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조배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조배준/한국철학사상연구회

막스 베버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대학교다닐 때 경제학과 수업 중 <비교경제와 경제사>라는 과목에서 였고 당시에 경제학자 중 한 명인가보다 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그는 법학, 경제학, 철학, 종교학을 모두 아우른 보기 드문 학자였던 것이었다.

금번 책의 내용은 베버의 가정환경과 간략한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살펴보고 그의 명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란 본서를 읽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맛보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EBS에서 출판한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이다.

책에서 이해한대로 얕게 얘기하면 베버는 자본주의의 뿌리는, 그 근본은 청교도정신 즉 기독교사상으로부터 온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직업이 영어로 job인데 다른 표현으로 calling 과 vocation (독일어 veruf 등)이 있기도 한데 이는 국어로 하면 '소명(부르심)'으로 번역되곤 한다. 소명이란 신이 마땅히 부여한 의무라는 뜻이다. 이렇듯 프로테스탄트는 신흥 노동자계급이면서 기독교사상을 지니며 그래서 소명으로 주신 노동을 신성하게 여기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자본주의를 이행하고 이끈 장본인들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이지 절대 황금만능주의나 배금주의는 아니다. 부를 축적하지만 부를 좋아해서 축적하는 게 아니다. 부를 통해 신의 성사업에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본인도 기독교인이며 전과 달리 신앙생활에 조금 거리를 둔 입장이긴 하지만 베버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며, 기독교에 한정지을 수는 없지만 신을 염두한 종교라면 어떤 것이라도 자본주의에 더 가까워질 거 같기는 하다. 베버의 본서가 아닌 맛보기책임에도 읽기가 여간내기가 아니라서 집중력이 돋을 때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의 운명 - 세기의 걸작들은 어떻게 그곳에 머물게 되었나
이명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의 운명

이명/미술문화

고흐는 생전에 본인 작품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했다(물론 르누아르, 마티즈, 모네, 세잔, 카유보트 등도 그림을 그리는 초창기엔 그러했고 나중에 가서야 인정받은 케이스). 그러나 고흐가 고갱에게 주어 간직한 해바라기 작품 몇 점과 유가족들이 디행히 잘 보관한 수백개의 작품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고흐의 미술관이 따로 마련된 것이 좋은 사례였다. 그 외에도 로스코 채플에 걸린 마크 로스코의 그림, 달리의 작품과 그의 미술관에서 보여주는 그림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고 자료 사진까지 더한 것이 만족스러웠다. 책의 분량 상 많은 것을 담지 못해 아쉬웁지만 주제가 그림의 운명 즉, 해당 예술작품이 특정 장소에 있게 된 연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에 그렇기도하다.

새로 알게 되었고 자주 등장했던 단어가 '연작' 이다. 고흐의 연작 '해바라기', 모네의 연작 '수련' ,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대수욕도)', 모딜리아니 '누드' 의 예를 들고 있다. 연작이란 같은 주제로 연이어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하는데 당시 화가 본인이 신들린 듯하게 특정 주제에 불타오르는 듯한 영감과 열정을 반복적으로 표출해낸 것이라서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 바로 연작이다.

또 다른 단어는 '후원자'다. 화가의 국적과 다른 곳에 작품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것은 모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어느 후원자나 수집가들이 해당 작품을 구매하고 가치를 느껴 가져오게 되는 그들의 국가와 도시에 있게 되기 때문이다. 모네의 작품은 일본인 사업가가 수집했던 역사가 있어서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에 자리하고 있다.

작품이 대중들에게 전시되려면 대중적인 실내장소에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식적으로 인정받거나 재력있는 후원자가 사비로 자신의 파운데이션을 오픈하는 일일 것이다. 전자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이어서 평론가들의 구미에 맞추거나 당시 정치적인,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아야 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아, 후자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그 점이 오늘날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야수파, 인상파 등 유수의 화가들이 당대에는 찬밥신세였던 이유이다.

종합적으로 유수의 미술작품들과 그 유래와 작가의 일생을 의미 있게 소개하는 일이란 정말 값진 일이란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 분의 미술작품을 일반인들에게 안내하는 열정이 계속되길 바라는 바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 조각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일 중 하나로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양장) -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김문성
스타북스

저자는 왜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편의점 이라는 재밌는 단어로 표현했을까 잠깐 나오지만 편의점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가게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에 철학을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고 찾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이 책을 편의점 삼아서 언제든지 취사선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의미로 그의 철학이 인생 어떤 지점이나 어떤 때에 가리지 않고 적용하고 접목할 수 있는 인생 전반에 인간이 맞닥뜨리어야 하고 또 고난과 위기가 왔을 때 또 피치 못할 선택의 순간에 있을 때 자신을 관조하며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나침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인생 편의점이라고 하는 것이 하등 무방하고 시의적절하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역자가 몇 가지 유명한 쇼펜하우어의 어록을 들려주는데 하나같이 끄덕여지는 인생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이치들이었다. 그렇게 어록으로 에피타이저 삼아 먹고 본격적으로 본문에 들어가면 더 디테일한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재밌게 또 공감하며 만날 수 있다.

최근에 작품 헤세, 니체 등을 읽었는데 그분들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 융,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톨스토이 등 많은 문인, 철학자, 심리학자들이 영향을 받았고 또 존경하고 인정하는 인물이 바로 쇼펜하우어다. 그런 유수의 지식인들이 인정하는 철학자인만큼 그의 사상이 독보적이고 파격적이라는 뜻도 될 것 같다.

세간에 알려지기로는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적인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본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랑이 많았고 타인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마음에 오해도 풀리고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내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주고 아낄 수 있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게 이끌었던 점이다. 각박하고 차가운 현실에서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질 수 있는 요즘 때에 많은 사람들이 쇼펜하우어를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헤르만 헤세/유영미
나무생각

책을 펴니 무려 101편의 문학의 밤을 맞이하는 듯한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의 시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전에 소설 데미안, 싯다르타를 지나서 시를 보아서 그런지 감회가 남달랐다. 같은 작가의 문학작품들이지만서도 소설보다 시에서 오는 느낌은 함축적인 면면으로 여운이 짙게 남는다. 소설은 구구절절 그래도 해설해주지만 시는 그게 없어서이기도 할까.

시선들을 보면서 한 단어가 유독 눈에 띤다. 바로 '죽음'이란 단어다.

죽음이 저편에서 기다려도 멈춰 서지 말자
죽음은 이쪽이나 저쪽에 있지 않고 모든 길 위에 있으니
'나이드는 것'

나는 기꺼이 스러지고 죽겠지만 오직 당신 안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

따듯한 난로와 부르고뉴산 와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편안한 죽음 --
'늙어간다는 것'

어쩌면 죽음의 시간마저도
새로운 장소를 향해 즐거이 나아가리라
'생의 계단'

아, 신은 죽었다!
그래도 나는 살아야 할까?
'괴로움을 안고'

이 외에도 죽음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없이 죽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시어들이나 유사의미들이 속속들이 있었다. 전에 읽은 <싯다르타>에서 종교를 보는 시각, 헤세의 어린시절 신학교에서의 자퇴와 목회자 아버지를 둔 환경에 있어서 종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듯 시에서 헤세의 철학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을 자주 언급하다보니 반대로 생의 고귀함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였는데 헤세의 시는 꼭 음미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세계사

고 박완서선생님의 많은 유수의 작품집들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나온 유고집이 된 해당 에세이는 재미도 넘치고 재치도 넘치며 인생의 선배에게 인생의 배울 점도 많은 귀한 책이다. 작가님께서 집 한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먼지와 함께 오래간 지냈던 색 바랜 원고를 꺼내어 모아모아 낸 에세이집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박선생님이 자제 아드님 한 분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시고 난 심정이 느껴지는 글도 있고, 소소하게 자연에서,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신 글도, 어렸을 적을 돌아보시며 당시 개성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나눠주신 글이나, 해외 또 국내여행 중에 겪은 몇몇 에피소드에서 전달하는 글 등 감정들을 전하실 때 글터치의 관록이 느껴졌고 에누리없이 또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묘사를 했기에 오해가 생길 수가 없었던 것은 독자나 다른 작가들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꺼리이기도 했다.

고유한글의 의태어와 의성어가 난무하는 글일수록 폭넓게 어휘를 익힐 수가 있어서 좋은데, 작가님의 에세이 전반이 그러하여서 네이버 사전을 옆에 끼고 자주 눌러 찾아보면서 다양한 순우리말들을 배운 것은 덤이었다. 나중에 인용하고 써먹을 표현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송우혜작가, 이이화작가님과 다녀오신 중국여행기에서 송우혜작가가 취기가 오르자 당도한 지방이 친조부님의 향수가 담긴 곳으로 웬지 모를 취중진심이 우러나왔는지 서럽게 울어댄 탓에 작가님이 고막은 고통스럽고 짜증은 밀려옴에도 말릴 수도 없는 지경이어서 같이 우는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었고 작가님다운 글의 색깔이 느껴졌던 부분이다.

춥다가 따듯하다가 한 구정 설을 앞둔 이 시점에 읽기에도 좋고 내 영혼이 따듯해질 좋은 에세이를 마음에 담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