그치는 말과 나를 격려하는 말은 다르다. 예민한 것과 섬세한 것도 다르듯 ‘틀리다‘와 ‘다르다‘는 말도 결코 같은말이 아니다. 말과 글은 섬세하게 생각해서 다가가야 한다. 우리의 인생을 만드는 것은결국 한마디 말이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그가 얼마나 말을 섬세하게다루는지 조금만 확인하면 그 사람의 내일과 내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내에서 나온 말과 글은 곧 내가 만날 미래의 ‘미리보기‘다.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알고 싶다면 그렇게 스치는 단어 하나하나 그냥 넘기지 말고 자세히 보라. - P179

위의 문장은 연암이 글쓰기를 하며 일생의 화두로 삼은 ‘법고창신‘
의 정신을 말한다. 법고창신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옛 글을 흠모하지만 옛 격식에 얽매이지 말라.
2. 진부한 표현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다가 간혹 생기는 근거 없는 표현을 하는 실수를 기쁘게 받아들이라.
3. 자신의 주장을 너무 높이 세우다가 벌어지는 법도에 어긋나는 상황을 견딜 용기를내라.
그래야 비로소 옛것을 본받으며 동시에 현대의 감각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비난과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실수에 너무 얽매여 있으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글을 쓰게 될 뿐이다. 이미 존재하는 글을 베껴서 쓰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글을 쓰고 싶다는 그 강렬한 마음을 잃지 마라. - P186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살았던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의 경험을 ‘불변의진리‘처럼 생각하며 상대에게 강요하듯 말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 오십 즈음 되면 이런사실을 인지하고 경계해야 한다. 자신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늘 이 질문을 기억하자. "굳이 다르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날카로운 표현을 사용해 전할 필요가 있을까?" 말과 글로 상대를 압박하고 찌르려고 하지 말자. 그럴수록 자신만세상에서 멀어질 뿐이다. 늘 말하고 쓸 때 상대가 보낸 세월을 보라. 절로 존중하는 마음이 들며, 오십의 시절을 빛낼 지성인의 언어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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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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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염전

(김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 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이 쇄골을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 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몇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들을 본다

물의 내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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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 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밝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 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그러나 킥킥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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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선물이다. 선물은 거래가 아니다. 되돌려 받고자하는 마음을 품지 않고 행하는 상호작용이다. 선물을주고받는 문화는 지구상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내려왔다. 선물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주는지이해하는 것은 린치핀이 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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