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의 책표지는 벚꽃이 만개한 커다란 벚나무가 표지를 가득 메웠는데,
바뀐 표지는 메밀국수집 식당창에 턱을 고이고 창밖을 보고 있는 인물과
뒷표지로 이어지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인물의 배경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오모리 겐지 시점으로 시작해서
오모리 요이치, 쓰쓰이 나나미, 오모리 도요, 오모리 아키코의 시선으로 시점이 바뀌며,
각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한 점이 이 책을 읽는 묘미가 있다.
'100년의 시간을 잇는 사랑과 인연...
아주 오래된 진심을 담은 이야기!' 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꿈을 쫒기 위해 살아 가는 요이치와 나나미의 도쿄에서의 삶 속에
언제부터인가 꿈과 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요이치 부모님이 가업을 이어온 100주년이 된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에
요이치의 오래 된 꿈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향 히로사키 벚꽃축제에 매년 참가해온 오모리 식당...
요이치가 어버지를 나이들어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벚꽃 축제에 참가 준비를 하며 요이치와 나나미의 인연은 더 돈독해진다.
십년 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게되니,
그때의 감성과는 또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두 사람의 로맨틱한 이야기가
벚꽃아래에서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이어진다.
이 감정만은 감춰야 해...
평소처럼 피에로가 되어 웃는 얼굴을 만들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고,,,
피에로 안에 있는 진짜 나 자신을 새하얀 화장으로 감추고.
나는 ... 언제까지 피에로일까? -P168-
나나미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데
나는 여전히 피에로이고,
전진은커녕 걸어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고.... (오모라 요이치) -P169-
벚꽃 잎이 흩날리는 쓰가루 땅에서 백년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진실된 마음이
영원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된다.
가업을 이어 온 백년이 된 쓰가루의 식당에서 만들어진 메밀국수는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다.
쓰가루 메밀국수는 도쿄의 그것과 만드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한다.
그걸 주먹 크기로 둥글게 빚어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우물물에 담가둔다.
물에서 꺼낸 반죽에 콩즙과 콩가루를 섞어서 얇게 펴고 자른다.
그 면을 삶아 국물에 넣고 바로 먹으면 된다.
삶아서 바로 먹지 않고 일단 식힌 다음,
면을 1인분씩 사리로 만들어 다시 하룻밤에서 이틀 밤정도 놔뒀다가
국물을 낼 때 사용하는 재료는 일반적으로 삶아서 말린 정어리를 사용한다. -P204-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들어지는
이야기 속의 레시피로 맛을 상상해 보게된다.
아~아, 왠지
신비로워, 추억이란 거.
즐거웠던 일도, 죽을 만큼 슬펐던 일도,
결국은 모두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네.
분명 그랬다.
그땐 그때대로 있는 힘을 다해 살았다.
설마 10년 후에 이처럼 웃을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P217-
각자의 시점으로 전달되는 감정들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두 연인의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벚꽃과 함께 다시 찾게 된 책,
모리사와 아키오의 <쓰가루 백년 식당>!!
따뜻한 봄바람에 하늘하늘 벚꽃잎이 날리듯
살랑 살랑 마음도 훈훈해지는 소설이다.
영화도 한 번 찾아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