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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평점 :
노량진 장승배기역 근처 언덕배기에 있는 6층짜리 고시원에 살았었던 기억이 문득 난다.
9개월간의 취업준비생활. 그 속에서 나는 늘 고시원의 반경 1km를 벗어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그 당시 서울을 바라보는 시각도 1km 밖에 되지 않았을까...)
한번은 고시생들이 같이 쓰는 공동주방에서 배가 출출해 라면물을 끊이며, 베란다에 나가 담배한대를 물었었다.
그 당시 내가 본 풍경은 거대하고도 진실된 서울의 모습이었다. 또 멀리보이는 한강과 다리들이있었고, 우뚝 선 63빌딩은 노을의 황금빛을 멋지게 반사시키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생각했다.
' 이 넓은 서울의 많은 집들 중 왜 내 집은 없을까? '
이 책은 내가 그 당시 느꼈었던 거대한 서울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고, 변화를 자극시킨 요소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지금의 서울은 1965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인구성장과 함께 단순히 거대하게 몸집만 커지지 않았으며, 이 인구수용을 위한 요소들은 도시인들을 위한 인프라구축 이전에 당시 정부정책 등의 실천들이 더 큰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학문으로 따지면 정치지리학이라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스런 땅들은 모두다 권력의 이동과 중심이 어디에 치우쳐져 있냐에 따라 변해왔다는 사실에 나는 다소 놀랐다.
이 책의 1장은 행정자치의 기본단위인 동의 배경과 이유 등을 설명한다. 동의 발생배경이 일제강점기 시절, 북촌 양반들의 위생관리를 위한 구역으로 형성되었으며, 정치적 필요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겼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2장에서는 행정구역 대개편과 서울의 확장의 배경과 이유를 그린다. 서울은 점점 증가하는 인구를 대비하여 1963년 행정구역 대개편을 한다. 그로 인해 현재 강남구, 은평구 등 넓은 주변 농지들은 대거 서울로 편입시켰고, 면적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 중 강남구 개발은 땅에 대한 부동산투기를 유발시키며 사람들의 욕망을 싹 틔우게 한다.
[영화 '강남1970'과 서울확장]
이와 관련하여 서울확장의 과도기 시절을 그린 영화 '강남 1970'이 생각났다. 이 영화는 유하 감독의 거리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강남땅을 둘러싼 권력과 욕망에 사로잡힌 주인공들에 관한 스토리인데, 옛적부터 친형제처럼 지냈던 두 주인공들의 관계를 흔들어 놓는 것은 바로 서울 확장의 중심지인 강남땅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들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건달들의 이권다툼이 아니라 그 뒤의 검은손들. 즉, 보이지 않는 권력과 정치였다.
그 동안 나는 그린벨트란 무자비한 개발을 막는 친환경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의 3장을 통해 그린벨트의 환경보호 목적 이전에 정치적인 고묘한 수법이 있었다는 것을 배웠다. 이 책에 따르면 1967년, 정부가 부산과 서울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을 하였고, 공사비 마련문제로 ‘체비지'가 잘 팔리지 않자, 반대로 투자가 몰리는 곳에 '그린벨트'라는 정책을 만들고 지정하여 투자자들의 눈을 체비지로 돌렸다고 나온다.
또한 우리나라의 서민주거라 하면 아파트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약 60%로 가까이 아파트에서 살고있는데, 그 만큼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는 많은 변화를 거주자의 입맛에 맞게 현재까지도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사업을 시행하는 건설사의 브랜드 차별 전략과부동산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4,5,6장)
그 외에 테헤란로와 오피스텔, 주상복합의 탄생의 진실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주거흐름의 만들었으며, 전 서울시장들이 서울이란 도화지를 놓고 그렸던 그림들에 대한 새로운 뒷배경을 알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았다. (7장 이후)
마지막으로 시사평론가 김종배씨와 임동근교수가 함께한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도시정치학' 코너 속의 담화를 책으로 구성하여서 그런지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았아서 좋았고, 청사진같은 컬러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수놓은 표지와 부분부분 보여지는 서울을 변화시킨 헤드라인들이 꽂혀있어, 책의 전반적인 주제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은 해당 도서출판사 [반비]로부터 리뷰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