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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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루이즈 글릭/정은귀
시공사

시에 대해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한다. 죽음, 시골 생활, 기도, 종교를 떠오르게 하는 <시골 생활>이라는 시에서는 시골이라는 평온한 분위기에 균열을 주려고 시도하는데, 그 방법이 죽음과 종교이다. 사람이 언젠가 맞닥뜨릴 죽음의 그림자와 그 반대편에 죽음을 초월하려는 의지로 자기 희망을 종교에 두고 기도하는 행위로 시골 생활은 결코 평온하지만은 않다. 긴장감이 유지되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시에서 말한다. 시를 통해서 생각된 것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장날엔 재배한 상추를 따서 팔러 장에 나간다. 삶과 생활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 그것이 인생임을. 어떤 비극이 닥칠 것이 기정 사실이라고 해도 근심하며 넋놓고 있는 다고 해결될 인생이 아니다. 자기 일을 하고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각자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어린 시절 멋모르고 얄개처럼 놀던 그 때를 회상하면서 이야기하는 <한 여름>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잘 담아낸다. 어느덧 성장이 되어 몸이 변화한 소년과 소녀들이 어우러져 물에서 놀다가 서로 동무를 짓고 따로 남겨졌을 때의 야릇한 감정을 담아냈고 순수했지만 불장난을 저질렀던 하지만 결국 집에 돌아가면 결국 아이들일 뿐이다. 이들이 점차 성인이 되어서 타지로 나가 어엿하게 잘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며 살다가는 언젠가 향수를 느껴 반드시 제 본향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내용을 담는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의 회귀며 환향은 연어같은 어류나 다른 짐승이나 사람이나 매 한가지다.

루이즈 글릭의 <시골 생활>은 예쁘고 아름답지만 한편 적나라한 현실의 민낯도 가진 비장미를 주는 그런 곳으로 시골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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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미술관 산책 - 예술의 천국을 함께 거닐다
한광우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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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미술관 산책

한광우/시공아트

이탈리아 로마에서 박물관을 둘러보면 남성의 나체 조각작품들을 주로 보는데 남성미를 나타내는데 나체만한 것이 없다고 당시에 여겨졌고 상대적으로 여성의 나체는 금기여서 상체만 드러내거나 하체는 천으로 가리는 형태의 조각과 그림으로 완성했다. 로마 귀족들과 교황의 전유물인 예술작품이 민간에 공개되 것이 얼마되지 않았고(1771년 교황 클레멘스14세 부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특히 로마의 박물관 네 군데 중 바티칸박물관은 하루를 온전히 투자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들어와야 한다. 방대한 양을 소화하려면 말이다.

작품들을 보다 보면 어떤 그림은 제목이 중요하구나 싶다. 카라바조의 '행운'이 그러한데 매력적인 집시소녀에게 자신감에 찬 소년이 그녀가 손금을 봐준다니 손을 기꺼이 건네고 중지에 있던 반지를 도난당할 줄 모르는 소년의 표정을 그린다. 이 작품으로 카라바조는 추가 그림 주문이 들어오는 행운을 누린다. 제목과 작품이 그럴싸한 작품이다.

그림과 조각을 보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 하나가 도슨트의 해설인데, 책의 저자는 밀라노에서 학위를 하고 다년을 수학하며 작품활동을 한 경륜있는 미술작가이므로 이쪽의 지식을 거품없이 담백하게 그려내어 전한다. 예술작품만 보면 미적인 감상은 되지만 인물이 누구이고 인물배경이 어떻게 되며,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기에 감상만족도에 한계가 있어서 도슨트의 도움을 받으면 감상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로마의 미술관을 거쳐 피렌체에서 유수의 미술관도 방문한다. 피렌체에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의 원본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밀라노와 베네치아의 미술관을 탐방하며 작품들을 살펴본다. 다빈치, 보티첼리부터 라파엘로, 카라바조까지 모든 르네상스 화가의 조각과 그림을 흠뻑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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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절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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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절

루이즈글릭/정은귀

시공사

몇몇시에는 공통점이랄지 달달하고 맛이 좋은 음료(아이스티 한잔, 얼음큐브 속 저민 오렌지, 색깔있는 음료 등)를 묘사한 단어들이 어김없이 등장하였고 시 안에서 내뿜는 그 존재감은 과묵하고 때로는 목가적인 시의 분위기에 청량감을 요샛말로 사이다같은 느낌으로 한껏 부어주는 위력을 발휘하였다.

책의 제목 <일곱시절>은 영어 원제가 'The Seven Ages'이다. '시절'은 시적인 표현으로 안성맞춤같다. 인간의 일생을 일곱단계로 일곱시기로 나눈 작품도 있던데, 예컨대 유아기부터 말년기(노년기)까지 나누어 일곱개다. 그래서 시집제목인 일곱시절을 한 사람의 일생으로 풀이해보는 것도 꽤 괜찮아 보였다.

<일기에서>라는 시에서는 다른 연인들과의 세번의 사랑을 언급해주며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며 멍청하게 보냈던 시절이라 했다가도 한편으로 하길 잘했다고도 한다. 사랑하는 그 이에게 편지를 썼고 답장을 받았는데 애매모호한 문장들. 끝내 상대방은 내 의도를 모르고 있었다는 건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는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읽느냐 따라서 다양하게 그 해석이 갈래갈래 뻗어나간다. 그게 시의 매력이다. 정해진 뜻같은 것이 없다. 오늘 읽었을 때 포근해졌지만, 다른 날은 같은 내용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 다가올 때도 있는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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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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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루이즈 글릭/정은귀

그녀의 시의 특이성은 그녀 자신의 삶을 시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녀의 과거에 연애를 통해 겪은 애틋한 경험들에서 느낀 감정이나, 전 남자친구와 겪었었던 기억의 파편들이 시에 투영되어있다.

노자의 <도덕경>이란 단어를 인용하고 비어있음, 공허함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죽음의 부정>에서는 동양사상에 대한 시인 루이즈 글릭의 공부와 동양에 대한 관심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 책에는 장편 시들이 몇 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죽음의 부정>, <협동농장의 겨울 요리법>, <지는 해>, <끝없는 이야기>가 그렇다. 한편, 제목과 내용이 전혀 딴판인 시가 있는데 제목이 <대통령의 날>이고 맑은 날씨에 햇살이 고루비치는데 몸에서 햇살을 받으며 느끼는 따스함을 노래하는 내용인데 대통령의 날과는 연관선을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긴한데, 억지로 풀어보자면 아마도 실제 대통령의 날에 2003년부터 두 해동안 계관시인이었던 루이즈 글릭이 시를 낭독했을 때의 날씨가 마침 햇살가득한 날이어서 그날의 느낌을 시로 지은 것이 아닐까한다.

우리나라가 6.25동란 후에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껍질을 벗겨먹고 겨울에 보릿고개라는 표현도 썼지만 미국에서도 겨울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이끼를 모아 삭혀서 빵에 넣어 먹었다는 사실이 <협동농장의 겨울 요리법>이란 시에 나온 것을 보며 미국 사람들도 나름의 어려웠던 시절을 잘 헤쳐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집은 장편 시와 일반 시들을 포함하여 분량이 컴팩트하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쓴 첫 시집임을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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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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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이준호/21세기북스

매우 작은 세계란 동물이 가진 매우 작은 세포 하나에 다가갔을 때에 볼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세계와 같이 엄청나게 크다는 의미를 띤다. 체세포 하나에는 모든 유전정보가 다 들어있기 때문인데, 세포가 분열하여 복제하더라도 동일하게 유전정보가 온전히 있는 세포 하나가 그대로 생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과거의 생물학자가 연구하여 밝혀 낸 사실이라고 한다.

생명과학자란 생물의 생체내에 있는 세포를 대상으로 그들의 복잡한 활동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 저자는 국내에서 열정적으로 연구를 해나가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서가명강시리즈는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자들이 책으로 엮어 낸 시리즈다.

뜻밖의 생물학이란 제목답게 인간이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만나게 되는 경이로운 생명체 내 세포들의 움직임과 그에 따라 발현되는 외형적인 생물의 모습들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일단 목적인 인체의 생물학적인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지만 인체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세포를 가지고 있는 모델생물들 네가지를 주로 유심히 인내를 가지고 관찰한다. 모델 생물체에서 확인된 내용은 인체에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 마지막단계인 듯 싶다.

쉬어가는 페이지에 불멸하는 인간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엉뚱항 질문이 있었는데 먼저 인간의 뇌를 불멸화시키면 될 것이라 대답하였다. 과거엔 불가능이라고 했던 영역인데 지금은 초과학적인 발견이 가능한 시대라서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영역은 아니라고 해서 놀라기도 하였다.

마지막에 호기심과 끈기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생명과학자가 될 수 있노라고 하였고 누구나 과학자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니 많은 이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길 바라면서 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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