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우연히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몰입의 순간을더 발전시키고 몰입의 장점을 누리려면 지식과 연습이 필요하다. 달리기를 하면 몰입을 경험할 기회가 매우 많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은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매일 전날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채찍질한다.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달리기를 하는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도전과 마주하게 되므로, 취미 또는 건강 관리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 역시 몰입을 자주 경험한다. 숲속을 달리다가 이전에 가본 적 없는 곳까지 더 멀리 갈 때,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에서 조깅을 할 때도 몰입을 경험할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이 책의 목표는 일상적으로 몰입을 경험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 P14
책을 쓰는 일은 달리기와 많이 닮았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하고 직업윤리가 필수적이며 일이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 때는 굳세게 밀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베테랑 중에 베테랑으로 꼽히는 작가들도 가끔 난관에 부딪혀 길을 잃는다. 그렇지만 두 눈으로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다 보면, 곧 하고 싶은 말이 폭발하듯 흘러넘치고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자신감, 그리고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에서 얻은 힘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모든 장애물을 차단한다. 그래서 글쓰기 역시 달리기처럼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인 것 같다. - P18
영어에서 ‘흐르다 흐름‘이라는 뜻의 ‘How‘라는 단어가 ‘몰입‘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몰입 현상에 관한 초창기 연구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로 이 단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저 ‘흘러가는‘ 것이다. 달리기 선수뿐만 아니라 작가나 화가, 암벽등반가들도 몰입 현상을 설명하면서 같은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 P21
이와 같은 경험은 자신감과 의욕을 높이고, 무엇보다 즐거움을선사한다. 이 즐거움은 물리적, 정서적, 경제적으로 투자한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더라도 손해를 무릅쓰고 일부러 찾아서할 만큼 크다. 몰입의 경험을 자기 목적적autotelic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바꿔 말해 활동 그 자체가 보상이 된다는 의미다. 몰입해서 달리는 사람은 달리기가 좋아서 달린다. 그렇다고 몰입 경험에 외적 보상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에서도 경기중에 몰입해서 달린 여러 선수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이들 중에는 올림픽 메달을 따거나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상을 받은 사람도있다. 그럼에도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은 것은 외적인 보상이 아닌 몰입의 순간이다. - P31
하버드 대학교의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최근 수십 년간 이 주제를 놓고 많은 연구를 실시한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수많은연구 결과를 종합해 사람들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경우에만 돈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결론지었다Dunn, Gilbert & Wilson, 2011. 그와 같은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는 경험이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경험의 질 또한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목적의식이 높아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개선된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적극적인 참여가 행복의 핵심임을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P34
대회에 셸비와 같은 팀 선수들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의식적으로 개인보다 팀을 우선했기에 몰입을 더 쉽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선택은 몰입의 중요한 요소이며, 폴입과 개인 성격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결과도 있다. 가령 자•기 목적적 성격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몰입을 자주 경험할 가능성이훨씬 크고, 훨씬 쉽게 몰입한다. 뒷부분에서 자기 목적적 성격과 달리기 외의 다른 상황에서 경험하는 몰입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몰입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어떤 연구 분야든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현재까지 밝혀진 정보를 활용하여 최대한 자주 몰입할 수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언젠가는 새로이 밝혀진 결과를 바탕으로 절정 경험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체험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P40
셀비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바로 이 점에서 찾을 수있다. 경기에 나가 내적, 외적 난관을 극복해낸 셸비는 눈물을 흘리며 시상대에 올랐다. 그날 대회장을 떠나는 셸비는 경기장에 들어설때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7개월 후 800미터 4인 릴레이 경기에 엠마와 한 팀으로 출전해 나란히 다시 한 번 시상대에 오른 것은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두 번째 시상식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두 사람 목에 걸린 메달이 금메달이었다는 사실이다. 달리기 선수들이 매번 또 다시 출발선에 서는 이유는 이와 같은 만족감과 개인의 성장 때문이다. - P44
러너스 하이를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화학물질은 그날그날의 훈련 수준에 따라 좌우되며 다른 수많은 생리학적 요소의 영향도 받는다. 때로는 달리면서 날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만, 몸이 축축 처져서 얼른 끝내고 싶을 때도 있다. 러너스 하이와 몰입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뇌의 화학반응에 일부 동일한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몰입은 심리사회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더 오랜 시간 한 가지 특정 목 - P46
표에 집중할 때 나타나는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러너스 하이는 화학반응에 해당하며 별다른 노력 없이 효과가 지속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차이와 별개로 러너스 하이는 중요한 현상이다. 몰입은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의 훈련을 거쳐야 느낄 수 있는, 손에 잘 잡히지않는 경험인 경우가 많다. 반면 러너스 하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조금만 노력하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또한 러너스 하이를 꾸준히, 충분히 오랜 시간 느끼다 보면 궁극적으로 러너스 하이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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