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산에 대한 열정으로 암벽과 빙벽을 오르고,
백두대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저자는
살면서 여섯 번 백두대간을 밟았고,
그 백두대간을 만나는 이야기로 책이 시작된다.
그렇게 사계절을 백두대간에서 보냈다.
산이 깨어 나는 것을 느끼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
산이 다시 잠드는 소리를 들었다.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하루하루가 충만했다.
지도에 지명이 없는 곳은 우리가 지어 주었고,
일본이 멋대로 개명한 산 이름은 본래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었다. -p27-
산악인이지만 애국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기저기 막혀있는 부분을 연결하고,
정비된 백두대간 길을 국제적인 트레일로 만들어
남한의 백두대간과 북한의 백두대간을 잇자는 운동의
세가지 일을 추진하여
미국의 PCT(Pacific Crest Trail)에 뒤지지 않는
트레일이 완성될 미래를 꿈꾼다.
도시를 떠난 지 27년,
산을 사랑하여 지리산에 입산을 하고 매일 산행을 하며
그 산행의 의미에 '감사'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수행의 산은
큰 내공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시간은 산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수행의 시간이고, 명상의 시간이고,
비우는 시간이고, 채우는 시간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기도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용서의 시간이고, 참회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정신과 육신을 돌보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축복의 시간이다.
그 시간은 감사의 시간이다. -p43-
'보호관찰 청소년'과의 지리산둘레길 295킬로미터의 동행을 다룬 부분이
인상깊었다.
벨기에의 '오이코텐'과
프랑스의 '쇠이유'라는 단체의 활동처럼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함께 '걷는 프로그램'의 제의에
저자는 자신의 아픔에 맞서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 동행했다.
자신이 잃은 자식과 같은 또래 아이를 마주하는
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보게 된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아이들이 세상밖으로 나오고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과 마주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걷기 프로그램으로
치유와 나눔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진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그런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책임져야 할 의무감 같은 걸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노력을 여전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결정권이 없이 열악한 환경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부터 혼란스러울 아이들을 여럿 보아왔다.
사회가,또 어른이 그들의 미래를 함께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발을 잘못해서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지를 고민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기다리는 저자를 향해
나도 함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